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뒷산에 달래 군락지를 알아요. 쑥도 제법 컸더라구요. 내일 아침 함께 캐러 가실래요?”

토요일 아침. 동갑내기 이은조 전 당진시생활개선회 회장 제안에 늦잠 대신 서둘러 일어나 빨간 소쿠리 하나와 큼지막한 부엌칼 하나 챙겨들고 졸래졸래 따라나섭니다.

“달래를 캐려면 호미가 필요해요. 그럴 줄 알고 2개 준비했지요.”하고 건네는 호미 날을 보니 적잖이 무뎌딘 것이 일 좀 해 본 자태입니다.

야트막한 산을 오르는데 쑥이 어느새 쑤욱~! 자라 있습니다. 동행한 이은조 회장은 생활개선회 회장 이력답게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이것 저것 들꽃 이름이며, 약초 이름이며 효능까지 친절하게 일러줍니다. 모를 때는 그냥 다 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곳곳에 귀한 것이 널려있습니다.

“이것 보세요. 냉이가 엄청 많지요? 꽃이 다 폈네요.”

“꽃이 피면 못 먹나요?”

“꽃대가 질길 수 있지만 먹는데 지장 없어요.”

얼마 전 지인이 일명 코리아피자, 전을 지져 두어 장 건네는데 맛이 얼마나 좋던지 그만 기절할 뻔 한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오면서 그 환상의 레시피대로 오늘 점심 전을 지져보리라 결심하며 꽃 핀 냉이라도 몇 개 캐서 담습니다. 콧구멍에 갖다 대고 킁킁 향을 맡노라니 세계 일류 값비싼 향수가 이 그윽한 향기 흉내나 낼 수 있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꽃 핀 냉이 향에 흠뻑 취해 있을 때, 저만치서 부릅니다.

“여기 보세요. 달래가 정말 많지요?”하고 안내 하는데 슈퍼마켓에서나 만나 보았던 그 달래가 진짜 풀 사이사이로 우뚝 우뚝 솟아올라 있습니다. 함께 오지 않았더라면 풀인지 달랜지 구별 못하고 지나쳤을 것을.

“우와! 심봤다!” 그렇게 비명에 가까운 탄성을 지르며 엄청난 의욕을 갖고 야심차게 시작된 호미질, 그러면 그렇지! 동그란 뿌리가 잘린 채 줄기만 덩그라니 손에 잡혀 올라옵니다.

“줄기 가까이에서 말고 약간 떨어져 호미질을 하세요. 생각보다 뿌리가 깊거든요.”

그렇게 호미질 시범을 보이면서 캐낸 달래 하나 들어 보이는데 뿌리가 어찌나 큰지 먹으면 만병이 다 나을 것만 같습니다.

“아무래도 하우스에서 재배한 것보다는 훨씬 향도 좋고, 영양도, 맛도 좋겠지요? 이렇게 좋은 것 먹을 수 있는 것은 시골에 사는 특권이지요.”

이 나물 캐는 재미, 도시 사람들은 알까요! 적잖은 호미질을 해서 마침내 뿌리째 쏘옥 올라올 때 그 뿌듯함 알까요!

그렇게 뿌리지도 않고 거둘 수 있는 특권을 누려가며 쑥도 쑥쑥 캐 담습니다. 절로 콧노래가 나오고, 미세먼지 많다는데 어찌된 일인지 파란 하늘 흰 구름은 유난히 깨끗하고 맑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도 채 안 돼 빨간 바구니에 달래, 냉이, 쑥이 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달래, 냉이, 쑥, 집에 있던 쪽파까지 숭숭 썰어 넣고 전을 노릇노릇 지글지글 지져 한 입 먹어보는 순간, 그만 기절할 뻔 했습니다.

“흐미~! 이 맛이여!!!”

그렇게 온가족이 한상에 둘러 앉아 향긋한 봄을 먹습니다. 기운이 불끈 솟아오릅니다. 봄을 먹고 기운 비축했다 올 무더운 여름 잘 이겨내라고 자연이 우리에게 미리 미리 준비해 둔 선물들이 봄을 맞은 들녘 곳곳에 널려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그 선물 받으러 지금 당장 가까운 들녘으로 나가보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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