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마을 골목 예술 프로젝트는 주민이 직접 만든 3년 여정

지역 참여형 골목예술 프로젝트 ‘마을 예술로 그리다’ 기념사진. ⓒ당진북부사회복지관 제공
지역 참여형 골목예술 프로젝트 ‘마을 예술로 그리다’ 기념사진. ⓒ당진북부사회복지관 제공

[당진신문=김정아 시민기자] 폐허처럼 방치되던 오래된 골목이 지난 3년 동안 주민들의 손끝에서 천천히 달라졌다. 당진북부사회복지관(관장 이건일)은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추진한 지역 참여형 골목예술 프로젝트 ‘마을 예술로 그리다’의 마지막 소감 나눔회를 지난 20일, 우두동 산티아고 레스토랑에서 열었다.

앞서 ‘마을 예술로 그리다’는 전문가가 벽화를 그려주는 미관 개선 사업이 아니다. 주민들이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직접 만들고, 실험 작업과 본 작업까지 모든 과정을 몸으로 경험하며 마을의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주민주도형 프로젝트다.

올해 역시 주민들의 그림과 이야기를 담은 설치미술 작품들이 골목 곳곳에 자리 잡았다. 특히 소감 나눔회는 산티아고 레스토랑과의 콜라보 전시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추진한 지역 참여형 골목예술 프로젝트 ‘마을 예술로 그리다’의 마지막 소감 나눔회를 우두동 산티아고 레스토랑에서 열었다. ⓒ당진북부사회복지관 제공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추진한 지역 참여형 골목예술 프로젝트 ‘마을 예술로 그리다’의 마지막 소감 나눔회를 우두동 산티아고 레스토랑에서 열었다. ⓒ당진북부사회복지관 제공

공간을 기꺼이 내어준 이민호 대표의 도움으로 주민 작품과 레스토랑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전시가 열렸다. 주민들은 “내가 그린 그림이어서인지 골목을 지날 때마다 시선이 오래 머문다”며 웃음을 보였다.

당진북부사회복지관 이건일 관장은 “3년 동안 골목에서 땀을 흘린 주민들의 작은 손길이 결국 마을의 표정을 바꿨다”며 “예술이 공동체를 묶고 관계를 회복시키는 힘을 다시 확인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81회기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 주민도 있다. 

지난 3년 동안 81회기를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 최하두 주민은 특별한 시간이었다. ⓒ당진북부사회복지관 제공
지난 3년 동안 81회기를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 최하두 주민은 특별한 시간이었다. ⓒ당진북부사회복지관 제공

최하두 주민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승리봉 공원 위에서 골목을 내려다보는데, 예전의 어둡고 뒤숭숭하던 모습이 떠올라 순간 울컥했다”며 “우리 손으로 이렇게 밝아진 길을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작할 땐 그림 한 번 제대로 그려본 적 없어서 매번 조심스러웠지만, 함께 웃고 배우고 색을 칠하며 어느새 마을이 제 얼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며 “내가 달라지니 골목도 달라지고, 골목이 달라지니 서로를 대하는 마음까지 따뜻해졌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변화의 바탕에는 예술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관계망이 다시 이어지고 ‘우리 마을을 우리가 바꾼다’는 주민들의 주인의식이 점차 살아난 과정이 있었다.

20년 폐허 골목이 예술의 길로

마을 예술로 그리다는 전문가의 힘으로 벽화 마을을 만들기보다 주민의 손으로 직접 골목을 꾸미자는 취지로 진행됐다.-ⓒ당진북부사회복지관 제공
마을 예술로 그리다는 전문가의 힘으로 벽화 마을을 만들기보다 주민의 손으로 직접 골목을 꾸미자는 취지로 진행됐다.-ⓒ당진북부사회복지관 제공

프로젝트가 시작된 읍내12통 골목은 아파트 개발이 중단되며 20년 가까이 방치된 곳이었다. 폐기물이 버려지고 청소년이 흡연을 하러 드나들면서 우범지대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처음 주민들은 붓을 드는 것조차 망설였지만, 예술가들과 수업을 이어가며 차츰 예술과 가까워졌고, 결국 주민 각자의 그림과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올해는 설치미술 4점을 완성했고, 지난 10월 30일에는 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음식을 나누며 야외 전시회를 열었다. 단순한 ‘기념 행사’가 아니라 주민이 직접 기획한 전시였기에 더 큰 감동을 남겼다.

3년의 공식 여정은 마무리..2026년 새로운 형태로 재개

마을 예술로 그리다는 전문가의 힘으로 벽화 마을을 만들기보다 주민의 손으로 직접 골목을 꾸미자는 취지로 진행됐다.-ⓒ당진북부사회복지관 제공
마을 예술로 그리다는 전문가의 힘으로 벽화 마을을 만들기보다 주민의 손으로 직접 골목을 꾸미자는 취지로 진행됐다.-ⓒ당진북부사회복지관 제공

‘마을 예술로 그리다’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이어졌으며, 올해 소감 나눔회를 끝으로 공식 일정은 마무리됐다. 당진북부사회복지관은 2026년 3월 프로젝트를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이어갈 계획이다. 관계자는 “예술은 거창한 작품이 아니라 골목에 남겨진 주민들의 손자국일지 모른다”며 “3년간 쌓인 색의 층위에는 마을의 시간, 주민의 정성, 공동체의 희망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고 말했다.

당진북부사회복지관 이재욱 주임은 “지난 3년 동안 주민들과 함께 골목을 오르내리며 배운 것이 정말 많았다”고 운을 뗐다. 소감을 이어 “처음엔 붓 하나 드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분들이 어느새 자기 색을 찾고, 이웃과 의견을 나누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 있었다”고 말했다.무엇보다 “골목이 달라진 만큼 주민들의 마음도 밝아졌다는 것을 현장에서 분명히 느꼈다. 앞으로도 주민이 주인이 되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마을의 변화가 멈추지 않도록 옆에서 든든히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업을 위해 힘을 보탠 읍내12통 강창분 통장, 당진1동주민자치회 성기돈 사무국장, 류재훈·김용남·한흥복·최상근 예술가 등 여러 관계자들의 지원도 프로젝트의 완성을 이끈 원동력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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