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서 온 당진읍 띵야핑(44)씨.



남편 이건희(49)씨와 아들 지준이와함께 오붓하게 살고 있다.
한국에 온지 벌써 8년이나 지났다는 띵야핑씨. 2000년 9월에 한국에 처음 온 띵야핑씨는 수원의 한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다. “식당에서 일하며 생활하고 있는데 어느 아주머니께서 남자를 소개시켜주셨죠. 지금의 남편인데 알고 보니 그 아주머니가 남편의 작은어머니시더라고요”


그런 인연으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갔고 2년의 연애 끝에 웨딩마치를 올렸다. 결혼한 후 당진에 와 정착한지 벌써 3년 2개월, 현재 띵야핑씨는 생후 28개월 된 아들과 17살의 딸이 있다.
신동원 기자 habibi20@naver.com


# “한국사람 다 됐어요”

당진생활에 많이 익숙해진 띵야핑씨. 2006년부터 당진문화원에 나가 글씨도 배우고 노래도 배웠단다.
“중국은 윗사람 아랫사람 말 똑같아요. 그런데 한국은 말 틀려요. 그래서 상당히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공부 많이 해서 괜찮은데 그때는 어르신들께 많이 혼났어요”


띵야핑씨는 지금은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공부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버스탈때도, 병원갈때도 많이 편하다며 웃는다. 특히 아이 때문에 더 열심히 한다는 띵야핑씨.


엄마의 마음이란…
상하이에서 생활하다 한국 와서 힘든 점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띵야핑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한국음식 매운 것 많아서 고생했어요. 첨에 한국에 왔을 때 한 달은 굶은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김치도 잘 먹고 담그는 것도 잘 해요”
한국 사람도 어려워하는 김치 담그기를 더군다나 외국인이 잘 한다고 내심 자랑을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띵야핑씨. 김치담기를 잘 하는 이유가 있었다.
“저 한국음식 다 잘 해요. 시어머니께서 음식 잘한다고 너무 좋아하세요. 웬만한 식당보다 맛있으시데요. 중국음식도 잘 하고요. 중국요리자격증 있어요”


한국음식 중에 좋아하는 음식을 물었더니 활짝 웃으며 매운탕과 회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유난히 바다를 좋아하는 띵야핑씨. 바다에서 먹을 수 있는 매운탕과 회가 그래서 좋은가보다.


“상하이에는 바다가 없고 아파트만 있어요. 여길 봐도 아파트 저길 봐도 아파트. 그래서 당진에 왔을 때 바다가 가까워 너무 좋았습니다. 지금은 한 달에 두 번 정도 바다에 가요. 바다를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맘도 편해지고 너무 좋습니다”


# “제주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바다가 제일 좋아요. 한국 첨에 왔을 때 관광비자로 제주도에 간적이 있어요. 바다가 너무 예뻐서 좋았어요. 가보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제주도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띵야핑씨는 친정집에도 일 년에 한 번씩은 다녀온다고 했다. 외동딸인 띵야핑씨가 중국에 갈 때면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신단다. 부모님만 외로이 중국에 남겨두고 온 것을 많이 아쉬워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집에 가면 부모님과 많은 이야기를 해요. 남편과 싸운 얘기를 하면 부모님은 ‘중국사람 한국사람 틀리다.

 이해해라’라며 참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참! 우리 아들도 작년 5월에 같이 갔었어요.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셨어요. 올해 12월에 다시 가려고요. 남편도 같이 가고 싶지만 아직 한 번도 같이 간적이 없어요. 하지만 집에 가고 싶다고 하면 너그럽게 다녀오라고 하는 남편이 너무 좋습니다”


# “우리도 한국 사람이에요”

한국에 와서 산지 벌써 8년차인 띵야핑씨. 그동안 살면서 느낀 좋은 점과 힘든 점을 물었다.
“우리아들 유치원이 공짜에요. 더군다나 외국인이라 자녀 교육에도 힘든 점이 많았었는데… 자녀가 엄마랑 있으면 한국말 못 배우는데 유치원 가면 한국말도 배우고, 저도 편하고요. 그 점을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 유치원 너무 비싸잖아요. 그리고 한국은 자녀 2명 3명 낳아도 괜찮은 것이 좋아요. 중국은 법으로 1명이 정해져 있어서 자녀 마음대로 못 나아요. 2명 낳으면 잡혀가요(웃음)”


“하지만 한국 기름값은 너무 비싼 것 같아요. 아이 때문에 보일러 켜야 되는데 어떨 때는 한 달에 몇 십만 원씩 나와요. 남편 돈 많이 못 버는데 아깝잖아요. 저도 나가서 돈 벌려고 해봤었는데 아이 때문에 포기했어요”


띵야핑씨가 처음 당진에 왔을 때 힘든 점은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띵야핑씨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랐기 때문이다.


“미용실을 가더라도 한국 사람은 싸게 해주고 우리는 비싸게 받아요. 만약 옷을 사러 가도 말이 안 통하니까 ‘얼마에요’하고 물어보면 ‘아 얼마요!’ 하면서 쌀쌀맞게 대하고요. 한국 사람한테는 ‘입어보세요~ 예쁘다~’하면서 말이죠. 저희한테는 5천원 만 원짜리 싼 옷 소개해줘요. 우리도 돈 있어요”


하지만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다고 한다.
버스 탈 때 친절하게 자세히 설명도 해주고 보살펴주고 관심 가져주는 사람도 많이 있다고 말한다. 몇몇 그렇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당진의, 나아가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실추되니 누워서 침 뱉기 아닌가.


# “꿈? 식당이요”

중국요리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띵야핑씨는 꿈을 물었을 때 주저 없이 “식당이요”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당진에 와서 식당을 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봤으나 국적이 없어 모든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3년 전에 남편과 상의해서 식당을 하려고 했었어요. 저 음식 잘하거든요. 그런데 큰 식당은 돈 때문에 못하고, 너무 작은 것은 제가 싫고요. 지금은 주민등록증도 나왔고 남편한테 식당 하고 싶다고 하면 하라고 해요.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니잖아요. 마음 같아선 수원이나 평택에서 식당 하고 싶은데. 아는 사람도 많고 친구도 많고, 평택항이 중국이랑 가까워서 중국에서 장사할 수도 있고요. 제가 아는 몇 분도 중국에서 장사해 부자 된 사람 많이 봤거든요”


식당 이야기를 하며 띵야핑씨는 조금은 흥분한 듯 했다. 자기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래서 기자는 만약 당진에 식당을 열면 신문에 홍보해주겠다고 했더니 너무 좋아한다. 마치 아이같이…


# “친구가 필요하세요?”

“우리 한 달에 한번 모임 있어요. 20명 정도 되는데 한 명당 만원씩 모아서 노래방도 가고 간단하게 술도 한 잔씩 하면서 힘든 일 이야기하고 서로 달래줘요. 남편한테 맞는 친구 있으면 달래주면서 힘이 돼 주려고 하고요. 큰 힘은 못되지만 기댈 곳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우리 같은 이주여성에게는 많은 위로가 되거든요. 주위에 혼자 외롭게 지내는 이주여성분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


띵야핑씨가 당진의 이주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고향 떠나 멀리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면 많이 힘드니 친구도 사귀고 주위에 이주여성이 있다면 서로 돕자고 했다.
중국에서는 나이 적든 많든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띵야핑씨는 자기가 한국에 와서 느낀 서러움을 알기에 이주여성들이 자기와 같은 서러움을 느끼지 않게 하고 싶은 것이다.


또한 한국 사람에게는 이주여성들도 같은 한국 사람이라고 차별하지 말고 친절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 마지막으로…

기자는 인터뷰 하는 내내 자신감에 차있는 띵야핑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식당을 하고 싶다는 띵야핑씨의 꿈처럼 당진의 모든 이주 여성들이 꿈과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한다면, 또 차별 없이 이주여성을 대해준다면 당진은 한 단계 더 성숙한 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 당진뉴스는 띵야핑씨의 편지와 사진을 고향 중국 상하이로 발송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사람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당진뉴스가 되기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제보를 당부 드립니다.




띵야핑씨가 전해주는 중국요리



풋마늘대통오징어 샐러드




△준비물

풋마늘대 4개, 오징어 1마리, 새싹채소 적당량, 올리브유 1큰술,
오징어 구이소스(굴소스, 청주, 맛술 1큰술, 물엿 1/2작은술),
요거트 드레싱(플레인요거트 4큰술, 과일식초 2큰술, 레몬즙, 탄산수, 다진양파, 귤즙, 설탕 1큰술, 다진파슬리 1작은술, 소금 약간)

△만들기

1. 풋마늘대는 뿌리 부분을 자르고 4Cm 길이로 자른다.
2. 오징어는 통으로 준비해 껍질을 벗기고 윗면에 칼집을 넣는다.
3. 새싹채소는 찬물에 담갔다 건져 싱싱하게 준비한다.
4.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풋마늘대를 구워낸다.
올리브유를 더 두르고, 오징어를 넣고 소스를 끼얹어가며 굽는다.
5. 준비한 드레싱 재료를 담고 섞어 요거트 드레싱을 만든다.
6. 접시에 구운 풋마늘대와 오징어를 담고 옆에 새싹채소를 보기 좋게 담은 후
요거트 드레싱을 끼얹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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