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못 뺀거요. 이건 몇 년째 반복입니다. 끈기가 부족해서요. 내년에는 언니 따라 헬스장도 다니면서 열심히 노력해볼라구요.”

월요일 아침 ‘한 해를 보내면서 아쉬운 일이 있다면?‘ 하고 느닷없이 한줄 던진 물음에 지인들의 답변들이 속속 이어집니다.

“뒤늦게 공부한답시고 아이들하고 많이 놀아주지 못한 것이 제일 아쉽구요, 요즘 남편 일 때문에 주말부부 하고 있잖아요. 어느 때는 2주 만에, 어느 때는 3주 만에 올 때도 있는데 에고~ 옆에 있을 때 잘해줄걸 하는 아쉬움이 물밀 듯이 밀려옵니다. 하나 더 있어요. 올해도 살을 못 빼서 아쉽구만요. 그놈의 술을 못 끊어서..ㅋ”

마음이 아픈 작은 아이를 더 잘 돌보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한 엄마에게도 이런 저런 아쉬움이 많습니다.

“아쉬운 일이 하나 둘 아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돌아가신 아버지 산소에 자주 못 간 게 맘에 걸려요.ㅠ”

친정어머니 혼자 농사 짓는다고 직장생활 하면서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시골집을 찾아 농사일을 거드는 참 착한 효녀 지인의 답입니다.

“가까운 사람들과 차 한잔 마실 여유조차 없이 지냈다는거유. 바쁘다는 이유로... 제가 미련헌거쥬~살다보니 그렇네요.”

“우리 가족들하고 함께 한 시간이 부족했구나 싶고, 주변 분들하고도 시간을 내 소통하고 그랬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한 것 같아요. 원래 잔병치레 않는데 나이를 먹은 탓인지 여기저기 문제가 생기네요. 이제는 건강을 챙겨야겠구나 싶어요.”

직장생활에 늘 시간에 쫓겨 사는 한 아버지의 답이었습니다.

“아드님 열나고, 두통을 호소하고, 토해서 들쳐 메고 병원에 왔습니다. 다행히 독감이 아니라 하네요. 휴~ 지금 혼이 나간 상태라 진지하게 생각을 할 수가 없네요. 휴~ 자식이 아프면 이렇게 호들갑 떨잖아요. 그런데 부모님 편찮으시대면 얼른 못 찾아 뵙잖아요. 바쁘다는 핑계로. 살아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찾아봬야 되는데 그게 왜 그렇게 안 될까요! 올해가 가기 전에 크리스마스를 즈음해서 다녀와야 아쉬움이 덜할 것 같네요.”

말 그대로 자식이 많이 아프니 혼이 나갈 만큼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한 엄마가 답을 해왔습니다.

“저는요, 지금까지는 가족을 위해서 내 몸도 시간도 안 아끼고 헌신했는데요, 이제는 제 자신에게 투자하려구요. 내가 나를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조금은 이기적이리만큼 내 자신을 챙기려고 합니다.”

톡으로 답을 하기에는 길어서 직접 전화를 했다는 이 분은 직장생활 하면서도 늦은 시간까지 손빨래 하고, 취향도 제각각인 남편, 아들, 딸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현모양처입니다. 그러다보니 잠도 부족하고 피곤이 쌓여 몸도 마음도 병이 났습니다. 아프고나니까 정작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것을 후회합니다.

“우리 자매들 함께 여행 한번 가고 싶은데 내가 시간을 못내 아쉽다. 내년에는 꼭 시간 내서 함께 여행가자. 더 늙어지기 전에....”

60대, 50대, 40대 나이도 다양한 자매들 단톡에 한결같이 똑같은 답변이 올라옵니다.

“목표를 정하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는데 실패했어요. 올해는 미련 두지 않고 한 해 더 준비해서 제 꿈을 꼭 이루고 싶어요.”

스튜어디스가 꿈이라는 고3 조카 녀석이 올해 수시전형에서 모두 실패하고는 원인을 분석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새해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세세한 계획을 세웠다고 야무지게 말해줍니다.

“진짜 나가 올해는 헬스장서 열심히 운동 한번 해 볼라고 했거든요. 그란디 이 몸땡이를 헬스장으로 옮기지 못 헌 것이 아쉬우요. 내년에 또 시도할거요.”

내년에 또 시도 해보겠다는 전라도 순천이 고향이신 이분 말씀에 그닥 믿음(?)은 안가지만 속는 셈 치고 응원해 봅니다.^^

“올해는 그러지 못했는데 직장에서 비전과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싶어요. 또 부모님에게 더 잘해드리지 못하거랑, 동생들 더 잘 챙기지 못한 것이 아쉬워용. 고모는요?”

“더 좋은 신문, 더 나은 신문을 만들어보려고 애를 쓰지 않은 것”

한 해를 돌아보며 무엇이 아쉬웠나 돌아보고 생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유익이 있습니다. 아쉬웠다면 이제 그 아쉬움이 내년 요맘때 또다시 아쉬움으로 남지 않게 적어도 애를 쓸테니까요.

우리 독자님들, 모든 아쉬움 뒤로 하고 한 해 잘 마무리 하시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희망찬 일들로만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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