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조혜미 수습기자] 당진과 내포 지역이 지닌 역사·문학 유산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학술의 장이 마련됐다.
당진문학관(관장 박부연)은 지난 22일 당진문학관 세미나실에서 제10회 당진·내포문화 학술대회를 열고, 고려 말·조선 초를 살았던 쌍매당 이첨과 조선 후기 지성 추사 김정희, 그리고 청일전쟁이 한반도에 남긴 역사적 전환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행사는 제1부 ‘쌍매당 이첨의 문학세계 조명’과 제2부 ‘당진 내포문화 연구’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지역 주요 인사와 신평 이씨 대종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1부에서는 이첨을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접근한 발표가 이어졌다. 김추윤 이학박사(전 신한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는 ‘쌍매당 이첨의 문화유산’을 주제로 이첨의 묘소 위치와 문헌적 가치, 기념사업 방향 등을 제시하며 문화유산적 측면에서 재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여말선초의 험난한 시대를 통과한 이첨은 당진이 배출한 대표적 문신·시인이자 문학적 자산으로 재조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대환 문학박사(국제문화예술학회 부회장)는 ‘쌍매당 이첨의 한시와 문(文)의 주요 특징’을 통해 이첨 시문에 나타난 풍자·희작 표현 기법을 분석하며 “이첨의 한시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사대부의 고민과 책임 의식을 문학적으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인화 지리학박사는 ‘쌍매당 이첨의 생애와 문학활동 평가’ 발표에서 “이첨은 고려와 조선 두 왕조에서 관료로 활동하며 절의와 애민 정신을 지키려 했던 인물”이라며 “유배와 좌천 속에서도 신유학적 이상과 백성을 위한 정치철학을 품고 시문 활동을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이어진 2부에서는 당진·내포문화의 역사적 정체성을 되짚는 발표가 진행됐다. 류경근 사회복지학박사(신한대 경기북부개발연구원장)는 ‘추사 김정희 천재였을 뿐인가’를 발표하며 실사구시 정신을 바탕으로 학문과 예술을 융합한 추사의 사상적 깊이를 조명했다.
안길정 역사학박사(전남대학교 겸임교수)는 ‘청일전쟁과 당진’ 발표에서 전쟁이 당진·아산 지역에 남긴 상흔을 설명하며 “청일전쟁은 동아시아 질서를 뒤바꾼 사건이었고, 그 시작점이 아산만과 당진이었다”며 “전쟁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은 강제 징발과 물자 수탈, 강제노역 등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행사를 주최한 당진문학관 박부연 관장은 “문학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당진에서 지역 문학인들을 꾸준히 조명해 왔다”며 “여말선초의 격변기를 살아낸 쌍매당 이첨의 삶과 문학세계가 당진 문학의 뿌리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당진문학관 1층에서는 오는 30일까지 ‘쌍매당 이첨 시화전’이 열려 학술대회 주제와 연계한 작품 감상 기회를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