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가 누출된 배관은 지반침하로 인해 땅이 꺼진 곳에 위치해 있어 평소에도 업체에서 예의주시하던 곳이었다. 업체 관계자는 “언제부터 누출된지는 모른다. 다만 14일 오전부터 직원들은 가스 냄새를 맡았던 만큼 상당한 양이 누출된 것으로 생각하며, 지금은 벨브와 배관을 긴급으로 교체했지만, 지반침하가 계속 진행된다면 언제 또 사고가 발생할 지는 모를 일”이라고 토로했다. ⓒ부곡공단 업체 제공
가스가 누출된 배관은 지반침하로 인해 땅이 꺼진 곳에 위치해 있어 평소에도 업체에서 예의주시하던 곳이었다. 업체 관계자는 “언제부터 누출된지는 모른다. 다만 14일 오전부터 직원들은 가스 냄새를 맡았던 만큼 상당한 양이 누출된 것으로 생각하며, 지금은 벨브와 배관을 긴급으로 교체했지만, 지반침하가 계속 진행된다면 언제 또 사고가 발생할 지는 모를 일”이라고 토로했다. ⓒ부곡공단 업체 제공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부곡공단에서 자칫 대형 폭발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 벌어졌다. 한전 전력구 공사로 인한 지반침하로 중점 관리대상에 지정된 한 업체의 가스관이 파열돼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던 것.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에 업체 직원들은 회사 건물 밖에서 호흡할 때마다 가스 냄새를 맡았다. 이날 바람이 심하게 불었던 탓에 다른 곳에서 잠깐 퍼지는 가스 냄새라고 여긴 직원들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스 냄새는 저녁까지 이어졌고, 결국, 18시 40분경 이를 이상하게 여긴 직원이 가스 배관을 살피며 가스 누출 여부를 확인했다. 그러다 회사에 연결된 도시가스 배관 일부분이 어그러져 있고, 그 틈으로 가스가 누출된 것을 파악했고, 곧바로 천안 가스안전관리공단과 당진시에 신고했다.

업체 관계자는 “가스 누출이 발생한 날은 바람이 강하게 불었음에도 바깥에서 가스 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것은 누출량이 상당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문제의 배관이 설치된 곳은 그동안 지반침하로 인해 땅이 30cm 정도 침하된 곳이다. 아무래도 위에 배관은 고정돼 있고, 침하된 부분에서는 배관이 밑으로 내려가니까 어그러진 배관이 점차 찢어지면서 가스가 누출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당일 저녁 현장을 찾은 천안 가스안전관리공단은 부곡공단 침하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벨브를 긴급하게 교체했으며, 다음날인 15일 오전 당진시에서 현장을 방문해 사고 경위를 파악했다.

지반침하 부곡공단 가스유출..“배관 어그러져”

당진시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지반침하의 영향으로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안전 점검 업체를 통해 사고 발생의 이유를 파악하기로 했다”라며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만큼 시에서는 서해에너지에 분기별이 아닌 월별로 가스 배관 검사를 요청한 상태이며, 중앙부처에도 이 부분을 보고할 계획이다. 시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이번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체 관계자는 “가스 누출은 상당히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동안 가스 배관이 변형되고, 건물 틈이 생기는 등의 피해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던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며 “차라리 부곡공단에 사람이 없을 때, 대형사고라도 터지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한다. 이렇게 공단에서 지내는 업체들은 늘 위험에 노출돼 노심초사한 상황이지만, 정작 한전은 피해보상금만 줄이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2월 중순부터 피해보상금 감정평가 

이번 가스 누출로 인해 불안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부곡공단 피해 규모 산출액을 정하기 위한 피해 감정평가가 곧 시작된다.

앞서 피해 규모 산출액을 두고 한전 전력구 비상대책위원회(이하 한전 비대위)와 한전은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전 비대위는 한국건설협회에 소속된 업체에 의뢰해 시설물 복구 공사비용을 450억원으로 산출한 반면, 한전은 지난 2020년 당진시에서 수행한 건축물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약 25억원으로 산출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450억vs25억..엇갈린 부곡공단 피해 금액, 1420호)

특히, 지난 2021년 한전은 피해업체 A업체와의 소송에서 법원이 ‘대한토목학회를 통해 피해영향범위를 다시 조사해 제출하라’고 결정한 것을 두고 “법원의 것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며 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이 때문에 비대위는 법원에 대한토목학회는 한전에서 추천한 사람들인 만큼 특수 감정인이 감정평가를 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그리고 지난 1월 법원은 법원에 소속된 특수 감정인이 피해 감정평가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고, 이르면 2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피해 감정평가가 시작된다.

지난 14일 저녁 6시 40분경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된 한 업체의 가스 배관에서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직원들은 오전부터 가스 냄새를 맡았고, 저녁까지 이어진 가스 냄새에 배관 검사를 실시해 누출을 확인했다.
지난 14일 저녁 6시 40분경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된 한 업체의 가스 배관에서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직원들은 오전부터 가스 냄새를 맡았고, 저녁까지 이어진 가스 냄새에 배관 검사를 실시해 누출을 확인했다.

한전 비대위 송근상 위원장은 “피해 감정평가가 굉장히 중요한데, 한전은 본인들이 추천한 사람들이 해야 한다며 토목학회에서 감정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것을 법원에서 받아들였다”며 “그래서 한전 비대위는 법규에 나와 있는 대로, 그리고 특수 감정인이 피해 감정평가를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재판을 몇 달 끌었다. 다행히 법원은 우리의 입장을 받아들였고, 피해 감정평가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동안 피해 범위 구역에 대한 입장이 달랐지만, 이번 가스 누출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만큼 피해 산출액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피해 감정평가는 이르면 7월에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7년 한국전력은 전력구 공사를 시작했으나, 과도한 지하수 유출 원인으로 부곡공단 일부에서 지반침하가 발생됐다. 이후 전력구 공사는 중지됐지만, 부곡공단의 물적 피해 규모는 점차 커지는 상태다.

지반침하로 인해 부곡공단 인근 업체들은 폭발성 물질 사고 위험에 노출돼있는 등 정밀안전진단 안전성 평가에서 대부분 D등급을 받았으며, 지난해 5월에는 당진시가 부곡공단 지반침하 피해 업체 13곳 가운데 4곳을 중점 관리대상으로 지정했다.(관련기사:부곡공단 지반침하 4개 업체 중점관리대상 지정, 14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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