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운용도 못해 보고 통합은 직무유기”
당진시의회 상임위에서 보류

당진시가 105억원 규모의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을 농어업 발전기금으로 통폐합하려고 하자 농민회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농민들은 가격안정기금은 농민들의 농산물의 최저가격보장차원에서 조성해놓고 단 한건도 지급하지 않다가 발전기금으로 흡수해 기업농과 농협에만 혜택을 주려는 의도라며 성토했다.

현재 당진시는 이 기금을 농업발전기금으로 통합하기 위해 관련 조례의 전부개정안을 당진시의회에 제출했지만 당진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에서 농민들이 반발하자 심의를 보류했다.

 한편 당진시는 기금의 지급기준이 되는 최저가격 결정시 농촌진흥청에서 고시한 생산비에서 자가노동비를 제외하고 결정해 농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당진 농민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개사료값에도 인건비가 반영되는데 농민은 개만도 못한 벌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농민들은 당진시가 농산물 최저생산비 지급에 관한 조례 제2조 1항의 ‘최저생산비’란 ‘농작물의 생산에 투여된 종묘비, 비료대, 농약대, 재료비, 노동비 등의 직접생산비를 말한다’고 정해놓고도 노동비를 뺀 것은 조례위반이고 직무유기라는 주장이다.

순성면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임종금 씨는 “배추농사 40년차 전문가인 내 인건비가 시급으로 2만원도 더 되는데 농민의 피와 땀으로 생산한 농산물가격 안에 노동의 가치가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강사용 전 전농 충남도연맹 의장도 “최저생산비 결정에서 자기 노동비를 제외시킨 것은 농민을 개돼지로 취급한 것”이라며 “양파 크기 200g에서 100g 미만짜리가 1kg에 200원 이하로 수확하는 비용도 안 나왔는데 농업단체 대표자들이 참석해서 결정한 지급기준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농민들은 “기금이 농업발전기금으로 통합되면 힘없는 농민보다 농업회사와 농협 같은 기업형 농가의 운영자금이나 시설자금으로 혜택이 돌아갈 것을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당진시 최저가격결정위원인 최우현 당진시경영인회장은 “확인해봐야겠지만 그때 당시 자가노동비를 포함해서 결정하면 최저생산비가 시중시세보다 높을 것 같아서 뺀것”이라 말했다.

박유신 전당진농민회장과 정상영 당진시의원은 “굳이 그런 것(자가노동비를 뺄 이유)은 없었고 요번에 농정과장과 협의해서 보완할 때 최소한 농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완화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당진시농민회 등 농민들은 강력 반발하면서 앞으로 농업관련 위원회 구성시 공개모집을 통해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7일에는 당진시의회 본회의 농업분야 소관부서 보고회에 참관 후 김명진(산업건설위원장), 서영훈. 조상연(총무위원장) 시의원을 만나 반대의견서를 제출했고, 시의회 소관위원회는 18일 심의를 보류했다.

또 앞으로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의 폐지보다는 최저생산비조례에 차액보상 조항의 신설 등 농업현안에 대해 정기적인 정책간담회를 통해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이남길 당진시 농업정책과 주무관은 기금통합 시도에 대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으로 농민들에게 결코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며 “당진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지적사항을 이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빈 당진시농민회장은 “3년 전 농민회가 서명을 받아서 제정한 조례인데 무슨 의도로 통합하려는지 모르겠다. 특히 어렵게 마련된 기금이 집행되지 않은 것은 당진시의 직무유기로써 앞으로 기금과 품목을 늘리고 최저생산비 결정도 자가노동비가 포함된 가격으로 결정하도록 싸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개정안의 입법예고 절차 역시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진시농민회 측은 “당진시는 기금 통합과정에서 입법예고를 당진시 홈페이지와 읍면 게시판을 이용했다. 그 시기가 4월이어서 정작 당사자인 농민들의 경우 모내기 등으로 인해 관련 사항을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라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라도 입법예고 과정을 보다 주민접근성이 좋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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