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전국민이 숙연한 분위기속에서 발만 애타게 구르고 있다. 분분한 침몰 원인을 놓고 선체가 인양 되어야 정확한 원인을 밝힐 수 있다지만 인양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고개를 떨구며 때론 눈물을 흘리며 질문에 답한 생존자의 기자회견을 들어보아도 국방부 대변인의 정황보고를 들어 보아도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실종자 수색이나 선체 인양 작전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성공해야 한다. 그리고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 책임 있는 자에게 책임을 지우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만이 사고 후 국민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 준 군의 믿음을 회복하는 길이다.
한주호 준위의 죽음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한다. 차가운 물속에 남아 있을 동료를 생각해 기꺼이 자신을 바다에 던진 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해군은 천안함의 유류품이나 실종자를 찾기 위해 인근 해역에서 조업중이던 쌍끌이 어선 10척을 동원, 수색 작업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4월 2일 저인망식으로 실종자 수색작업을 마치고 인천으로 회황하던 쌍끌이 어선 금양 98호가 오후 8시 30분경 대청도 서남방 55Km 해역에서 마지막 조난신호를 보낸 뒤 침몰했다. 인도네시아 선원 2명을 비롯 9명이 탄 금양98호는 캄보디아 어선과 충돌, 침몰하여 2명이 사망하고 남은 7명은 실종된 것이다. 천안함 구조작전에 동원된 인원 중 무려 10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쌍끌이 어선의 선주와 선장은 좀 무리한 작업이긴 했지만 아들같고 동생같은 46명의 해군 실종자를 생각해 기꺼이 나섰으나 사고를 당한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그들은 비록 회항 중이긴 했지만 군 작전에 동참하다 변을 당한 것이다. 그러나 군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군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침몰된 어선의 가격보다 인양하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인양하기 어렵다는 것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금양 98호 안에도 수색 작업에 참여한 어부의 주검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음을 외면해선 않된다. 또 2명의 사망자 영안실에는 그 흔한 군의 조화 하나 볼 수 없는 썰렁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니 기가 막힌다. 사고를 당한 9명의 어부는 모두 40-50대의 독신이었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조업하는 이들이 배우자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들의 사망과 실종 소식에 아무도 울고, 실신하고,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가족이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 차가운 바다에 있을 그들의 길이 춥고 외롭지 않도록 정부와 군이 나서야 한다. 사회적 약자의 의로운 죽음에 더 큰 숭고함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고 한주호 준위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의로운 죽음에 차별이 있어서는 이 사회에 미래는 없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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