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 칭찬릴레이-10] "마을에 복덩이가 왔다"...경로당 복덩이 ‘김영희’ 씨
[당진신문 칭찬릴레이-10] "마을에 복덩이가 왔다"...경로당 복덩이 ‘김영희’ 씨
  • 배길령 기자
  • 승인 2019.05.18 08:00
  • 호수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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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과 항상 맛있는 밥 해먹고, 윷놀이하고 지내니까 속상할 일이 없잖아유”

“몸만 안 아프면 더 잘 할 수 있는데...앞으로 힘닿는 데까지 봉사하며 사려고요”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대덕 2통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마을 복덩이로 불린다는 김영희 씨(사진 왼쪽에서 3번째)
대덕 2통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마을 복덩이로 불린다는 김영희 씨(사진 왼쪽에서 3번째)

“복덩이여~ 어디서 이런 복덩이가 왔는지 모르겠어~ 우덜 밥도 해주고, 경로당 청소도 해주고! ”

대덕 2통 경로당의 어르신들은 마을에 찾아온 복덩이가 있다며 입을 모아 말했다. 경로당 어르신 50여명의 밥을 혼자서 책임지고 경로당 청소를 도맡아 치우며 등대지기마냥 경로당지기가 된 김영희 씨(63)는 어르신들의 15년 지기 친구로 함께 해오고 있다. 

15년 전쯤 삼봉리를 떠나 대덕리로 이사 왔다는 김영희 씨는 한평생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남편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청양에서 석문 삼봉리로 열여섯의 어린 나이에 스스로 선택해 시집을 왔다. 가난한 집안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를 입학해야하는 나이에도 남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며 학교는 가본 적도 없어 지금까지 한글도 모르고 이름 석 자만 알고 살았다.

“친정아버지가 노름으로 빚지고, 우리 집이 딸 다섯에 아들 하나라 먹고 살기도 힘들었어요. 학교는 생각해볼 수도 없고 어머니 아버지 덜 힘드시라고 제가 시집을 간다 그랬어요”

맏며느리로 시집을 와서 시댁어른을 모시고 살며 남편의 이유 없는 폭력에도 자식들을 지킨다는 일념하나로 지독한 날을 버텨왔다. 집안 살림에 관심 없는 남편대신 밭농사, 논농사며 안 해본 것이 없고 식당일, 청소 일까지 궂은 일이 궂은 줄 모르고 자식들 공부시키자고 열심히 살아온 어머니의 몸은 허리협착증과 닳아버린 무릎연골로 안 아픈 곳이 없는 몸이 되었다.

“가끔은 너무 속이 답답해서 산에 가서 소리를 지르고 울고... 늙으면 덜 때리겄지, 그러겄지 그러며 자식들만 보고 지난 세월을 참고 살았어요...”

지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던 어머니의 눈가는 금세 촉촉해졌다가 이곳으로 와서는 행복하기만 했다며 이내 미소로 바뀌었다.

“여기 마을에 와서는 경로당 어르신들과 항상 맛있는 밥 해먹고, 같이 윷놀이하고, 놀고 TV보고 지내니까 속상할 일이 없잖아유”

특히, 지난 세월을 잊게 하는 것이 김영희 씨에게는 봉사였다.

“집에 혼자 있으면 속이 복잡하고 머리가 아파오려고 그래요, 그러면 경로당으로 뛰어가유. 가서 경로당 청소를 하든, 어르신들과 같이 있으면 좋은 쪽으로 생각할 수 있고 기분도 나아지고”

자신이 험하게 살아온 것과 달리 자식들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 하나로 매일 경로당을 찾아와 어르신들을 도우며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김영희 씨는 요즘은 큰 아들이 집으로 오는 바람에 경로당과 아들의 밥을 챙겨 두 집 살림을 한다고 웃었다.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장을 보고 와서 찌개, 국 , 세네가지 반찬을 만들어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어머니는 혼자서 음식을 척척 만들어 내는 데에는 이미 이골이 나 그저 어르신들이 잘 잡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몸만 안 아프면 더 잘 할 수 있는데 앞으로 힘닿는 데까지는 경로당에서 봉사하며 사려고요. 그게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