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주어업계만 합의, 삽교호 타 어업계 공동투쟁
삽교호 수질개선 위해 3천 5백억 투입 중인데… …
당진 농민단체, 20일 대책 회의 어민과 공동대응키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시작된 기름 유출 사건이 아산뿐만 아니라 당진 지역으로도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삽교호가 전국 1위의 쌀생산 지역인 당진의 주요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농민들 역시 이번 오염 사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사태가 어디까지 번질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삽교호에서 생업을 잇고 있는 당진의 삽교어업계, 운정어업계 그리고 아산의 선장어업계 등 3개 어업계의 주민들이 지난 19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서 어민들은 “기름이 유출돼 기름띠가 생기고 그로 인해 물고기의 산란이 현저히 줄어들고, (기름 유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고기의 판매에도 많은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삽교호에 4개의 어업계가 있는 줄 알면서도 3개 어업계를 제외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19일 비가 오는 가운데 진행된 집회에서 양측 간에는 심한 욕설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특히 주민들이 협상을 요구하며 정문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현대차 측의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 중 일부가 주민들을 향해 ‘거지OO들’, ‘비 오는데 뭔 OO이야’라고 소리치는가 하면, 방송카메라에 손가락 욕설까지 하며 어민들을 흥분시켰다.

▲지난 19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주민들이 협상을 요구하며 정문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현대차 측의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 중 일부가 주민들을 향해 욕설까지 하며 어민들을 흥분시켰다.
▲지난 19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주민들이 협상을 요구하며 정문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현대차 측의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 중 일부가 주민들을 향해 욕설까지 하며 어민들을 흥분시켰다.

23일 집회에서는 지역의 농민단체와 당진시의회 의원들까지 현장에 방문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봤다.

실패한 방제작업... 인주어업계만 보상하면 끝?
어업계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우수관로에서 다량의 기름이 우수와 섞여 삽교호로 유출되면서 시작됐다. 1월 17일 확인된 기름 유출시에 현대차 측은 인주어업계가 농성을 시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부인했다. 이후 2월 28일 두 번째로 확인된 기름 유출시에는 아산시청은 물론 아산의 소방서와 경찰서까지 나왔지만 우수관로 물살에 더해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방제 작업에 실패했다.

2월 중순 아산시청은 유출기름의 검사 결과 현대차에서 사용하는 절삭유였음을 확인하고 현대차를 고발조치했다. 자신들의 기름이 삽교호에 들어갔다는 결과가 나오자 현대차 아산공장 측은 3월 9일 농성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인주어업계와 협상을 진행했고, 다른 3개 어업계와는 협상을 거부했다. 현대차는 3월 14일이 되어서야 3개 어업계와 면담을 진행했다. 현대차는 기름 유출이 아니고 기름띠가 발생한 것이며, 인주어업계와 협의로 사건은 마무리됐다는 입장을 3개 어업계 측에 전했다.

3천 5백억 투입 중인 삽교호에 기름 흘린 현대차

▲현대차 아산공장과 연결된 하수관로에서 유출된 기름이 삽교호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아산시 인주면 어업계 제공
▲현대차 아산공장과 연결된 하수관로에서 유출된 기름이 삽교호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아산시 인주면 어업계 제공

문제는 삽교호 오염이 내수면 어업으로 생업을 잇고 있는 어민들뿐만 아니라 농민들에게도 큰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당진은 2017년산 기준 시군단위 쌀생산량 1위의 지역이다. 삽교호의 물이 인근은 물론 물이 부족할 때에는 대호호까지 공급되어 쌀생산에 사용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쌀의 생산과 품질에 중요한 농업용수 공급처인 삽교호는 2019년부터 2030년까지 환경부, 충남도, 당진, 아산, 천안이 공동으로 ‘수질오염총량제’의 1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지역이다. 또한 당진시를 포함해 천안시와 아산시 그리고 예산군에서는 삽교호 유입 하천의 수질개선을 위해 대략 3천 5백억 이상의 규모로 예산을 투입하고 있거나 투입할 예정이다.

당진시 관계자는 “삽교호 개선을 위해 오랜 기간 지속적인 노력을 해오고 있다.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조차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되면 삽교호 수질개선은 요원해 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건의 해결에 대해 “행정 구역 등의 문제로 당진시가 나설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남도를 찾아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당진의 농민단체 역시 지난 20일 대책회의를 열고 현대차에 어민들과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당진 농민단체들은 아산의 어민들과도 연대 투쟁을 제안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주어업계와만 협의를 마친 현대차 삽교호 기름 유출 사건이 어디까지 번질지 현재로서는 그 파장을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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