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농민수당추진위원회 김희봉 위원장

“농민수당은 복지가 아닌 농업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
국방을 위해 국방비를 부담하듯 밥상에 투자를 하는 것”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최근 농민수당조례제정운동이 지난해 첫 시행된 전남 해남군을 필두로 전국적으로 퍼져가고 있다. 충남에서도 도내 12개 농업관련단체로 구성된 충청남도농민수당조례제정추진운동본부가  지난 8월 5일 주민발의를 위한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당진의 농민들도 당진시농민수당추진위원회(위원장 김희봉)를 구성해 월 20만원의 농민수당을 당진 관내에서만 사용가능한 수단인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당진시농민수당지급조례안> 주민발의를 위한 서명운동을 8월 14일부터 시작했다. 이에 당진시농민수당추진위원회 위원장이자 당진신문 객원기자인 김희봉 위원장을 만나 농민수당에 대해 물었다.

당진시농민수당추진위원회 김희봉 위원장
당진시농민수당추진위원회 김희봉 위원장

농민수당 움직임이 최근 충남 전역은 물론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농민수당의 개념조차도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농민수당은 쉽게 말해 농민들에게 지급하는 수당이다. 하지만 농민의 소득을 보전하는 게 아니다. 농민수당의 목적은 농민소득보전이 아니고, 도시인을 위해서, 농촌의 유지를 위해서 도시인과 합의를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 농촌, 농업을 유지하느냐, 포기할 것이냐의 문제다. 농촌을 유지하려면 시민, 도시인, 국민이 결단할 때가 왔다는 것을 뜻한다.

농촌을 유지하는데 도시인과 합의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추진하는 조례목적 또는 취지가 농촌의 유지이기 때문이다. 2~30년 후 농촌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시점에서 미래에 투자하는 농업정책으로써 도시인의 합의가 필요한 점이다. 현재 초중고생 누구도 장래직업선택에 있어 농업을, 농사를 짓겠다는 아이들은 없다. 농업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는 것이다. 많은 소득을 얻는 직업도 아니고 힘들고 어려운 일인데다가 사회적인정은 더더욱 없는 것이 농업이다. 농업에 대해 존중하지 않는 사회가 농업을 담당할 사람을 없게 만든다. 국가, 더 크게 보면 지구적 관점, 작은 범위에서 도시인을 위해서도 농업은 필요하다. 농민수당은 복지가 아닌 농업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인 것이다.

농민수당의 도입 필요성에 공감은 하지만, 다른 직업군과의 형평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당진시에서는 농가당 매월 20만 원 지급을 기준으로 할 때 연간 288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실 예산은 288억원 이상이다. 조례안에 따라서 월 20만원씩 1년에 240만원, 지급대상자를 대략 2만 5천명으로 생각했을 때 실질적으로 드는 예산은 연간 400억 원이다. 농민수당을 농민소득 보전의 개념으로 보면 연간 400억 원을 쓴다는 게 과하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월 20만원이라는 금액이 개개인으로 보면 크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농민수당이 필요한 이유는 상징적인 의미다.

상징적인 의미라면 어떤 의미를 말하는 건지?

농민수당은 젊은 미래 청년들을 위해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청년들이 농촌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을 심고, 지속가능한 농촌을 상징하는 것이다. 도시와 농촌이 공유하며 살 것인가의 연장선에서 농촌이 없으면 어떨까 생각해보면 국방을 위해 국방비를 부담하듯 지금까지 우리가 농촌에 가서 보는 산천과 가족이 다 같이 둘러앉아 먹는 밥상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어디에 할 것인가?

조례안대로라면 농민수당이 규모나 소득에 상관없이 지급대상농민에게 균등하게 20만원씩 지급된다. 실질적으로 농민수당은 농민들의 용돈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정책이 아닌 포퓰리즘(선심성복지정책)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균등한 지급액으로 인해 농민들 간 갈등이 생길 수도 있지 않나?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아직 표출된 것은 없지만 소득이 많은 농민과 그렇지 않은 농민의 관점에 따라서는 농지규모가 크면 더 수당을 받아야한다, 혹은 소득규모가 적으면 수당을 더 받아야한다고 생각하는 농민도 있을 것이다. 농민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중에서도 부농도 있는데 왜 농업에 혜택을 줘야하나?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농민수당은 복지가 아닌 정책이다. 자산을 중심으로 지급하는 것은 보편적이지 않다. 역으로 억대농민은 농업에 기여하는 바가 없나?라고 묻는다면 기여하는 바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도시의 직장인은 세금내고 국가로부터 혜택도 없는데 농민들만 수당을 주는 게 맞냐고 말한다. 단순하게 농민수당을 농민의 관점에서 보면 그럴 수 있지만 산업을 사회적 비용 발생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어떤가.

사라진 농촌으로 인해 농민이 도시로 몰리면 일자리 경쟁은 심화하고 도시빈민이 생겨난다. 또 국가가 지은 농촌의 학교들이 폐교하면 비어있는 학교가 발생하고 도시에는 또 다른 예산을 부어서 학교를 지어야만 한다. 이런 사회적 혼란에 필요한 사회적비용을 생각하면 그 이상의 예산을 절감하는 방법이 농촌을 유지하는데 있다.

당진시농민수당추진위원회의 향후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지난 14일부터 각계각층의 시민 3만명을 목표로 서명을 받고 있다. 서명기간은 법적으로 2019년 8월 14일부터 11월 13일까지로 3개월이다. 주민발의안은 19세 이상의 선거권을 가진 시민들 중 3%가 동의하면 발의할 수 있다. 농민수당 조례안은 통과여부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정해지는 것이 아닌 농민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농가수당이 아닌 농민수당으로 조례안을 준비했다. 가구당 지급하는 남성중심에서 벗어나 여성농민도 평등한 농민으로 농업정책이 필요하다. 농민들 스스로가 농산물 생산성에만 의미를 두지 않고 물, 토양, 환경보호,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고 농촌마을공동체를 유지해나가는 공익적 가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데 자긍심을 가지길 바라기 때문에 추진했다. 시민설득은 우리 농민의 책임이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더 이상 농업이 필요 없다, 수입농산물을 먹겠다하면 농민수당은 필요 없는 것이다. 우리아이들에게 당신들의 고향과 농촌, 생명산업을 보여주고 싶다면, 물려주고 싶다면. 빌딩숲에서 발생하는 공해를 산업으로만 해결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자연만이 해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농민에 대한 보상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도시인들을 위해 헌신해온 가치이자 도시인이 무상으로 누린 것. 농촌을 찾으면서 힐링을 받았던 농촌의 풍경들은 모두 뙤약볕에서 관절이 휘도록 노력한 농민의 땀인 것이다.

도시의 공원을 조성하고 관리하는데 400억 원으로 가능한가? 하지만 농촌은 커다란 생태공원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역으로 연 400억 원의 예산이 아까워서 농촌을 포기할 것이냐고 묻고 싶다.  세금을 더 거두고, 나에게 돌아올 혜택을 가로채는 것이 아니라 시에서 알게 모르게 낭비되는 예산을 줄이고 절약해서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예산으로 농업에 맞는 정책을 하는 것이다.

농민은 스스로 농촌의 꽃밭을 가꾸고 깨진 도로를 보수하지만 도시는 항상 인건비를 들여서 해왔다. 농민수당의 첫 목적은 새로운 정책으로 ‘농업을 살리겠다’는 게 첫 취지이며 공익적 역할에 대한 보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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