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휴~ 엄마가 아들을 파출소에 신고하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있어.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하네.”

운동하다 만난 어르신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정말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 같습니다.

“80이 넘은 어머니가 혼자 사니까 아들 며느리가 집 팔고 당진에 내려와서 같이 살자고 했대. 얼른 집이 안 팔리니까 전세로 내 놓고 그 돈 아들 며느리한테 보태줘 아파트를 사서 같이 살게 됐다는 거야. 그런데 살다보니까 아들 며느리하고 다툼을 하고나서 관계가 많이 불편해진거야. 살던 집으로 돌아갈 수 도 없고, 집을 팔아봐야 전세자금 빼고 나면 남는 것도 없대. 이 노인이 그래도 500만원은 있었나봐. 집을 나와서 원룸을 하나 얻었대. 월세 20만원은 노령연금 나온 것으로 내고 있다고 그러는 거야. 그럼 생활은 어찌 하실 거냐 물으니까 대책이 없다는 거야. 부모가 집을 나갔는데 자식이 찾지도 않나봐. 그래서 이 할머니가 원통하고 답답한 마음에 결국 ‘내 돈 찾아 달라’고 파출소에 가서 아들을 신고했대. 그러니 돈 잃고, 자식 잃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자식을 둔 같은 어르신 입장에서 더더욱 어이없고 기가 차는지 말씀하시는 내내 한숨을 쉬시는데 최근에 들었던 또 다른 씁쓸한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아빠 돌아가시고 나니까 아들 하나라고 우리 엄마가 남동생한테 논이며 밭이며 집이며 다 이전해 주신거야. 그리고 딸들 모르게 정기적금 넣어놨던 돈까지 아들이 사업자금으로 필요하다니까 다 내 준거야. 그래서 딸 입장에서 물었지. 병들고 아프면 병원비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니냐, 돈 다 줘버리고 아프기라도 하면 무슨 돈으로 치료받을거냐고 물으니까 ‘아들이 책임질테지’ 하는 거야. 과연 그럴까 싶었는데 그 일이 현실이 된 거야. 엄마가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을 하셨는데 아들이 가보지도 않고 생활이 어렵다는 이유로 치료비 한 푼 안 내는 거 있지. 거기에다 당당하게 앞으로도 책임 못 진다고 큰소리 뻥뻥 치고. 이거 정말 창피해서 어디다 말도 못해.”

두 가정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현대판 고려장을 보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 일찌감치 홀로 되신 할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던 내 어머니 아버지 시대의 효 정신은 다 어디로 갔는가 한탄스럽습니다.

“부모가 자식한테 바라는 효도가 뭔지 알아? 돈 주면 좋기야 좋지. 그런데 돈 안줘도 좋으니까 그저 애기들 잘 키우고 부부지간에 안 싸우고 오순도순 살아주는 것, 그것 하나야.”

엊그제 만난 동네 어르신이 하신 말씀처럼 부모는 자식에게 바라는 것 참 소박합니다. 그런데 자식은 받고 또 받고도 부모에게 바라는 것 끝이 없습니다.

청년들 뿐 아니라 퇴직해서 새 일자리를 얻는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말할 만큼 그 어느때 보다 우리 모두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이 바뀌어도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식이 부모를 대하는 공경의 마음입니다. 효를 가족 윤리 가운데 최대의 덕목으로 뽑은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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