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봄방학을 맞은 아이가 있는 세 가정이 함께 베트남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은 애어른 할 것 없이 정작 가는 날보다 하루 하루 손꼽아 기다리는 동안 설레는 마음이 더 좋습니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 가득 안고 오른 비행기. 텔레비전에서나 보고 책에서만 보았던 낭만적인 베트남을 직접 보고 느껴볼 생각에 일행은 모두 들떠 짧지 않은 비행시간동안 잠도 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기대하고 도착한 베트남 다낭. 내리자마자 매연 냄새가 쾌쾌하니 진동합니다. 알고 보니 남녀노소를 무론하고 오토바이를 즐겨타는 이 나라는 도로 곳곳마다 그야말로 오토바이 물결로 넘쳐납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는 그닥 느끼지 못했는데 창문이 없는 전동카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코를 막고 최대한 숨을 쉬지 않아야 할 만큼 매연이 심각합니다. 발전소나 제철공장이 있어서 당진 공기가 안 좋다고 느꼈었는데 이곳에 비하면 천국입니다.

처음 도착해 우리나라 부대찌개를 대하면서 일행 모두에게 위안이 됩니다. 그런데 이후 내내 이어지는 베트남 음식은 예상했던대로 느끼함 그 자체입니다. 베트남 쌀국수는 기대 했었는데 요상한 향 때문에 매번 손이 가지 않습니다. 베트남 대표 음식 월남쌈 또한 우리 한국에서 대하는 그 맛인 줄 알았는데 매운 고추와 어우러진 간장이 없었다면 도무지 먹을 수 없을 뻔 했습니다.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잘 먹어 가는 곳마다 ‘현지인‘이라는 별명이 붙었건만 도무지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식사 자리 곳곳에서 아우성입니다.

“김치가 그리워!”

“당진이 그리워!”

“라면을 더 가져올껄!”

“고추장 챙기라니까 왜 빠트리고 온거냐”

“김이라도 가져와서 다행이다.”

그렇게 아우성을 치다가 어쩌다 들린 한식집에서 만난 김치는 종업원이 수십 차례 왔다 갔다 해야 할 만큼 리필주문이 폭주합니다.

“김치 더 주세요!”

그리고 현지 음식이 맞지 않아 끼니마다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으로 대신하던 한 사람은 김치라도 만나는 날에는 못 먹었던 밥 한꺼번에 먹어 누렇던 얼굴에 생기가 돕니다.^^

“역시 한국 사람은 김치가 최고여!”

한 날은 강 투어를 한다하니 베트남 모자를 쓴 사공이 노를 저어 여유롭게 하늘도 바라보고 주변 경치도 즐길 줄 알았는데 모터를 단 배가 탈탈 거리며 낭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내리 달려갑니다. 그나마 저 멀리서 쳐놓은 그물을 걷어 고기 잡는 어부의 모습이 위안이 됩니다.

베트남을 여행가기 전 상상했습니다. 수상가옥이 즐비하고, 사람들은 매우 소박한 모습에 우리보다 이모 저모로 훨씬 뒤쳐져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을 뒤엎은 모습에 놀랍니다. 드높은 빌딩들과 전기세가 걱정될 만큼 화려한 야경. 도시마다 호텔들이 즐비하고, 보행자를 위한 신호 뿐 아니라 운전자를 위한 신호등에도 대기 시간이 표시 돼 출발 시간을 짐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것만큼은 우리보다 앞섰습니다.

잠깐 들린 시장에서는 상인들이 베트남 모자를 일제히 쓰고 앉아 갖가지 과일과 채소, 생선들을 팝니다. 삼삼오오 둘러 앉아 늦은 아침을 배달시켜 먹는 모습은 우리 당진전통시장에서 만난 모습과 같습니다.

한 마을을 둘러보는데 엄마가 사랑스러운 아들에게 밥을 떠 입에 넣어주는 모습, 삐쩍 마르고 아픈 동생을 안고는 이불을 덮어주는 따뜻한 형의 모습, 남편은 아픈 아내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계단이라도 만나면 동행하던 아들이 번쩍 들어 올리며 효를 실천하는 모습 어디나 다르지 않습니다.

음식이 맞지 않아 모두 고생했지만 “한국 가면 이 맛을 느낄 수 없다”면서 마지막 날 공항까지 가져와 허겁지겁 나눠먹던 망고맛은 그래도 단연 최고입니다.

“지금 우리 비행기는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하는 안내 멘트가 흘러나오자 뒤에 앉은 꼬마 녀석이 애국가를 불러댑니다. 옆에 앉은 엄마도 따라 부릅니다.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애국심이 비행기를 뚫고 하늘을 찌릅니다.

그리고는 내리자마자 매콤한 부대찌개에 곁들여 나온 김치와 깍두기를 흡입하다시피 합니다. 며칠 굶은 사람들처럼. 그리고는 일제히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한 목소리로 외칩니다.

“흐미! 이 맛이여!”

우리 일행 3박4일 일정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얻은 결론은 하나입니다.

“우리나라가 최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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