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삼재배농가 이 정 의 씨

▲ 43년간 삼을 재배하며 우리나라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이정의씨
농촌진흥청은 지난 2001년 대마의 환각성분을 획기적으로 줄여 저마약성 ‘청삼’을 탄생시켰다. 환각을 일으키는 테트라 하이드로 칸나비놀(THC) 함량이 재래종 대마의 5/1인 반면, 환각을 억제하는 칸나비디올(CBD)은 2배 이상 많아 환각효과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재래종 대마에 비해 줄기가 질겨 우수한 품질과 탄성이 좋아 도복에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삼은 당진군 10대 전략작목이며 아토피에 탁월한 효능이 있어, 전통삼베옷 뿐만 아니라 기능성 제품인 비누, 화장품 등의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손하경 기자 sarang418@hanmail.net


43년간 이어온 ‘전통’

당진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저마약성 청삼종자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반을 갖춘 전국 제일의 청삼 주산지로 떠오르고 있다. 청삼은 크게 삼베옷을 짜 입는 ‘섬유용 삼’과 종실(씨앗)을 짠 기름을 활용하는 ‘종실용 삼’으로 구분된다.


이미 청삼수확을 끝낸 고대면 슬항리 주민들은, 한쪽 다리를 걷어 부치고 길삼(삼실뽑기:삼에서 올실을 뽑아내는 일) 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 중에서 결혼 후 시어머니의 뜻과 전통문화계승을 위해 43년간 삼을 재배하고, 직조까지 한다는 이정의(65)를 만나볼 수 있었다.


“시집오면서부터 시어머니를 따라 삼을 재배하고 베틀로 베를 짜며 살았지요. 4년 전,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청삼을 알게 되었고, 재래종 삼에 비해 소득도 많이 올랐습니다.
무엇보다 재래종 삼을 재배했을 때는 오로지 삼베만 팔았는데, 청삼을 재배하고 난 후에는 종실유도 팔아서 새소득원이 되고 있지요”


공장 내부를 살펴보니 베틀을 비롯하여 종실유를 짜는 기계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그것들은 어린이에게 다양한 체험으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즐거움을 주며 함께 공부하는 좋은 학습자료가 되기도 한다.


“어린이들이 청삼 수확, 삼베 짜기, 천연염색 등의 체험을 즐기며, 삼베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고 무척 재미있어 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전통을 알게 되니 참된 교육이라 볼 수 있지요. 요즘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많아 종실유로 만든 비누는 특히 엄마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200여 평의 규모에 청삼을 재배하여 섬유용 70kg과 종실용 100kg 정도를 수확했다는 이씨. 현재 농가별로 가공공장에 갖춰진 시설로 작업 후, 공동판매하여 공동소득을 올리고 있다. 삼베옷(수의용)은 한 벌당 300만원을 호가하며, 종실유는 kg당 10,000원 정도의 고가에 거래된다고 한다.

청삼재배농가의 ‘크나큰’ 아쉬움

2005년 청삼연구회(회장 손명승)를 구성하여 현재 70여 명의 회원 중 40여 농가가 재배 중에 있다(청삼연구회원 기준임).


섬유용 삼을 3월에 파종하여 7월에 수확하고, 곧이어 종실용 삼을 파종하여 10월 말쯤 수확을 한다고 하니, 한 밭에서 두 종류를 수확하여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힘에 부친 노령의 농업인에게 효자작물로 불려지고 있음에도 이씨의 얼굴에는 약간의 그늘이 드리운다. 왜일까…


“예전에는 순을 도난당하는 일도 빈번했지요. 순이 없게 되면 열매가 맺지 않아 종자확보에 어려움이 있어요. 근데 청삼을 재배하고 난 후에는 도난당하는 일이 그나마 줄어들긴 했지만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지요. 특히 종실용 삼은 수확량에 영향을 미치게 되니,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 노인들이 죽으면 우리나라 전통삼베를 누가 지켜나갈지 걱정이 앞섭니다. 그나마 시골에 젊은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직장을 다니지 농사 지을려고 안해서 큰일입니다. 젊은 사람도 재배에 관심을 둘 수 있도록 홍보 활성화가 되고, 다양한 체험행사와 제품개발이 되어 농가소득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청삼은 재래종에 비해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았으며, 다양한 기능성 제품으로도 개발되어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긴 한숨을 보이는 이씨에게는 또 다른 바람이 있었고, 그것은 청삼을 재배하는 모든 농업인에게 공통된 아쉬움과 소망이기도 한 일이다.


“재래종에 비해 소득을 조금 더 올리는 것은 맞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는 먹고살기 힘이 듭니다. 청삼에도 소량의 환각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식용으로는 판매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요즘 장례문화가 많이 바뀌어 화장을 선호하는 탓에 값싼 중국산 수의를 구입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점차 판로가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앞으로 농촌진흥청에서 좀 더 노력을 기울여 주시어, 환각성분이 전혀 없는 삼을 개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점만 보완이 된다면 청삼을 재배하는 농업인에게는 그 이상 바랄 것이 없지요”
< 직거래 문의 이정의 ☎ 018-420-8345 >


삼베가 되기까지 간단히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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