태안 천리포수목원으로 봄소풍을 떠났습니다.입구부터 연인끼리, 삼삼오오, 가족끼리, 때로는 단체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붐빕니다. 지난해 가을에 찾았었는데 봄을 맞은 풍경은 그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각양각색의 목련꽃이 만발하고, 연못 위에 띄워진 작은 조각배는 누구라도 노 저어가고픈 로망을 불러일으킵니다.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마저도 낭만으로 비춰질만큼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세계 수목원협회에서 인증하는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받은 수목원답습니다.이곳에는 2017년
“에휴~ 엄마가 아들을 파출소에 신고하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있어.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하네.”운동하다 만난 어르신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정말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 같습니다.“80이 넘은 어머니가 혼자 사니까 아들 며느리가 집 팔고 당진에 내려와서 같이 살자고 했대. 얼른 집이 안 팔리니까 전세로 내 놓고 그 돈 아들 며느리한테 보태줘 아파트를 사서 같이 살게 됐다는 거야. 그런데 살다보니까 아들 며느리하고 다툼을 하고나서 관계가 많이 불편해진거야. 살던 집으로 돌아갈 수 도 없고, 집을 팔아봐야 전세자금
지난 주말 여러 곳에서 상춘객들을 겨냥한 축제들이 열렸습니다. 북적거리지 않고 조용히 쉼을 누릴 만 한 곳을 물색하다가 아이들과 찾은 당진 농심테마파크는 꽃분홍 진달래가 줄지어 서서는 환한 얼굴로 반겨줍니다.식물생태학습원에 들어서니 입구에 어른 몸무게를 능가하는 자이언트 호박이 전시돼 있어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아담하게 꾸며진 연못에는 자라가족이 헤엄치고, 목을 길게 빼고 누가 왔나 살펴보던 자라목이 작은 손짓에도 흠짓 놀라며 쏙 들어가는 모습에 아이들도 어른들도 까르르 웃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라가족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자리를
“우리 아파트 뒷산에 달래 군락지를 알아요. 쑥도 제법 컸더라구요. 내일 아침 함께 캐러 가실래요?”토요일 아침. 동갑내기 이은조 전 당진시생활개선회 회장 제안에 늦잠 대신 서둘러 일어나 빨간 소쿠리 하나와 큼지막한 부엌칼 하나 챙겨들고 졸래졸래 따라나섭니다.“달래를 캐려면 호미가 필요해요. 그럴 줄 알고 2개 준비했지요.”하고 건네는 호미 날을 보니 적잖이 무뎌딘 것이 일 좀 해 본 자태입니다.야트막한 산을 오르는데 쑥이 어느새 쑤욱~! 자라 있습니다. 동행한 이은조 회장은 생활개선회 회장 이력답게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이것 저
주말 고향집 어머니를 찾았습니다. 다음날 한의원에서 치료받을 계획임을 말씀하시면서 한마디 덧붙입니다.“내가 몸이 아프니까 이틀 전에 지갑도 안 챙기고 정신없이 그냥 바지 주머니에 몇 푼 대충 넣고 읍내에 나간거야. 내과 진료를 마치고 나서 계획에 없던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한의원에 갔지. 치료를 받고나서 주머니를 뒤져보니 글쎄 돈이 치료비로도 몇 백 원이 부족하지 뭐냐. 내가 늘 다니던 곳도 아니어서 정말 민망했지만 어쩌겠니, 원장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부족한 돈은 다음에 주마 얘기했더니 도리어 버스
“이것 보세요.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써놓은 일기장을 모아놓은 겁니다. 이틀 전 제 생일이라고 자녀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이 일기장 덕분에 큰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답니다.”교육자 아버지답게 김상범(당진 거주)전 교감선생님은 지금은 모두 학교 선생님이 된 두 아들과 딸의 일기장을 차곡차곡 모아놓았습니다.“우리 딸이 엄마랑 처음 목욕탕 갔던 일을 그림일기장에 써놓았더라구요. 모두 발가벗은 모습을 그려놓은 것을 보고 손자들이 ‘우리 엄마랑 할머니가 벗고 있는 모습이 부끄럽다’며 키득키득 웃는거에요. 우리 애들 일기장을 심심할 때 한
[사람향기] 봄을 구수하게 비벼 이웃과 나눠‘봄’ “우리 구룡리 마을 주민이 가꾼 시금치 4킬로그램을 만원에 드린대유. 주문들 하세유”당진 성당초등학교 김상범 전 교감선생님은 아무런 댓가도 없이 오늘도 농민과 주민들을 연결해주며 봉사합니다.“이 상추는 우리 먹을라고 하우스에 조금 심은건데 아직 어려서 잘지만 묻혀 먹으면 먹을만 해요”시금치 위에 울긋불긋 상추까지 덤으로 올려주며 인심을 나눕니다.“마트에 가면 시금치가 비싸서 들었다 놨다 했는데 실컷 먹고도 친구들이랑 나눠먹을 수도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단돈 만원에 커다란 비닐봉
삼라만상이 잠을 깬다는 경칩을 하루 앞둔 주말, 따사로운 햇살과 보드라운 봄바람이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나오라 유혹합니다.겨우내 텅 벼 쓸쓸하기만 했던 앞마당 놀이터에 제일 먼저 봄이 왔습니다. 그네는 오래간만에 찾아준 어린이들 덕분에 모처럼 몸 좀 풉니다. 푸른 창공을 나는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 됩니다.집 앞에 먼지 꼈던 인라인, 킥보드, 자전거가 총출동 하고, 새해 아침 그토록 맹세하고 다짐했던 ‘운동’ 좀 해보겠다고 배드민턴 꺼내 나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자지간도 눈에 띕니다. 겨우내 통통하게 오른 뱃살
“우리 아이는 00랑 같은 반이 됐네요. 정말 좋네요. 00엄마, 우리 딸 좀 잘 챙겨주라고 말해줘요.”“우와! 잘됐다! 좋겠다!”“우리 딸 어쩌면 좋아요. 짝사랑하는 친구는 1반, 우리 딸은 10반. 어쩜 그렇게 멀리도 떨어뜨려놨네요.ㅠ 우리 딸은 그 친구 때문에 학교도 일찍 가고 정말 좋아했는데....““에고, 그러게. 어쩌냐~.....”“오모나! 세상에 기적이 있더라구요. 우리 아이 하나밖에 없는 단짝이랑 이번에 또 같은 반이 됐다니까요. 아이가 얼마나 좋아하는 지 춤을 다 추더라니까요. 낯가림이 심해서 새 학기, 새 교실,
지난 주말 봄방학을 맞은 아이가 있는 세 가정이 함께 베트남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은 애어른 할 것 없이 정작 가는 날보다 하루 하루 손꼽아 기다리는 동안 설레는 마음이 더 좋습니다.그렇게 설레는 마음 가득 안고 오른 비행기. 텔레비전에서나 보고 책에서만 보았던 낭만적인 베트남을 직접 보고 느껴볼 생각에 일행은 모두 들떠 짧지 않은 비행시간동안 잠도 오지 않습니다.그렇게 기대하고 도착한 베트남 다낭. 내리자마자 매연 냄새가 쾌쾌하니 진동합니다. 알고 보니 남녀노소를 무론하고 오토바이를 즐겨타는 이 나라는 도로 곳곳마다 그야말
우리나라 대표 세시 명절중 하나인 정월대보름, 추억을 되살리며 늦둥이녀석과 찌그러진 깡통 대신에 플라스틱 통에 은박지를 입히고, 구멍 숭숭 뚫어 끊을 메달고, 숯불 대신 건전지로 켜지는 불빛 담아 아파트 놀이터에서 쥐불놀이를 흉내내봅니다. 마냥 좋아 신나게 돌려대는 녀석의 모습을 보니 새록새록 추억이 되살아납니다.둥글둥글 새하얀 보름달, 어린아이의 눈에는 얼마나 큰지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것 만 같아 손을 쭉 뻗고서는 ‘언니 키 크니까 저 달 장대 들고 따달라’고 졸라대던 정월대보름.어머니 부엌에서 오곡밥을 짓고, 꾕가리, 징, 북
당진에 위치한 200여 평의 ‘공간나누기’에 엄마들의 정겨운 웃음소리와, 아이들의 유쾌하고도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시내까지 울려퍼집니다.주말을 맞은 지난 3일 탑동초등학교 1학년 2반 학생들과 엄마들이 1박2일 단합대회를 열었습니다. 생애 최초의 학교에서 같은 반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친구들과 이제 새 학년으로의 진급을 앞두고 우정을 나누고, 예쁜 추억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서입니다.이불이며 베개며, 먹거리를 두 손 가득 보따리 보따리 싸 짊어지고 속속 입장합니다. 아이들에게 친구들과의 1박2일은 생각만 해도 입이 헤벌쭉 벌어질
1월 25일 아침 8시 48분. 대목장을 맞은 전통시장 분위기가 궁금해 걸어가는 길. 얼마나 추운지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오고 자꾸만 시려져오는 손은 옷소매 속으로 기어들어갑니다.그렇게 도착한 당진전통시장.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두부를 선을 따라 곱게 자르는 할아버지 모습도 보이고, 꽃게 파는 인상 좋은 아주머니는 벌써 손님을 여럿 맞이했습니다.“꽃게 얼마에요?”“2만5천원도 있고, 3만원도 있고, 더 크고 좋은 것은 3만5천원도 있제.”“사위 밥상 차려줄 거라서 마음은 크고 좋은 것으로 사고 싶지요. 주머니 사정이 그렇지 못하니
“따님이세요?”“흐흐흐~ 딸 아니에요. 우리 같은 아파트 살아요. 딸은 아니지만 딸 같이 잘하니까 의지하고 살아요.”“오모나! 두 분이 정말 다정하셔서 친정 엄만 줄 알았어요.”아파트에 사는 한 지인이 보건소에서 혈관나이를 체크해 보니 15세나 더 많이 나왔다며 울상입니다. 평상시 손발이 차가우니 남 일이 아니다 싶어 지난 금요일 오전 어르신과 동행해 보았습니다.“손이 따뜻하신 어머니부터 체크할게요.”손이 차면 기계가 제대로 인지를 못한다 하니 뒤로 밀려 손바닥을 비비고, 박수를 치고, 푸쉬업을 하고, 뜀뛰기를 해서 부지런히 열을
두어 달 전부터 아파트 외벽 재도장공사가 진행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페인트칠을 하느라 벽에 매달린 인부들을 보면서 그분들이 일할 때 어떤 마음인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십년 넘게 이 일을 해왔다는 한 분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일할 때 어떤 마음이냐구요? 내내 긴장 그 자체지요. 사고가 실제로 적잖이 일어나거든요. 2014년에는 절친이 작업 중 추락해 이별을 고했습니다. 그때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한동안 괴로운 나날을 보냈지요. 올해 7월에도 지인이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이럴 때는 정말 이 일을 내가 왜 하고
“살 못 뺀거요. 이건 몇 년째 반복입니다. 끈기가 부족해서요. 내년에는 언니 따라 헬스장도 다니면서 열심히 노력해볼라구요.”월요일 아침 ‘한 해를 보내면서 아쉬운 일이 있다면?‘ 하고 느닷없이 한줄 던진 물음에 지인들의 답변들이 속속 이어집니다.“뒤늦게 공부한답시고 아이들하고 많이 놀아주지 못한 것이 제일 아쉽구요, 요즘 남편 일 때문에 주말부부 하고 있잖아요. 어느 때는 2주 만에, 어느 때는 3주 만에 올 때도 있는데 에고~ 옆에 있을 때 잘해줄걸 하는 아쉬움이 물밀 듯이 밀려옵니다. 하나 더 있어요. 올해도 살을 못 빼서 아
올해 3월 인바디를 체크하고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관찰해보기 위해서 지난 주 금요일 시간을 내어 당진보건소를 찾았습니다.“아이구, 전보다 체중이 2.5킬로그램이 늘어났네요.”“열심히 운동 한다고 했는데 혹시 근육량이 늘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그럼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근육량은 줄었고 체지방이 늘었네요. 그렇지만 모든 수치가 다 적정선이니 염려하지 마세요.”“허걱! 예~예.”자꾸만 알게 모르게 조금씩 늘어가는 체중이 ‘열심히 운동하니 근육이 늘어서 일거야’ 하고 덮어놓고 위로해 왔는데 그야말로 근거 없는 착각이었습니다.근력
[사람향기] 도전하지 않으면 추억도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엄마로, 혹은 아내로, 아빠로, 아들 딸로, 할머니로, 삼촌으로 불리울 지극히 평범한 분들이 그저 노래가 좋아서 흥얼거리는데 그치지 않고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열정 하나로 한서대학교 평생교육원(성악과정, 지도교수 조용란/차정식) 문을 두드렸습니다.이분들 시간 많고 한가해서가 아니라 치열한 삶의 현장을 누비면서도 짬짬이 시간을 내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가며 배움의 길을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 그들이 드디어 무대에 올랐습니다.관객석에 앉아 이분들의 무대를 기다리
[사람향기] 나라가 어지러워도 살맛나는 이유 전국에 비를 뿌리고 어느 곳에서는 첫눈이 내린 26일 서령고등학교 체육관이 떠들썩합니다.2만포기의 김장을 담가 어려운 이웃에 정을 나누는 일, 한화토탈이 올해로 8년 째 준비했습니다. 임직원은 물론이고 지역주민들까지 나란히 나란히 줄지어 서서는 1천여 명이 배추에 속을 버무리는 사진은 감격 그 자체입니다. 올해도 망서림없이 1면 포토뉴스로 점 찍습니다.특히 한화토탈 임직원 주부동아리 ‘장금이 ’회원들은 한화토탈 김장나눔 행사 첫 회부터 참여하여 김장재료 선정과 행사 준비 전반을 이끌고 있
입동이 지나니 김장철이 됐습니다. 주말에 시댁에 김장하러 다녀오겠다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워치게 잘 댕겨오셨슈?”“흐미, 허리에 알 배겼슈~”어머니, 시누이, 고모부 등등 식구들이 다 모여 함께 김장을 담갔다는데 목소리가 지쳐있습니다.“몇 포기나 했깐유?”“50포기 할라고 했쥬. 인심 좋은 배추 할머니가 열 포기나 더 얹어주시는 바람에 60포기 했슈. 할머니가 팔봉 산 밑에서 키운 배추를 배 타고 나가 가운데서 퍼 온 바닷물에다가 절여서 파시는디 주문한 배추 받기로 헌 날 직접 가서 건지는 것 도와드렸슈. 그랬더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