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가 어떠한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공지영》 독후감
이 종 미 / 신성학원장. 시인 . MBTI심리상담사

마을 앞산을 오르다 보면 어김없이 갈림길이 나온다.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바라보며 아주 짧지만 깊은 고민을 하게 되고 결과는 익숙한 길을 선택한다.
공지영의 ‘네가 어떠한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책을 읽은 후 똑같은 갈림길에서 행복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나는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걸었고 그러다 보니 그 길은 갈림길이었지, 단 한 번도 반대 방향에서 바라보면 두 길이 서로 만나 합쳐지는 화합의 길이었음을 몰랐었던 것이었다.


딸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눈높이를 맞췄다는 자만심과 나의 분신이라고 여겨져 쉽사리 떼어놓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떤 삶을 살든 정말로 나는 온전히 그 아이의 뜻에 따라 응원할 수 있는지 20년 동안 키우면서 수없이 자문을 하였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대답은 얻지 못한 상태였다.


이러한 고민은 비단 공지영 작가와 나 단 두 사람만의 고민은 아닐 텐데 어디에도 그 해답은 없었던 것이다.
영화나 도서류를 가끔 메스미디어들이 근거 없이 부풀려 머리끝까지 잔뜩 기대를 가지고 잔치에 참석했다가 실망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평소 베스트셀러는 먼저 도서관에서 빌려 보다가 괜찮다 싶으면 구입하는 습관이 있다.


그러나 공지영 작가와 나는 같은 해에 태어났고 또한 비슷한 또래의 딸아이를 둔 엄마라는 공감대와 ‘봉순언니’,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책을 읽은 후 선 굵은 남성적인 서사문학에서 벗어나 일상의 삶을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 본 페미니즘적인 문학의 선두주자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들을 쏟아내는 작가라는 생각으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필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을 내 손으로 직접 선택했다.


결과는 참 잘했다. 아니 내가 먼저 읽고 나의 큰딸에게 물려주려던 마음을 돌려 한 권을 더 샀다.
목차부터 살펴보면 3년 25행으로 시를 엮어놓은 듯이 제목이 짜여 져 있다. 물론 각 제목의 내용들이 엄마로서 잘 해주지 못하거나 딸 위녕의 마음을 읽지 못한 점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의 진솔한 경험에서 나온 사랑, 우정, 직업, 삶의 방향 등을 밝히는 내용들이다.


또한 자신이 그 동안 읽었던 책 중에서 공감했던 문장과 그 이유를 딸의 입장에서 조곤조곤 대화 하듯 깨달음을 전달하고 있다. 편지글마다 위녕에게 썼다고는 하나 독자인 나에게 썼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지면 상 25개의 소제목 중 감명 깊은 문장을 다 옮길 수는 없지만 몇 개만 옮기자면 먼저 딸아이의 가슴에 물처럼 흐르며 마음의 양식이 되는 ‘인성’을 간과하지 않았다.


포리스트 카터의 ‘네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인용하며 ‘네가 한 거친 말들이 사라지지 않고 이 지구 위를 떠돌다가 나무나 냇물 눈송이에게도 내려앉을지도 모르고 우리는 그 나뭇잎이 길러 낸 과일을 먹고, 그 물을 마시고 그럴지도 모른다.’라는 문장이 있다.


또 안소니 드 멜로 신부님의 ‘깨어나십시오’를 인용하며 변화는 자신을 비난할 때보다는 자신을 사랑하는 힘에서 오고 이기심이란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내 삶을 사는 것이 아닌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남을 살도록 강요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라라는 아이나 청소년에게도 필요한 말이지만 지구상에서 숨 쉬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겐들 필요 없는 명언일까?


다음으로 사랑에 관해서도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인용하며 “예방주사도 자국이 남는데 하물며 진심을 다한 사랑의 끝에 쿨한 정도로만 마음이 아팠다면 뇌의 일부가 손상되었던가 아니면 그와 한 영혼이 되고 싶지 않아 진정 마음의 살을 섞지 않은 결과”라고 했고 또한 사랑은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는데 다만 사랑 속에 끼워져 있는 사랑이 아닌 것들이 상처를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랑을 육체가 주는 달콤한 매력과 혼동하지 말고 자신의 성숙을 염두에 두는 사랑을 하라고 권한다.
또 하나 딸 위녕에게 아주 진솔하게 엄마로서 미안했던 일들과 변명을 털어놓는 문장이 곳곳에 있다.


엄마가 나무라는 것은 게으른 너가 아니라 너의 게으름이고, 안소니 드 멜로 신부님의 ‘깨어나십시오’를 인용하며 엄마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욕망과 집착 편견과 타성에 젖어 칭찬과 야단을 했지만 칭찬은 속삭이듯, 야단은 천둥처럼 했는데 앞으로는 바꿔 보겠다고 한다. 그리고 글 속에 병렬식으로 아버지가 있는 온전한 가족을 만들어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도 전한다.


글의 후반부에서는 젊은 날의 고통을 이겨낸 인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봄날 가뭄을 견딘 벼들은 뿌리를 땅 속 깊숙이 내려 초가을 태풍을 거뜬히 이겨 낸다’는 예를 들어 시원하게 전달한다. 모전여전으로 그녀의 딸 위녕도 에필로그에서 어머니는 외로움을 주었지만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진정한 성장의 자유도 함께 주었고, 어머니의 삶이 분명 괴롭고 험난해 보이지만 행복해 보여 자신도 어머니처럼 살고 싶다고 고백을 한다.


세상이 왜 그런 삶을 사느냐고 비웃고 조롱해도 가장 가깝고도 두려운 딸로부터 큰 상장은 받아 든 공지영 작가가 한없이 부러운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 책을 읽으며 또 하나의 소득이 있다면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라서 그런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하지만, 그 출처가 불분명했던 명언이나 문구들을 궁금해 하던 차에 작가 및 제목까지 조목조목 밝혀 놓아서 이런 것을 어부지리, 일거양득이라 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편지글 끝마다 오늘은 수영장에 가겠다느니 오늘은 가지 못했다느니 마치 옆집 아줌마 수다 떨 듯 꿈, 희망, 소망이라는 것들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였고 그녀의 딸 위녕도 엄마와 함께 처음으로 수영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다음 작품에서 그 결과를 알 수 있는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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