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회 반발 움직임 속에 당분간 대행체제로 정상화

[당진신문=김희봉 객원기자] 자발적인 ‘농민의 대의기구’라는 긍정적 평가와 ‘또 다른 옥상옥’이라는 부정적 평가 속에 출범한 당진시농업회의소가 출범 1년 만에 박유신 초대회장(전 농민회 회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파행을 겪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21일 열린 당진시농업회의소 창립행사.
지난 2017년 11월 21일 열린 당진시농업회의소 창립행사.

이번 사태는 박유신 회장 등 회원들이 지난 4일 충남농어업회의소 창립총회에 다녀온 뒤 긴급 개최한 임시회의에서 사무국장 급여문제, 박 회장의 조직운영에 대해 대의원들이 문제를 지적하자 책임지고 물러나게 되면서 벌어졌다.

갑작스런 사퇴 이유는?
사실 당초 농민회 출신이었던 박유신 회장이 농업회의소 참여를 제안할 때부터 농민회 대다수 간부들이 참여를 반대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민회가 FTA수입농축산물 반대투쟁과 쌀값보장, 농협개혁, 사회민주화운동 등에서 다른 농민단체와 다른 결을 보여 왔고, 상급단체인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충남도연맹이 역시 농업회의소 불참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농업회의소에 대해 처음부터 반대했다는 당진시농민회 한 간부는 “특히 이번 정부 밥쌀 수입과 쌀 목표가 결정에 대한 반대투쟁과 같은 농민권익문제에서 농업회의소 참여농민단체는 농민회와 공동행동에 나서지 못했다. 이들과 어떤 사업을 할 수 있겠나? 한다면 축제행사나 행정기관의 들러리 역할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당진시농민회 한기준 정책실장은 “박 회장이 농민회 정신을 갖고 농업회의소를 운영해보려 했지만 시청의 소극적인 지원, 노선과 생각이 다른 타 농민단체들과 충돌해서 사퇴했다고 본다. 그래서 처음부터 농민회가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농민회 이종섭 부회장은 “지난번 농민회상임위원회에서 박 회장의 사퇴 보고를 받고 참석했던 대부분의 상임위원들이 농민회의 즉각 탈퇴를 요구했지만 김영빈 회장이 ‘더 지켜보고 심도 있는 논의 후에 결정하자’고 해 미룬 상태”라면서 “문제는 초기 농업회의소 운영에서 쌀값 보장이나 농협수매가 대응 등 시청이나 정부를 상대로 농민을 위한 정책제안이나 요구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유신 전회장은 “모든 것이 내가 부덕해서 이렇게 됐다. 특히 농민회의 조직적 결의로 참여했던 만큼 사퇴 할 때에도 농민회와 충분히 협의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으로 판단해 사퇴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다만 사무국장 급여 등 재정문제와 구성원들의 일정을 맞추다보니 회의를 제때 개최하지 못한 것은 앞으로 새로운 지도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조직 추스르기 나선 농업회의소
회장사퇴 후 조직 추스르기에 나선 차재준 부회장(전 당진시농민단체협의회장)은 “박 회장이 사무국장 임금과 회의실이 없어 걱정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회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사퇴문제도 회의 중에 대의원들이 6월 달 이후는 지급하지 말았어야 할 사무국장의 임금을 지급한 것을 지적하니까 사퇴한 것”이라며 “이제 사무실도 경영인사무실 사용하기로 했다. 앞으로 나는 회의소가 정상화 될 때까지 봉사정신으로 사무국장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업단체의 모 대표는 “농업회의소 사태가 수습되어 정상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문제가 언론에 나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박회장이 농민회 출신이어서 협조를 안했다는 것은 근거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이열용 당진시농민단체협의회 신임회장은 “박 회장이 법제정이 안 되어 어려울 때 고생 많이 했다. 잡음이 있어서 사퇴했지만 이제 여러 사람의 고견을 들어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당진시농업정책과 김민호 과장은 “출범 후 농업회의소가 일을 제대로 못 한 것은 사실이다. 중간에 회장 사퇴 등 파행을 겪었으나 다행스럽게도 내부에서 잘 수습하고 있다. 농업정책과장으로서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면서 “향후 농업회의소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농민단체협의회는 해체돼야 하고 보조금 지원도 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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