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앞에서 벼 짓밟은 한전...막아서는 농민 대규모 연행
농민앞에서 벼 짓밟은 한전...막아서는 농민 대규모 연행
  • 최효진 기자
  • 승인 2021.07.17 18:00
  • 호수 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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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송전선로 건설 현장서 주민 6명 연행...업무집행 방해

[당진신문=최효진 기자]  당진 송전철탑 건설현장에서 주민들이 대규모로 연행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2일 ‘우강 송전선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북당진-신탕정 간 345kv 송전선로 구간 중 신평면 신당리의 끝자락에 위치한 33번 철탑 공사 현장에서 한전 규탄 집회를 이른 아침부터 개최했다. 충남도의회 이계양·이선영 도의원 그리고 당진시의회 최창용 시의장 등도 참석한 집회에서 주민들은 한전을 강하게 비판했다. 

주민들은 결의문을 통해 “철새도래지인 삽교호를 통과하는 구간의 지중화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면서 “철새들의 낙원이자 청정지역 우강의 보물인 삽교호 소들섬의 환경을 지켜야 한다. 지중화를 이루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강 주민들은 33번 송전철탑이 들어설 경우 이어지는 우강 구간의 협상이 당초 원하는 지중화(수중케이블화)가 요원해진다고 판단해 집회를 연 것이다.

사건은 집회를 마친 후 벌어졌다. 공사 중단을 규탄하는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전 측이 논의 벼를 밟으며 공사를 진행하자 일부 주민들이 폭발해 작업을 진행 중인 포클레인을 온몸으로 막아섰다.

북당진-신탕정 간 345kv 송전선로 구간 중 신평면 신당리의 끝자락에 위치한 33번 철탑 공사 공사 현장. 지난 12일 한전측이 논의 벼를 밟으며 공사를 진행하자 일부 주민들이 포클레인을 온몸으로 막아섰고, 업무집행 방해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북당진-신탕정 간 345kv 송전선로 구간 중 신평면 신당리의 끝자락에 위치한 33번 철탑 공사 공사 현장. 지난 12일 한전측이 논의 벼를 밟으며 공사를 진행하자 일부 주민들이 포클레인을 온몸으로 막아섰고, 업무집행 방해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북당진-신탕정 간 345kv 송전선로 구간 중 신평면 신당리의 끝자락에 위치한 33번 철탑 공사 공사 현장. 지난 12일 한전측이 논의 벼를 밟으며 공사를 진행하자 일부 주민들이 포클레인을 온몸으로 막아섰고, 업무집행 방해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북당진-신탕정 간 345kv 송전선로 구간 중 신평면 신당리의 끝자락에 위치한 33번 철탑 공사 공사 현장. 지난 12일 한전측이 논의 벼를 밟으며 공사를 진행하자 일부 주민들이 포클레인을 온몸으로 막아섰고, 업무집행 방해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이덕기 대책위 위원장은 “농민들이 공사 반대 집회를 하는데도 약 올리듯 벼를 짓밟고 공사를 하는 한전을 보면서 기가 찼다. 이는 우리 농민들을 무시하는 것이고, 주민들을 얕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시간 대치 속에 집회 시작부터 배치되어 있던 경찰은 주민들에게 업무 방해를 수차례 경고했고, 결국 5시간만인 오후 4시 20분 경 경찰은 주민들의 연행을 시작했다. 

여성 주민 2명은 여성 경찰과 남성경찰이 함께 사지를 들어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 주민의 옷이 말려 올라가고,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자 한 경찰은 “어머니, 일어나서 걸으실 수 있잖아요.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라며 수차례 다그치기도 했다.

남성 주민들은 대체로 두 팔을 붙들린 채로 구호 정도를 외치며 경찰의 연행 과정에 저항하지 않으며 나왔지만, 한 주민은 부인이 사지가 들려 끌려 나가자 거칠게 항의했고, 결국 경찰은 논둑 쪽 바닥에 저항하는 주민을 눕히고 팔을 꺽어 수갑을 채워 연행해갔다.

당일 조사를 마친 주민들은 밤 9시를 넘기는 시간에 당진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방해다.

황성렬 당진시송전선로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한전이 벼를 짓밟고 논에 올라설 때는 경찰이 아무 제재도 하지 않았으면서, 주민들이 울분에 차 행한 최소한의 저항에는 대규모 연행으로 맞섰다”면서 “도대체 경찰이 주민들의 편인지 한전의 편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농민 자극한 한전...경찰 과잉 진압 논란

사태가 발생하자 당진환경운동연합은 13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통해 “한전은 집회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도 마치 주민들을 자극하기라도 하듯 공사를 강행했다”면서 “한전의 태도는 밀양에서 전국적 규모의 갈등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비판하며 주민들과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경찰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당진환경운동연합은 “분노한 주민들의 심정을 헤아리기보다 (주민들을) 강제 연행하고, 이 과정에서 비인권적 행태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정의당 충남도당 역시 논평을 내고 한전과 경찰을 비판했다.

북당진-신탕정 간 345kv 송전선로 구간 중 신평면 신당리의 끝자락에 위치한 33번 철탑 공사 공사 현장. 지난 12일 한전측이 논의 벼를 밟으며 공사를 진행하자 일부 주민들이 포클레인을 온몸으로 막아섰고, 업무집행 방해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북당진-신탕정 간 345kv 송전선로 구간 중 신평면 신당리의 끝자락에 위치한 33번 철탑 공사 공사 현장. 지난 12일 한전측이 논의 벼를 밟으며 공사를 진행하자 일부 주민들이 포클레인을 온몸으로 막아섰고, 업무집행 방해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한전은 이미 신평 구간의 경우 합의와 허가가 끝났으며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
경찰 역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당진경찰서 측은 “연행에 나서기 전 수차례에 걸쳐 주민들에게 업무 방해를 중단해 줄 것을 경고했다. 연행 과정 역시 절차대로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수갑 문제 역시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원칙대로 진행한 것이다. 더 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당진의 시민단체는 오는 19일 당진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며, 송전선로 대책위 측은 21일 양승조 충남도지사와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