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님이세요?”

“흐흐흐~ 딸 아니에요. 우리 같은 아파트 살아요. 딸은 아니지만 딸 같이 잘하니까 의지하고 살아요.”

“오모나! 두 분이 정말 다정하셔서 친정 엄만 줄 알았어요.”

아파트에 사는 한 지인이 보건소에서 혈관나이를 체크해 보니 15세나 더 많이 나왔다며 울상입니다. 평상시 손발이 차가우니 남 일이 아니다 싶어 지난 금요일 오전 어르신과 동행해 보았습니다.

“손이 따뜻하신 어머니부터 체크할게요.”

손이 차면 기계가 제대로 인지를 못한다 하니 뒤로 밀려 손바닥을 비비고, 박수를 치고, 푸쉬업을 하고, 뜀뛰기를 해서 부지런히 열을 올려봅니다.

“와우! 어머니께서는 15세가 젊게 나왔네요. 관리를 참 잘 하셨습니다.”

그렇게 순서가 되어 겨우 겨우 미지근해진 손가락을 내밀어 보는데 ‘체크가 겨우 된다’ 면서 4분을 입 다물고 움직이지 말랍니다. 행여 움직이고 말이라도 할라치면 혈관나이 더 나올까 싶어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긴장합니다.

“어쩝니까? 18세가 더 나왔습니다.”

“에효~!!!”

그렇게 우리는 혈관나이 동기가 되어 한사람은 축하를, 한사람은 위로를 해가면서 따뜻한 어르신의 손을 잡고 온기를 나누며 집에 돌아와 맛있는 점심을 함께 합니다.

“오늘 제 차가운 손 잡아주셔서 감사해요. 혈관나이는 젊으셔서 다행이지만 연세가 있으시니 신변에 뭔 일 생기시면 바로 연락주세유. 응급상황에서는 아들, 딸이 멀리 사니께 금방 워치게 못허잖으유.”

“그려 그려. 고마워. 얼마나 의지가 되는 지 몰라.”

“기숙이 친구, 거시기 뭐이냐, 이름도 모른다. 가가 남편도 없고 허니께 친정에 와서 살믄서 읍내로 공장 댕기거든. 아이구 내가 가 덕을 보고 산다. 퇴근 허고 오다가 꼭 우리 밭으로 들려서 ‘엄마, 엄마’ 하면서 그저 하나라도 도와줄라고 그리 애를 쓴다. 어디 그뿐이냐? 공장에서 간식으로 나왔다고 매일같이 빵이랑 우유를 갖고 와서 주고 가. 어떤 딸이 그렇게 허겄냐. ‘친구엄마가 내 엄마제’ 험서 그렇게 정 있게 헌다.”

지난 여름 휴가 때 친정에 들러 마트에 들려서는 “어머니 필요한 것 다 담으시라“고 했더니 고급진 아이스크림을 많이 담습니다. 자식같이 잘 하는 그 분의 아이들에게 그동안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다주고 싶었는데 읍내서 사서 버스 타고 오다보면 다 녹아버리니 한 번 사다줄 수도 없었다면서......

“요고 형님이 지난 번에 챙겨주신 신발 정말 편하고 좋네. 이 화장품은 당신 갖대주래.”

남편은 타지에 와 살면서도 형제처럼 지내는 분이 옆에 계셔서 늘 든든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요즘 세상,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풍토가 너무나 당연하게 자리잡았습니다. 그래도 이런 저런 이유로 부모도, 형제도 뿔뿔이 흩어져 살지만 각자의 처소에서 내 엄마 같고, 내 형제 같고, 꼭 내 자식 같은 이웃을 만나 정을 나누고 또 의지하고 살아가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공장에서 일했으니 피곤합니다. 빨리 퇴근해서 쉬고 싶고, 밀린 집안일도 해야 하고, 아이들도 돌봐야 함에도, 그럼에도 시간을 내어 “친구 엄마가 내 엄마제“하는 마음으로 돌아보고 돕는 그분 같은 분들이 많아지면 정말 세상이 참 따뜻할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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