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상에 비밀은 없다
[오피니언] 세상에 비밀은 없다
  • 당진신문
  • 승인 2019.06.08 06:00
  • 호수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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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종인 당진수필문학회장
류종인 당진수필문학회장
류종인 당진수필문학회장

[당진신문=류종인 당진수필문학회장]

전 직장에서 모셨던 J부장님이 서울로 떠나신 뒤로 삼십년만의 해후였다. 서울에 올 기회가 있거든 꼭 연락 달라시며 밥을 사겠다고 하신지도 몇 년이 흘렀다. 오랜만에 한국서도협회 총회에서 초대작가증서를 수여 할 테니 올라오라는 전갈을 받고 선배님께 전화를 드렸다.

특유의 반가운 기색을 하시면서 전철 논현역근처에서 만나자고 하셨는데 살고 계신 분당에서 오시기에 편리하고 내가 버스로 이동하는 점을 배려하신 장소였다. 역사를 끼고 돌아 중국집에 들어서자 주인장이 선배님을 맞이하는 모습에서 진객임을 단 숨에 알 수 있었다. 나는 카드부터 카운터에 맡겨서 식대를 부담할 요량이었다. 이를 눈치채신  선배님은 그럴 수는 없고 당신이 시골에 가거든 쓰라시면서 맡겨둔 카드를 돌려받게 하셨다.

전 직장에서 군 단위 최고책임자로 모셨는데 당신은 퇴직하면 시골로 가서 나무 전지나 하면서 살겠다는 포부를 자주 내 보이셨고 실제로 그렇게 하셨다. 하지만 어느 퇴직자의 가정과 같이 가족이 함께 이주하지 않고 단신으로 내려가 농장을 일구셨으니 빨래며, 취사며 살림 꼴이 되지 않더라는 말씀이셨다. 자녀들도 훌륭히 키우셔서 분가를 했고 삼성본사 뒤에 마련해 둔 오피스텔이 생활비를 해결해 준다고 하시면서 어머니 드리라시며 빵까지 사 오시는 자상함도 예나 다름이 없으셨다. 

삼십여 년 전 당시 농협에 경영상 위기가 닥치자 시군단위 사무소가 수익사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도록 했었다. 회원농협과 손잡고 연탄 공급사업을 했다. 어렵기는 했어도 사업의 위험성이 적어 나름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고 전국의 모범사례로 뽑히기도 했었다. 당시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회원농협을 위하여 군지부와 다른 회원농협직원들로 부터 성금을 받아 지원했던 일들이 주마등같다.

모시고 있었던 2년여 기간에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선배님의 철학은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말씀이셨다. 경영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고 어쩌다 후원금을 받으시면 직원들 야식비로 내 놓으셨다. 모든 결정은 공개리에 토의를 통해서 정하시니 조직 내 방침은 일사분란하게 선배님의 지시를 따르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확립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적폐청산 작업이 한창이다. 기실 그 적폐라는 것이 모두가 비밀리에 이루어진 일 들이다. 만약 공개적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면 적폐로 지목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사단事端이 되지도 않았을 것 들이다. 박근혜정부에서 저지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 연예계 블랙리스트, 세월호 사건 7시간 행적과 조사방해 의혹,  이명박 정권하에서의 도곡동 땅 차명의혹,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 BBK주가 조작 논란, 댓글을 동원한 부정선거, 국정원 특활비 유용사건 등 현란한 사태들은 ‘세상에 비밀은 있다’고 믿은 철학 없는 자들이 국정을 원칙 없이 운영해 온 결과임이 자명하다.

역사를 바꿔 놓은 광주사태 때 헬리콥터에서 시민을 향해 발포한 책임자를 밝히는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일본과의 위안부 문제 합의, 아랍과의 원전건설 이면계약, 과거정부의 대북송금사건,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수사 등 헤아리기조차 힘든 하고 많은 사건들이 ‘비밀은 있다‘고 믿은 데서 기생한 독버섯들이다. 요즘 여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성폭력문제가 미투 운동을 타고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남모를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삼십 년 만에 우리나라가 유치한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졌다, 그동안 북한 선수단, 응원단, 고위급인사의 방문 등에 우리가 부담한 비용내역을 공개하는 보도를 접했다.   문재인 정부는 흑막의 정치, 암흑의 정치를 투명한 정치로 바꿔 다음 정부는 이 정부를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정부기구와 정치권, 공공기관 등이 투명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들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 는 철학으로 무장해야 할 일이다

내가 자동차를 흰 색으로 바꾸고 옷도 가급적 흰 색으로 입을려는 생각은 음산한 마음을 벗어던지고 모든 것이 투명해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집의 댓돌에 새긴 무애无碍(거침이 없음)도 마음이 떳떳해야 가능한 일.... 국사든 개인사든 ‘세상에 비밀은 없다’ 는 철학으로 살고 일해야 한다. 오늘따라 J선배님의 가르침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