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유정 명궁(名弓) 고한준 이사

어슴푸레 해가 물러나기 시작한 저녁시간. 남산에 위치한 학유정에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무슨 일인가 살펴보니 ‘고한준이사 5단(名弓) 합격’이라는 플랜카드가 걸려 있었다. 명궁, 과연 저 명궁이란 표현은 무엇일까?
최근 영광의 육일정에서 진행된 제133회 전국 승단대회에서 고한준씨는 5단에 합격했다. 그리고 이 5단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장 먼저 5단 승단에는 전통활로만 시험 응시가 가능하다. 그 아래인 1단부터 4단까지는 개량된 활로써 시험 응시가 가능한 것인데, 궁도의 대중화와 전통활의 어려움을 해결키 위한 배려다. 당연히 현대화, 기계화된 개량활과 전통활의 차이는 매우 크다. 
또 5단 합격 기준 역시 매우 높다. 145m의 표적에 화살 5발을 1순으로 해 총 9순(45발)을  내어(쏜다의 궁도 표현) 31발 이상을 명중해야 한다. 현재 학유정에는 5단 이상의 승단자는 고한준씨를 포함해 6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공인 5단 이상에게만 주는 명예 칭호가 바로 ‘명궁’이다.
고한준씨는 “사실 1순을 마치면 꽤 긴 시간동안 기다려야 합니다. 이 때문에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본 실력이 나오지 않죠. 순간순간의 집중력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라며 “사실 저 역시 5단 승단을 위해 10번째 도전했습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고한준씨는 말 그대로 ‘명궁’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전국체전에 충청 대표로 출전한 바 있으며, 당진시 대표로써 도민체전 입상 등 혁혁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고한준씨에게 명궁이 된 소감을 묻자 “두 어깨가 많이 무겁습니다. 궁도는 외적보다 내적인 면이 중요한 무예이자 전통스포츠입니다. 앞으로 후세에 궁도를 보다 잘 물려줄 수 있도록, 우리 전통 무예인 궁도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해주었다.
현재 당진에는 총 3곳의 활터가 존재한다. 기지시의 국수정, 신평의 망객정, 그리고 학유정까지. 이중 학유정은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학유정에서 5년간 궁도를 다져온 고한준씨는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별한 인연도 없었고, 특유의 자질도 없었지만 그는 끝없는 노력으로 명궁에 올랐다.
그는 “사실 저 역시 궁도를 나이 드신 분들의, 지역 유지분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매우 흥미로워보였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잘 기회가 맞물려 약 5년 전, 친구가 학유정에서 활동했고 자연스럽게 학유정에서 궁도를 시작하게 되었고 현재에 이르렀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인터뷰 도중 그가 내민 손은 과연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활과 맞닿은 모든 손 부위가 돌보다 딱딱한 굳은살로 박혀있었던 것. 발레리나의 험해진 발과 같은 국궁인의 아름다운 손이었다.
고한준씨에게 국도만의 매력을 물었다. 그는 “사실 궁도는 매우 어렵습니다. 전통무예로써 예절과 정신수양이 가장 중요하며, 무기(활)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궁도만의 매력은 뛰어나다고 생각됩니다. 145M의 과녁에 처음으로 첫발을 맞췄을 때의 기분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당진시민들도 함께 궁도의 매력을 느끼시며 함께 해준다면 우리의 전통무예를 더욱 후세에게 잘 물려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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