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 정의당 충남도의원

“도의원, 한 번만 하면 안 됩니다”

지난 해 어렵게 충남도의회 의원으로 당선되었을 때 노회찬 의원이 직접 축하 전화를 해주며 당부한 말이다. 사실 대학 졸업 후 학교 행정실의 비정규직으로 20여 년을 근무하던 평범한 여성 직장인에게 노회찬 의원은 직접 만나기도 힘들 것만 같던 유명한 정치인이었다.

노회찬 의원이 비록 거대 양당에 비하면 규모면에서 작디작은 진보정당 소속의 국회의원이었지만 그는 결코 작은 인물은 아니었다. TV 토론에서 그는 정곡을 찌르면서도 위트가 넘쳤고, 웃음 띤 얼굴로 토론을 하면서도 동시에 ‘삼겹살 불판’ 같은 뜨거움도 보여줬다. 

노회찬의 거대함은 그가 발 딛고 선 영토에서도 기인했다. 그는 6411번 버스 첫차에 몸을 실은 ‘투명인간들’과 함께 서 있었고, 갈 곳 없는 국회 청소 노동자들과 함께 숨 쉬었다. 대한민국에서 소외되고 처절했으며 외롭던 이들 곁에 서 있었으니 그 영토가 얼마나 광대했으랴.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가 어느 순간 정치의 절박함에 눈을 뜨게 됐다. 그리고 대중 정치인으로 나서게 됐고, 노회찬 의원과의 짧을지 몰랐던 인연도 시작됐다. 그와는 지방선거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함께 했다. 당선이 된 직후 직접 축하해주며 내 일처럼 기뻐해 주셨던 그 때, 수화기 너머의 그 따뜻함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고 노회찬 의원과 이선영 도의원
고 노회찬 의원과 이선영 도의원

노회찬 의원은 이상을 가슴에 품었지만, 진보정당의 능력을 끝없이 되묻는 현실주의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더 처절하게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했다.

“진보라는 정체성만으로 그리고 과거의 방식으로 차별화하기는 불가능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진보의 가치는 정치화되는 만큼 실현 된다”

그는 대중적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의당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를 원했고, 시대 과제에 맞게 진보정당도 진화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말과 실천도 꾸준했다.

척박하고 메마른 정치현실에서 첼로를 연주하며 대중의 마음을 녹였던 진보정치의 거두 故 노회찬 의원이 우리 곁을 떠 난지 1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가 뿌린 씨앗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꽃들을 피우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의 새로운 희망이라는 것을 그와 함께 한 모든 이들이 증명할 것이다.  

그를 그리워하며, 우리는 여전히 멈추지 않았고 당당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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