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봄을 구수하게 비벼 이웃과 나눠‘봄’ 

“우리 구룡리 마을 주민이 가꾼 시금치 4킬로그램을 만원에 드린대유. 주문들 하세유”

당진 성당초등학교 김상범 전 교감선생님은 아무런 댓가도 없이 오늘도 농민과 주민들을 연결해주며 봉사합니다.

“이 상추는 우리 먹을라고 하우스에 조금 심은건데 아직 어려서 잘지만 묻혀 먹으면 먹을만 해요”

시금치 위에 울긋불긋 상추까지 덤으로 올려주며 인심을 나눕니다.

“마트에 가면 시금치가 비싸서 들었다 놨다 했는데 실컷 먹고도 친구들이랑 나눠먹을 수도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단돈 만원에 커다란 비닐봉지 가득 채운 시금치 봉다리 짊어지고 아파트 주민들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납니다.

“냉이랑 달래유. 우리 친정집이 도비도잖유. 나눠먹을라고 어제 갔다가 넉넉하게 캐왔슈~. 깨끗이 다듬고 씻었으니께 그냥 드시믄 돼유~”

친정이 당진 도비도인 이웃이 건네는 냉이랑 달래 담은 봉지에서 봄 향기가 배어나옵니다.

“요새 태안 원청리에서 취나물이 한참 나오잖어유. 시댁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하우스 들려서 한 상자 사왔구만유. 많으니께 나눠먹으유”

태안이 시댁인 이웃이 취나물 한 봉지를 건넵니다.

이렇게 마련된 거저 얻은 달래, 냉이, 취나물, 상추, 시금치를 데치고 씻고 숭숭 썰어놓고 보니 혼자 먹기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 모이세요. 진정한 봄맛을 함께 보자구요.”

부랴부랴 압력솥에 당진해나루쌀로 밥을 하고, 작은 밥그릇 대신 커다란 양푼을 챙겨 준비된 나물을 모조리 넣고 빨간 고추장, 참깨 아낌없이 뿌려주고, 들기름 들들 부어 봄을 비비고 비벼댑니다.

“흐미! 맛있는거!”

모두 한 숟가락 입에 넣자마자 어김없이 감탄사가 쏟아져 나옵니다.

“요고 태안 참취나물이 서해안 갯바람을 맞고 자라서 특히 맛과 향이 뛰어나댜. 비타민이랑 섬유질이 많아서 변비예방에 좋고 한방에서는 허리 아픈데, 머리 아픈데, 어지러운 현기증 치료제로 쓰인다누먼.”

기자정신 발휘하여 태안산 참취나물을 홍보합니다.

“냉이는 칼슘, 철분, 비타민A성분이 풍부해서 춘곤증 예방하는데 그만이랴. 세현이 엄마 밥 먹고 나면 맨날 졸리다고 하지 말고 냉이 많이 챙겨 먹어. 우리 몸에 나쁜 세균을 해독시켜주는 효능도 있다네.”

그렇게 봄을 비벼 나누며 아랫녘에는 피었다는 봄꽃 대신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어느새 춘곤증도 사라지고 겨우내 잃었던 입맛이 쏙쏙 돌아옵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와 조절을 도와 피부노화를 막아준다는 달래를 먹어서인지 모두들 얼굴이 탱탱하고 밝게 빛이 납니다. 풍성한 봄나물 덕분에, 기꺼이 작은 것이라도 나눌 줄 아는 인심 좋은 이웃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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