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현대제철 비정규직 60%의 임금 수준은 '차별'
인권위, 현대제철 비정규직 60%의 임금 수준은 '차별'
  • 최효진 기자
  • 승인 2019.01.23 20:19
  • 호수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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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목욕장 등 사내 시설 차별도 시정해야
근로자지위확인소송·근로감독에 영향 끼칠 듯

[당진신문=최효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이하 인권위)가 현대제철이라는 대규모 제조업 사업장의 ‘비정규직 차별’에 대해 처음으로 시정권고를 내렸다.

인권위가 23일 업체 익명으로 발표한 사내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복리후생 등 차별에 대한 결정문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이미 지난 11월 초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들에게 차별시정 권고를 내릴 것임을 통보한 바 있다. 당시 노조 측은 길어야 3주 정도에 최종결정문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보다 늦어졌다.(관련기사: 인권위, 현대제철에 비정규직 차별 ‘시정권고’ 결정, 본지 1228호)

인권위는 이번 결정문을 통해 현대제철에게 두 가지에 대해 시정권고를 내렸다. 첫째는 현대제철 내의 불합리한 차별 시정을 위한 적정 도급비 보장을, 둘째로는 사업장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가 차량 출입 및 개인사물함과 같은 비품 제공 등에 있어서 달리 취급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사실 이번 결정문 발표는 현대제철 당진공장과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조가 지난 2017년 4월 19일 진정서를 제출한 지 21개월만이다.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명절 귀향비, 체력단련비, 경조비 등의 지급과 자녀교육비, 의료비, 차량구입 등의 복리후생상 처우가 현격하게 낮다”고 지적하면서 동시에 “개인 자가 차량 출입, 목욕장 탈의실 개인사물함 등 비품 등에서도 사업장내 시설 이용에 있어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면서 1,700여명의 서명과 함께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측은 △비핵심공정 수행 △복리후생 등의 처우는 협력업체의 책임 △주차공간 부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과 동일사안으로 각하 사유 존재 등의 이유를 들며 반발했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의 인권위 앞 선전전 모습(사진제공 당진의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의 인권위 앞 선전전 모습(사진제공 당진의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하지만 인권위는 첫 번째 진정인 금전적 처우 개선에 대한 요구에 대해서는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평균 급여액은 현대제철 소속 근로자의 약 60% 수준”이라면서 “이는 근속연수의 차이로 인하여 전체적인 급여 수준의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저한 급여 수준의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판단했다. 또한 인권위는 (금전적 차별을 막기 위한) 적정한 도급 대금을 보장하도록 노력할 책임이 원청인 현대제철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두 번째 비금전적 처우에 대해서 인권위는 차량 출입의 일체 배제와 목욕장 사물함 사용에 있어서도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당진공장 홍승완 지회장은 “현대제철 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받는 차별 시정 요구가 대부분 인정은 된 것은 분명한 성과”라면서 “다만 아쉬운 것은 원청의 책임을 인정했다면 도급업체에게 적정한 도급비를 지급하라고 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직접 교섭에 나서게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의 기자회견 장면
금속노조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의 기자회견 장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영향 줄까?

한편 이번 인권위는 이번 시정권고를 통해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법원은 물론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증거자료를 상당부분 인정했다. 이 때문에 노조가 제기한 법원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과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관련기사:금속노조, 현대제철 ‘특별근로감독’ 실시 재차 요구, 본지 1228호)

인권위는 “현대제철이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복리 후생에 있어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는 지위에 있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사건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증거자료들에 비추어 볼 때 현대제철은 사내 협력업체들과의 사실상의 협의 등을 통해서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의 작업 방식 및 작업 시간, 복무 등 근태관리 등의 결정에 있어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대제철이 사내하도급 근로자나 그들이 가입한 노동조합인 이 사건 비정규직지회의 동향을 파악하고, 집단행동 발생·우려 시 복무관리,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각 협력업체들에게 명확한 의사를 전달하는 등의 행위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서 인권위가 확인한 자료들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법원과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증거의 내용들로 보인다.

현재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은 2심이 진행중이며,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 당진공장과 순천공장의 현장실사를 지난 해 11월 13일부터 올해 1월 13일까지 진행한 상태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정문
현대제철 당진공장 정문

현대제철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24,315명 중 약 52.8%인 12,847명이 소속 외 근로자다.(2018년 3월 31일 기준) 소속 근로자보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더 많은 기형적인 대규모 사업장의 차별이 이번 권고로 시정이 될 수 있을지 현대제철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