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 칭찬릴레이-9] “반찬 조금 해다주는 건디 뭘”...복석숭 할머니의 나눔
[당진신문 칭찬릴레이-9] “반찬 조금 해다주는 건디 뭘”...복석숭 할머니의 나눔
  • 배길령 기자
  • 승인 2019.05.11 08:00
  • 호수 12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고픈 심정을 잘 아니께 먹을 게 생기면 나눠 먹는 거지”
“이장이 그래, 도움 받을 양반이 도움 드리고 다닌다고”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동네 유일한 꽃 담벼락에서 활짝 웃으시는 복석숭 어머니(77)
동네 유일한 꽃 담벼락에서 활짝 웃으시는 복석숭 어머니(77)

“말로 다 못하지... 운전수가 서울서 병원이라고 연락이 왔어. 병원이라고 하니께 ‘어디 다쳤나, 갑자기 아프나’하면서 병원을 갔더니 글쎄 남편이 죽었대요. 얼마나 기가 막힌 지...”

스물일곱, 그때 당시에는 늦은 나이로 시집을 왔다는 복석숭 할머니(77)는 남편과 10년 남짓 짧은 부부의 연을 끝으로 사별했다. 부부는 40년 전 면천 죽동리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다. 남편은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서울로 야채를 팔러 갔고 차에 올라타던 모습은 그 날로 마지막이 되었다.

돌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남편의 부재에 홀로서기를 감당해야했던 복석숭 할머니는 면천의 집을 떠나 당진으로 왔다. 처음 당진으로 와 남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면서 난방조차 들어오지 않는 방에서 매일 밤 아이들을 꼭 끌어안고 잤다.

“여름은 괜찮아. 근데 겨울이면 그렇게 추운데 불을 땔 수가 없어, 집 자체가 불을 땔 수가 없게 되어 있어서 애들은 그저 추운 줄도 모르고... 그렇게 4번의 겨울을 그 방에서 보냈슈. 밤이면 내가 가운데 눕고 양쪽으로 자식들을 눕히고, 추우니께 내가 꼭 끌어안고 잘라구”

어려웠던 시절 안 해본 일 없이 돈 되는 일이라면 몸이 축나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일했다는 할머니는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어려운 어르신들을 보면 지나칠 수가 없다.

“한 동네 살면서 노인네들이 홀로 사는 거 보면 반찬 조금 해다 주는 게 뭐가 어려워. 걸음도 어렵고 잘 움직이지도 못하시는 분들이 음식이라도 맛있게 잡수고 하면 그게 즐거움이쥬.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뭐 대단하다구...”라며 복석숭 할머니는 부끄럽기만 하다.

할머니가 어르신들을 돕기 시작한건 젊은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들 키울 때도 홀로 계시는 노인네들 보면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어. 밥 때가 돼서도 밥을 굶기 일쑤고 반찬 없이 맨밥만 드시고... 반찬을 몇 번 가져다 드렸더니 너무 고맙다구 여러 번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 계속 할 수밖에 별수 있간?”

음식을 만들 때마다 이집 어르신, 저집 어르신을 생각하며 만든다는 할머니가 어르신들을 찾아뵐 때 가장 많이 하는 반찬은 된장찌개와 콩나물국, 시금치나물과 시금치된장국, 김치 등이다. 할머니는 홀로 계신 어르신 댁을 방문하기도 하고 집에서 반찬을 만들어 방문하기도 한다.

요즘 복석숭 할머니는 항상 밥 때가 되면 집으로 찾아오던 동네할머니가 요양원으로 가시는 바람에 많이 적적하다.

“항상 점심때만 되면 오셨던 할머니가 있어. 나나 할머니나 혼자고, 같이 점심을 먹고 그랬는데 몸이 편찮아지셔서 요양원으로 가셨지. 그래서 요즘은 많이 적적해. 근데 그렇게 오래 뵀는데 나도 할머니도 서로 이름도 몰라..”

할머니의 하루는 부지런함이 몸에 배어 아침 일찍 한바탕 밭일을 다녀오고 아침밥을 지어먹고 밭에서 나온 작물들로 반찬을 만들어 동네 어르신들을 찾아뵙는다. 같이 점심을 먹기도 하고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하며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는 친한 동네 분들이 많이 모이는 미장원을 찾아가 놀다 시장통에서 옷수선을 하는 이옥희 할머니네 가서 반찬을 만들어 드린다.

“이옥희 할머니가 90을 넘기시고도 옷수선을 하실 정도로 눈이 밝으신데 기운이 없으시다고 음식은 못해. 그래서 오며가며 알게 되어서 내가 반찬을 만들어 드리고 그러지”

할머니는 동네 자투리의 묵히는 땅에 깨, 고구마, 땅콩, 시금치 등 조금씩 밭농사를 지어 동네 분들과 나누기도 한다. 또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어르신들을 돕고 싶다.

“내가 배고픈 심정을 잘 아니께 먹을 게 생기면 나눠 먹는 거지. 이장이 그래, 도움 받을 양반이 도움 드리고 다닌다고. 허허 그래도 나는 아직 움직일 수 있고, 또 있으면 대접하고 없으면 못하는 거니께. 집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 여기저기 가보는 게 나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