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이선영 도의원(정의당)

[당진신문=이선영 충남도의원]

지난 9일 이른 아침 서울에서 내려 온 故 김용균 청년 노동자의 노제가 그가 마지막까지 일했던 태안화력발전소의 9호기와 10호기 옆에서 치러졌다.

24살 비정규직 청년이 당한 끔찍한 사고는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그가 당한 사고도 충격이었지만 성실한 청년이 그렇게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다는 사실 또한 우리를 더욱 죄책감에 빠지게 했다.

하지만 산업현장의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죽음의 그림자는 항상 드리워져있다.

2018년 상반기 동안 충남에서 벌어진 산재사고 사망자수가 26명이다. 사망까지 이르지 않았지만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는 1,951명이다. 태안화력의 사고 직후에도 예산의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끼임 사망사고를 당했다. 당진의 부곡공단에서 일하던 가스폭발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병원 치료 중 결국 사망에까지 이르게 됐다. 생계를 이어 나가기 위해 출근했던 노동자들이 주검이 되어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우리 노동자들에게 너무 가까이 있다.

다행히 유족과 동료들의 적극적인 투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일부 개정됐다.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여전히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은 보장되어있지 못하다. 여전히 부족하다는 뜻이다. 산재 사고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무겁게 할 수 있는 ‘기업살인법’의 제정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라는 점은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산업 현장에는 물리적 위험만 있지 않다.

충남에는 갑을오토텍, 유성기업, 파인텍 등 노사갈등이 장기적으로 계속되는 사업장이 유난히 많다. 이들 중 일부는 자본가가 적극적으로 노조파괴 컨설팅을 받아 조합원들을 괴롭히고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장기 투쟁 사업장들에서 일하는 우리 충남의 노동자들은 심각한 우울증과 트라우마를 겪는다. 심지어는 생명을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까지 내 몰리고 있다.

우리 도민의 심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심각한 ‘위협’에 대해 충남도는 그동안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지방정부는 도민의 삶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해야 할 막중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노동환경 및 실태조사 등을 통해 기본적으로 실태 파악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도에서는 기본적인 데이터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유관기관 협력체계도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도에서 충남의 모든 기업들의 산업안전과 노동인권을 감시하고 개선하는 민관협의 TF팀을 구성해야 한다. TF팀의 역할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안전에 관한 데이터를 파악하는 것이다. 또한 지방노동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태파악을 거친 후 ‘산재 제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TF를 구성할 때부터 노동 및 인권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여 ‘산재 제로’ 계획수립과 이후 집행 과정의 모니터링 필요하다.

특히 이 모든 절차에서 당사자인 현장 노동자의 의견 수렴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으며 바로 그들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면 전담부서를 만들어서라도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현장을 만들어야 한다. 충청남도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속적인 컨설팅을 통해 중재에 나서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충청남도는 ‘기업하기 좋은 충남’을 넘어 ‘노동하기 좋은 충남’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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