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고향집 어머니를 찾았습니다. 다음날 한의원에서 치료받을 계획임을 말씀하시면서 한마디 덧붙입니다.

“내가 몸이 아프니까 이틀 전에 지갑도 안 챙기고 정신없이 그냥 바지 주머니에 몇 푼 대충 넣고 읍내에 나간거야. 내과 진료를 마치고 나서 계획에 없던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한의원에 갔지. 치료를 받고나서 주머니를 뒤져보니 글쎄 돈이 치료비로도 몇 백 원이 부족하지 뭐냐. 내가 늘 다니던 곳도 아니어서 정말 민망했지만 어쩌겠니, 원장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부족한 돈은 다음에 주마 얘기했더니 도리어 버스 타고 가시라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2천원을 주는 거야. 얼마나 고맙든지. 내가 그렇게 그 원장한테 신세를 졌다. 내일 꼭 갚으러 갈란다.”

신세를 지면 어떻게든 보답하고 갚아야 맘이 편한 어머니 마음은 벌써 한의원에 가 있습니다. 그렇게 어머니는 그 한의원의 홍보대사가 되고, 단골이 되겠지요.

금액으로 따지자면야 모두 합해 2천 몇 백 원의 작은 돈이지만 적어도 어머니에게만큼은 그분의 작은 배려와 친절한 마음은 값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아주 작은 친절, 사소한 배려는 때로 우리에게 엄청난 감동을 줍니다.

반대로, 지난 주 당진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한 식당에서 매우 불친절하고 배려 없이 마구 던지듯 내뱉는 말로 몹시 불쾌한 저녁식사를 한 경험도 있습니다.

때로는 줄을 서서 기다려 먹어야 하거나, 재료가 떨어져 일찍 문을 닫기도 하는 이 맛집은 우리 가족이 자주 찾는 곳입니다.

이날도 모두의 퇴근 시간에 맞춰 재료가 떨어져 안 될 수 도 있으니 미리 시간과 음식을 예약주문 하고 방문했습니다. 두 그릇 주문한 음식이 한 그릇만 나옵니다. 의아했지만 ‘차차 나오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다른 음식이 먼저 나옵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려도 나머지 한 그릇이 나오지 않습니다.

“음식이 한 그릇이 안 나왔네요?”하고 물으니 주방에서 나온 안주인이 퉁명스럽게 말합니다.

“한 그릇 시켰잖아요?”

“두 그릇 예약했는데요...”

“그럼 왜 한 그릇 나올 때 가만히 있었어요?”

“차차 나오겠지 생각했지요.”

“두 그릇 시켰는데 따로 따로 한 그릇씩 나오는 것 봤어요?”

이렇게 따지듯이 말 하는 안주인의 공격 아닌 공격을 당하고 앉아 멘붕이 되어 음식을 먹는내내 불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곳을 찾을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지인들도 덩달아 ‘절대로 그 집 안 가야겠다’ 다짐합니다.

“바쁘다보니까 전화를 잘 못 받았나봐요. 얼른 한 그릇 해드리께요. 죄송해요.”한마디면 될 것을 ‘차차 나오겠지’ 배려하고 기다려 준 손님에게 되레 혼내키듯 큰소리치는 안주인의 모습은 우리 가족 뿐 아니라 그곳에 함께 한 모든 사람들을 불쾌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배려와 친절을 실천한 고향집 한의원 원장과 지극히 대조되는 이 맛집의 안주인을 직접 대하면서 생각나는 구절이 있습니다.

‘친절한 말은 간단하고 짧은 말일 수 있어도, 그 메아리는 끝이 없다.’ 테레사 수녀님의 말씀입니다.  친절한 말 한마디는 고마움과 감동으로 오래도록 남는 반면, 배려 없는 불친절한 말 한마디는 상대방의 마음을 참 많이 오랫동안 아프게 합니다.

내가 실천한 사소한 배려, 작은 친절은 다른 사람이 아닌 결국 내 자신이 사는 길임을 깨닫습니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누군가가 오래도록 가슴 아파 할 수 있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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