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 수도 검침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승소에도 불구
당진시, 기존과 똑같은 조건으로 공무직 전환 시도
당진시 “검침원들 80시간이면 충분...겸업신청 하라”
검침원들 “형식적인 공무직 전환...차별 없는 정규직 원해”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당진시가 수도검침원을 무늬만 공무직 전환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존 근로 조건과 전혀 달라질 것 없이 수도검침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대우로 공무직 전환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진시와 개인위탁계약을 맺고 근무했던 수도검침원들은 2019년 11월 11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 근로자 지위확인 소장을 접수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19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은 1심 판결에서 수도검침원의 손을 들어줬다. (관련기사:당진시 수도검침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승소’,1334호)

소송 이후 당진시와 수도검침원은 공무직 전환을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당진시가 수도검침원에 제시한 근로시간 월 80시간 문제를 놓고 양 측의 합의는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 

수도검침원 측에 따르면 검침원들은 평균적으로 검침 업무를 1250전에서 1270전을 맡고 있다. 맡은 전수는 지역과 상황에 따라 검침에 소요되는 시간이 다르며, 때로는 시간에 쫓겨 바쁘게 일을 하다가 크고 작은 사고도 자주 당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안전과 전체 업무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월 167시간의 근로 조건이 있어야 한다. 

수도검침원들은 “80시간으로 확정이 된다면 기본금 84만원에 각종수당을 포함해도 141만원이라는 수당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 결국은 공무직 전환을 하더라도 기존 근로 조건과 전혀 바뀌지 않는 수준”이라며 “80시간은 검침 업무에서 숫자만 확인하고 올 수 밖에 없고, 빠듯한 시간 안에 맡은 업무를 다 해야 하는데 이는 우리를 위험 속으로 들여보내는 거나 다름없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검침 업무를 나가서 숫자만 확인하고 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민원인을 만나면 상담도 해야 하고, 개인 번호가 적힌 스티커를 붙여놓고 오기 때문에 근무 시간이 아닐 때에도 민원인들의 연락을 받아야 한다”라며 “시청에 가서 업무보고를 하는 일과 문서 작성도 해야 하는 시간도 있고, 체납과 계량기 교체 업무에 같이 참여하고 있는데, 당진시는 이를 일하는 시간으로 고려하지 않고 단순 숫자를 확인하는 것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겸업에 대한 당진시의 이중잣대도 문제로 제기됐다. 

박은옥 지회장은 “우리가 당진시에 ‘적어도 생계는 유지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더니, 당진시는 ‘그럼 2주 일하고, 2주는 품위를 잃지 않는 한에서 다른 일을 하라’고 했다”라며 “겸업을 하라고 하면서 소송을 진행 할 때에는 겸업을 한 것을 문제로 삼았었고, 공무직이면 근로자로 지위로 확인을 받은 것인데 겸업은 문제 될 거 아닌가”라며 토로했다.

당진시는 지난 2019년 정규직 전환 이야기가 나오면서 수도 검침에 관련한 용역을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박은옥 지회장은 “용역에는 남자 두 명에서 세 명이 한 지역에 검침을 참여해서, 숫자만 확인하고 온 시간으로 최종 결과로 했다”라며 “사실 여자들이 검침을 다니고 있고,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도 발생하는데, 당진시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현실성 없는 근로시간을 정해버렸다”고 말했다.

반면 당진시는 “기존에 민원업무, 체납독려업무, 계량기교체 등은 공무직과 공무원이 하고 있었고, 80시간으로 충분히 검침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진시 수도과 관계자는 “기존에 검침 업무는 20일부터 말일까지 진행됐으며, 그 기간에 검침 업무를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출근 시간도 일절 터치하지 않았을 정도였다”라며 “고지서 직접 배부는 우편업무로 전환됐고 체납업무도 담당하는 직원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당진시 수도검침원들은 검침 업무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80시간이면 검침 업무와 민원 업무로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겸업에 대해서는 “수도검침원들이 시간이 남고 급여가 부족하다고 말하니까, 겸업신청을 하고 업무에 지장이 없으면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소송에서는 이분들이 다른 일을 한 것이 근로자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가라는 입장에서 겸업에 대해 언급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당진시 입장에 수도검침원들은 “당진시 입장은 전혀 납득 할 수 없으며, 이는 모순이고 억지일 뿐”이라며 “형식적인 공무직 전환이라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은옥 지회장은 “만약 검침원 인력을 다른 부서에서 필요로 한다면 갈 의향까지 있다고 했을 만큼, 우리는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라며 “월 80시간 근로 조건대로 진행이 된다면 실무협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또 다시 차별없는 공무직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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