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맞는 자녀를 격려해주세요

 

▲ 어쩌면 같은반으로서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르는 15일 아침. 등교길 단짝친구의 손을 꼭 잡고 기도했습니다. ‘꼭 같은 반이 되게 해 주세요.” 그리고 이 어린이들의 기도는 기적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탑동초 정채빈·박유진 어린이.

 

“우리 아이는 00랑 같은 반이 됐네요. 정말 좋네요. 00엄마, 우리 딸 좀 잘 챙겨주라고 말해줘요.”

“우와! 잘됐다! 좋겠다!”

“우리 딸 어쩌면 좋아요. 짝사랑하는 친구는 1반, 우리 딸은 10반. 어쩜 그렇게 멀리도 떨어뜨려놨네요.ㅠ 우리 딸은 그 친구 때문에 학교도 일찍 가고 정말 좋아했는데....“

“에고, 그러게. 어쩌냐~.....”

“오모나! 세상에 기적이 있더라구요. 우리 아이 하나밖에 없는 단짝이랑 이번에 또 같은 반이 됐다니까요. 아이가 얼마나 좋아하는 지 춤을 다 추더라니까요. 낯가림이 심해서 새 학기, 새 교실, 새 친구들 하고 적응하기 어려워할 것 같아서 많이 걱정했는데 옆에 친한 친구가 있으니까 마음으로 서로 의지도 될 것 같고, 한시름 덜었어요.”

모세가 홍해를 갈랐던 그 어마어마한 기적이 무색해지리만큼 들떠 ‘기적’을 운운하던 지인과 “흐미! 잘됐다!”하면서 기쁨을 나눕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내성적이어서 새 친구를 사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 아이인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봄방학을 주던 날. 반편성 소식을 듣고 엄마들 단톡에서 한숨소리가, 때로는 곡소리에 가까운 탄식 소리가, 때로는 기쁨의 함성이 울려퍼집니다.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그 잠깐을 못 참고 여기 저기 전화해서 누가 우리 아이랑 같은 반이 되었는지 수소문 해보는데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아들이 같은 반이 되었다는 소식만으로도 반갑고 큰 위로가 됩니다.

그렇게 안달이 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늦둥이 녀석과 반편성이 어찌 됐는지 얘기를 나누는데 아이가 이름도 잘 기억 못할 만 한 친구 하나 만 같은 반이 됐습니다.

“어쩌냐!”걱정하며 호들갑을 떠는 엄마와는 반대로, 제 에미를 닮아 사교성이 남다른 이 녀석은 스스로 걱정이 없습니다.

“뭐 어때요? 친구는 또 사귀면 되죠. 그리고 우리반 친구들이 어디 안가잖아요. 식당에서 만나고, 복도에서도 만나고, 화장실에서도 만나고, 운동장에서도 만나고, 태권도장에서도 만나는데 뭐가 문제에요? 아~ 심지어는 미래관(체육관)에서는 친구들을 통째로 다 만나요. 걱정마세요.”합니다.

이 녀석의 말을 듣고 보니 맞습니다. 친구들 다 어디 가는 것도 아닌데 엄마들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특히 짝사랑하는 남자친구랑 멀리 멀리 떨어져 딸이 매우 슬퍼한다는 엄마에게 이 녀석이 한 말을 꼭 전해줘야겠습니다.

한 저널을 보니 학년이 올라가고 반이 바뀌면 그동안 단짝처럼 지냈던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니 아이들이 받는 정신적 충격은 어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크다고 합니다. 새 학기 증후군을 겪는 원인의 70% 이상이 새로운 인간관계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고 해요.

네이버 지식창을 보니 ‘새학기에 친구 잘 사귀는 법 좀 알려 달라’는 글이 속속 올라옵니다. 새로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부담감을 어떻게 이겨나갈까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이제 3월 2일 전국에서 일제히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됩니다. ‘그까짓 학교생활이 무슨 대수라고 유난을 떠냐‘는 마음 대신, 새로운 환경, 새로운 인간관계에 대한 부담으로 은근 불안해하고 있을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주고, 적극 공감해주면서 씩씩하고 활기차게 새 학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세요. ’넌 잘 해낼거야‘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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