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대학에서 공부하는 재미동포 학생이 6.25를 맞이해 고국에 왔다. 6.25 60주년을 맞이한 방문이었지만 학생은 이상했다. 전투에 참가한 선배가 많았다는 학교에 가보니 나라를 구하기 위해 학생신분으로 목숨을 걸고 참가한 학교 선배의 이름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더란 얘기다. 4.19혁명이니, 6.10민주항쟁이니 하며 많은 선배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비와 학교 발전 기부금을 낸 사람의 이름만을 찾아 볼 수 있었고,

대부분의 학생과 교직원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더 이상했다고 한다. 그 학생은 “독재와 권위주의에 대한 항거나 학교 발전 기금 기부행위가 나라를 위해 싸우며 기꺼이 목숨을 버렸던 행위보다 더 우위에 있는가”라고 준엄히 묻는다.

한 일간지의 보도에 의하면 전쟁에 참가해 살아남은 참전용사가 훈장을 달고 거리에 나섰다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으면 저렇게 훈장을 많이 받았을까”하며 수군 거리는 젊은이들의 말을 듣고는, 참담한 마음으로 다시는 훈장을 달고 다니지 못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아연 실색치 않을 수 없다.

최근 중국 신화사 통신은 ‘6.25는 북한이 남한을 선제공격하면서 시작된 전쟁’이라고 발표했다. 60년 동안 끊이지 않았던 북침설에 쐐기를 박는 보도였다. 이제 더 이상 6.25가 북침이라는 역사적 왜곡은 설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과거 김현희의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사건 때도 자작극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일부 불순한 동기를 가진 자의 말이지만 순수한 젊은 학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자극은 자극을 낳으며 퍼졌다. 그리고 1, 2차 연평해전 등을 거치면서 최근 발생한 천안함 침몰사건도,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며 북한의 소행이 아니길 바라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아니길 바라는 의도’를 위해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시비를 걸어서는 국익과 국격의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6. 25 60주년을 맞아 깊은 자성과 함께 ‘아니길 바라는 의도’를 위해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으고 정작 잊혀져 가는 전몰용사의 유가족과 어렵게 사는 참전용사에 대한 관심에 귀를 기울일 때가 왔다.
대한민국은 재미동포 학생의 준엄한 질문과 훈장을 뗄 수밖에 없는 참담한 참전용사의 말에 답해야 한다. 9만원의 참전 연금과 7만원의 노령 연금으로 60년을 버텨 온 이들에게 더 이상 고단한 삶을 강요해서는 국격을 유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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