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이선영 의원(충남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이선영 충남도의원
이선영 충남도의원

 정책의 효율성만 강조되는 시대가 있었다. 중앙정부의 결정에서 지역의 사정은 고려되지 않았다. 지역의 사정에는 지역주민들의 권리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모두 국익의 논리로 덮어버렸다. 우리는 이 시대를 권위주의 시대라고 부른다. 어떤 이들은 여전히 그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국민은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리려던 지난 정부를 단호히 심판하였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을 강조하며 당선되었고, 대통령 개헌안에는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과 함께 ‘지방정부’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며, 정부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나 김홍장 당진시장 역시 다르지 않다. 이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을 앞세웠고, 민선 6기에서부터 ‘지방분권시대’, ‘주민자치시대’를 강조하며 당선에 성공했다.

 무릇 진정한 ‘지방분권’의 완성은 중앙정부의 권한 중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상당한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했을 때 이루어진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지방분권의 지향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당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지금의 정부가 지향하는 지방분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지난 6월 당진에 반입된 라돈 침대는 충남도나 당진시와는 어떤 협의도 없이 들어왔다. 실제 안정성 여부와는 별개로 지금 정부가 지향하는 ‘지방정부’격인 충남도나 당진시와는 장소 지정에 대한 사전 논의가 없었다. 그저 중앙정부의 업무 효율성만이 있었을 뿐이다. 지역 주민의 건강과 생명이 결부된 문제였기에 지역 언론은 물론 중앙 언론까지 나서서 라돈 침대 반입 과정의 ‘사전 협의 없음’을 지적했다. 주민들은 강력히 반발하였으며, 정부는 자신의 입장을 변명하기 바빴다. 결국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정부를 대표하여 ‘사전 협의 없음’에 대해 사과까지 하였다.

 하지만 정부의 그 사과에 진정성이 담겨 있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산업통상자원부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무조정실장이 나서 사과하였다는 사정을 모를리 없다. 당진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당진화력-신송산간 345kv 송전선로의 환경영향평가 초안’의 주민 공람과 설명회 대행을 하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심지어 산자부는 당진시의 ‘법률적 권한’을 아무런 ‘법률적 절차’도 지키지 않고 빼앗아갔다. 법률에 따라 당진시에 주어진 ‘환경영향평가의 주민에 대한 공고 및 공람’의 권한을 빼앗아 간 것이다. 이것으로 현 정부가 보여주었던 사과가 얼마나 진정성 없는 사과였는지 여실히 증명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부다. 어떤 이들은 정권 교체까지 이루었으니 ‘촛불혁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지난 6·13 지방선거 역시 ‘촛불정신’은 이어졌다. 정권을 교체한 ‘촛불정신’은 지방 정부와 의회의 권력까지 교체했다. 하지만 우리는 효율성만을 강조하며 지역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독단과 마주하고 있다. 이것은 정부가 추구하는 지방자치 분권의 의지를 시험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진정한 지방분권의 추구는 ‘촛불정신’의 또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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