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범(수필가/ 전 교육공무원)

방학은 1년에 두 번 실시한다. 연중 가장 더운 시기와 가장 추운 시기에 실시하고 있다. 두 번의 방학기간을 합산하면 연중 80여일이 된다. 1년의 1/4 정도 되는 기간이다. 학교에서는 방학기간을 학교교육의 영역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생활하는 기간이지만 교육의 틀에서 배제하고 방치할 수 없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학생 개인 학력을 고려한 개별화 과제를 제시하여 학습력 향상에 노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방학의 대상은 학생이다. 방학의 주인공은 선생님이나 학부모가 아닌 학생들이다. 방학기간 학생들은 학교의 제도적인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모습으로 생활하게 된다. 교육활동이 가정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녀들의 가정학습지도에 대한 학부모의 책임이 막중하다. 방학기간은 가정에서 학부모가 선생님의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 학생들의 교육활동이 학교에서 가정으로 옮겨지는 것이다.

요즘 학생들의 방학생활이 시작되면서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맡아왔던 선생님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옛날 학부모들의 인식은 학기 중에 학생들 가르치느라 고생하셨으니 당연히 쉬는 기간으로 생각했다. 방학기간에 담임 선생님을 초대하여 식사대접 하면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세상이 바뀌고 법이 바뀌면서 선생님들의 방학생활에 대한 생각이 옛날과 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교직에 대하여 비판적이고 편협된 시각을 갖고 있다.

‘무노동으로 월급 받는 적폐의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선생님들이 방학기간을 이용해 여가를 즐기면서 월급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육공무원 <41조 연수>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문이 올랐다. 

교육공무원법 41조 자가연수는 다음 학기 수업 준비를 위해 학습 준비물을 제작하거나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또는 업무와 관련하여 자기 발전을 위해 가정에서 수행하는 개인 연수를 의미한다. 청원자의 주장은 ‘방학기간에 선생님들은 집 청소나 밀린 집정리, 여행, 피부과나 미용실 예약 등 개인적인 일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월급은 꼬박꼽박, 아니 월급 뿐 아니라 상여금까지 받아간다.’고 주장한다.

이에 항변하는 한 교사의 청원도 있다. ‘방학을 없애고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고 싶다.’고 토로하며 ‘교사의 근무시간이 부당하다면 점심시간부터 1시간 자유롭게 먹을 수 있게 하고, 방학기간 월급을 받지 않는 대신 방학 중 학생들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지우지 말고 학기 중에도 연가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교사라고 밝힌 다른 청원자는 교직과 일반직의 괴리감을 일으키고 대중들로부터 비난받는 방학은 우리들도 원하지 않는다. 떨어지는 교권을 체감하는 일도 견디기 힘든데, 교육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이 더 이상 억울한 오해를 사지 않고 싶다‘라며 ’차라리 방학을 폐지해달라‘고 강변하고 있다.

과거에도 교사들의 방학을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최근 학교 비정규직 문제나 주 52시간제 등 노둥환경의 개선이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 평가를 받는 교직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교육현장에서 새 학기를 준비하려는 선생님들의 움직임은 학기 중보다 방학 때가 더 분주하다. 학기 중 연·월차 휴가를 쓸 수 없는 교사들에게 방학을 재 충전하는 시간임과 동시에 다양한 연수와 오프라인 학습공동체를 통해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기회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방학 중 각 시·도 교육연수원에서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직무연수가 진행되며, 상당수 교사들은 방학기간 동안 연수를 이수하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생님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을 외면한 채 교직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눈이 이렇게 편협하다면 선생님들도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고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급변하는 정보화 시대에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자신의 관념을 키우지 말고 학부모 그리고 이웃들과 교육문제는 물론 사회문제 까지도 공유하고 이해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기주의적인 거리감과 이질감을 갖도록 처세하면 안 된다. 이웃과 벽을 쌓으면 쌓을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지겠고 감내하기 어려운 역경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오래 전 정년퇴임한 교직 선배를 먼발치에서 봤을 때 반갑게 뛰어와 인사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그런 삶의 모습에서 선생님들의 고고한 울타리 벽이 무너지고 사람 사는 세상의 일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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