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 칭찬릴레이-17]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잔소리
[당진신문 칭찬릴레이-17]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잔소리
  • 배길령 기자
  • 승인 2019.07.13 06:00
  • 호수 12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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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이충호 씨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충호 씨(39)가 사회복지사가 된 건 우연히 친구가 사회복지과에 지원한다고 해서 따라 썼을 뿐이라고 웃었다. 하지만 그녀의 옛 기억 속에는 선명하게 자리 잡은 한 할머니의 모습이 있다.

“6살인가, 7살적인가? 학교를 다니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한 할머니가 까만 재를 뒤집어쓰시고 저희 집으로 오셨어요. 할머니의 집이 타버렸던 건지 잘은 모르겠는데, 음식을 달라고 했던 거 같아요. 근데 집에 어른이 아무도 없어서 할머니께서는 그냥 나가셨고 저는 저도 모르게 할머니를 뒤쫓아 갔어요.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던 50원짜리 동전을 할머니 손에 쥐어드렸던 기억이 나요. 그때 할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해요”

어릴 적 정미면에 살았다는 충호 씨는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자랐다. 부모님의 영향인지 그녀는 학교에서도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친구가 있으면 꼭 혼내주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요양시설을 찾아 친구들과 봉사활동을 했다.

그녀가 말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회복지사가 아닌 그녀를 상상하기 어렵다. 사회복지의 꽃에 비유되는 사례관리를 당진북부사회복지관에서 맡고 있는 이충호 사회복지사가 17번째 칭찬릴레이 주인공이다.

사회복지에서 사례관리는 대상자의 현 상황에서 종합적인 문제점을 발견하고 사례회의를 통해 지속적·체계적으로 도움을 주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복지서비스다. 사례관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상자의 자립과 문제해결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례관리는 사회복지에서 가장 어렵지만 아름다운 꽃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대상자를 살뜰히 챙기는 탓에 잔소리꾼이라고 불린다는 충호 씨는 큰딸로 어린 나이에 가장의 몫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잔소리하는 습관이 몸에 배였다. 그녀의 어머니가 2006년도에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10년간의 고된 암투병 끝에 작년에 돌아가셨다. 너무 일찍 가장이 되고 말았던 그녀는 대상자들의 막막하고 답답한 심정을 누구보다 더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저도 겪었던 마음이니까요. 어머니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시고, 아버지는 암이라고 했으니까... 착하게만 살아오셨던 분들인데 왜 이런 일이 생기나 싶고 동생들은 또 어떡하지, 나는 어떡하지, 정말 캄캄했거든요”

충호 씨는 복지관을 찾는 대상자들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더욱 신경 써서 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이를 안고 살길이 막막하다고 찾아온 어머니, 돌아갈 집이 없다는 사람들, 인생을 그만 포기하고 싶다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녀는 가장 필요한 것부터 하나씩 시작했다. 

“그분들의 절실함을 알죠. 이미 다 포기하고 싶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복지사로서 제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으로 도와주려고 노력해요. 살 곳이 필요하면 어떻게든 마련할 방법을 찾고,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면 또 그쪽으로 알아보고, 교육이 필요하면 교육서비스를 알아보고. 사례관리가 사회복지의 꽃이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가 스스로 자립하도록 돕기 때문이거든요. 그리고 때때로 찾아뵙고 또 연락드려서 힘든 일은 없는지 또 잘 지내고 계신지, 술은 안 드시는지, 운동은 꾸준히 하는지, 밥은 잘 챙기시는지 등 잔소리 아닌 잔소리가 또 나가고요”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해 열심히 돕는다는 충호 씨도 가끔은 일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대상자들로부터 험한 욕을 듣거나 함부로 대하는 태도에는 사람인지라 상처를 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면 가만히 집으로 가서 푹 자고 그들이 자신에게 쏘아붙였던 말 대신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귀 기울인다고 했다.

“사실 그분들은 쭉 혼자서 괴로움과 외로움 속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날카로운 말을 할 수 밖에 없을 거예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말 할 사람이 주변에 없었을 테고... 약해보이기 싫어서 되레 더 세게 행동하고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이해하려고하면 진심은 통한다고 정말 조금씩 찾아오는 변화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사회복지사이기 때문에 칭찬릴레이에 서는 게 맞는지 의아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따뜻한 잔소리가 그녀를 스치고 간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면 충호씨는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간섭 좀 그만하라고 험하게 윽박지르고 하시던 분들이 우물쭈물거리면서 ‘선생님 덕분에 살고 싶어졌어요’, ‘선생님 같은 복지사가 되는 게 꿈이에요’, ‘지나가는 길에 안부차 들렀어요’ 같은 말을 들으면 사회복지사로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평범하게 일상을 말하고 꿈꾸는 사회를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