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칩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해미읍성에서 연과 함께 꿈을 실어 날리는 시민들.

삼라만상이 잠을 깬다는 경칩을 하루 앞둔 주말, 따사로운 햇살과 보드라운 봄바람이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나오라 유혹합니다.

겨우내 텅 벼 쓸쓸하기만 했던 앞마당 놀이터에 제일 먼저 봄이 왔습니다. 그네는 오래간만에 찾아준 어린이들 덕분에 모처럼 몸 좀 풉니다. 푸른 창공을 나는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 됩니다.

집 앞에 먼지 꼈던 인라인, 킥보드, 자전거가 총출동 하고, 새해 아침 그토록 맹세하고 다짐했던 ‘운동’ 좀 해보겠다고 배드민턴 꺼내 나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자지간도 눈에 띕니다. 겨우내 통통하게 오른 뱃살이 봄바람 타고 출렁입니다.

작년 엄마 도움 없이는 오르지 못했던 아이가 겨우내 컸나봅니다. ‘으쌰으쌰 영차 영차‘ 하더니 밧줄 타고 거뜬히 올라서서는 보란 듯이 손을 탈탈 텁니다. 지켜보던 엄마가 박수를 쳐줍니다. 이 아이 마음에 그렇게 ’자신감‘ 선물 들고 봄이 찾아왔습니다.

건너편 밭두렁 길 걷는데 어느새 들꽃이 도란도란 피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는 절기라더니 밭두렁에 앉아 마늘 숨통 열어주는 할아버지도 보이고, 한쪽에서는 부부지간에 어느새 자라난 풀을 매고 밭을 갈며 부지런히 농사를 준비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렇게 마을을 벗어나 도착한 해미읍성. 봄 햇살에 눈이 부셔 술로 빛을 가린 문지기의 모습은 입장하는 관광객들에게 제일먼저 웃음을 선사합니다.

가히 예상했던대로 관광객들로 넘쳐납니다. 파랗디 파란 하늘에는 수많은 연들이 경쟁하듯 춤을 춥니다. 연을 날리는 아빠도, 아들도 뚫어지게 하늘 쳐다보느라 목 디스크가 올 지경입니다.

“우~와~!! 우리 연이 제일 높이 날고 있어요. 엄청 큰 연이 하늘 높이 올라가니까 작은 새가 되었어요.”

“아빠~!!! 조심하세요. 옆에 연이랑 붙었어요!”

‘엉키면 서로 곤란해진다‘ 걱정하는 어린 아들의 염려를 왕년에 연좀 날려본 아빠는 노련하게도 단방에 해결해줍니다.

 “안~돼~!!!”

그렇게 애를 썼건만 결국 나뭇가지에 걸려 꿈쩍도 않는 연을 보고 울음보를 터뜨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어린 아들보다 더 신이 나서 연줄을 밀고 당기며 손맛을 제대로 보는 아빠의 순진무구한 표정은 다리를 절며 아픈 아내도 웃게 합니다.

겨우내 집안에서 연습했던 돌잡이 아이의 걸음마, 실전에서는 아빠 손을 잡고 걷는데도 역시 쉽지 않습니다.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아이는 그렇게 읍성 안에서 인생을 배워갑니다.

텅 비었던 전통주막이 오래간만에 온기로 가득합니다. 한쪽 서산육쪽마늘 빵가게 앞도 관광객들이 줄을 지어 섰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손에 넣은 씨앗호떡 맛이 일품입니다.

밀려드는 관광객에 엿장수 가위소리는 더욱 흥이 나고, 그냥 서 있던 마차도 오늘은 손님 가득 싣고 분주하게 돌고 또 돕니다.

멈추었던 것을 일제히 가동시키는 위력을 가진 ‘봄’이 그렇게 훌쩍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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