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연 당진시학교급식운동본부 사무국장

지난 12월 1일 오전 12시 당진시 학교급식 심의위원회는 당지시학교급식센터 운영 방법으로 행정주도형 부분민간위탁 방식을 심의 통과 시켰다. 이로서 당진학교급식지원센터는 모든 부분을 당진시 공무원들이 직접 운영하고 유통과 운송만을 당진농업협동조합공동법인에서 부분위탁을 하게 됐다. 공적인 부분은 지방정부가 맡고 전문 부분을 농협이 맡게 된 것이다. 더불어 학교급식예산 특별회계가 편성되어 예산의 투명성과 자율성이 한층 높아지게 됐다.
 
당진시학교급식지원센터의 탄생은 2008년 광우병촛불과 관계가 있다. “미친소 너나 먹어 당진촛불”은 2008년 국가의 검역주권을 미국에 넘긴 것과 광우병에 대한 우려 때문에 떨쳐 일어나 전국에서 최장기간 타올랐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2009년 당진롯데마트가 미국산소고기를 판매함에 지속적인 항의방문을 진행했고 전국 최초로 미국산소고기 판매 포기를 이끌어내는데도 성공했다.

이렇게 시민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심심하면 터지는 학교급식사고에 불안하던 차에 당진시가 어린이집 농산물 지원 예산을 삭감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결국 당진의 시민단체들은 어린이집 농산물 지원예산의 부활과 좋은 농산물 학교급식을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돌입했다.

당시 당진참여연대는 아이들에게 좋은 식자재가 공급되기 위해서는 전 품목을 현물 공급하는 학교급식지원센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직접 타지자체의 학교급식조례를 분석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서 조례안을 만들었다. 2010년 기초지자체 선거와 맞물려 주민조례청구운동에 전력을 다한 끝에 새로 당선된 선출직 공직자들이 우리 조례를 원안 그대로 통과함으로써 전국 최초로 전 품목을 현물로 공급하는 당진학교급식지원센터가 탄생하게 됐다.
 
그 당시에 우리에게는 2가지 목표가 있었다. 하나는 전 품목을 현물 공급하는 센터의 운영으로 불량한 식자재가 학생들에게 들어가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금으로 지원되는 학교급식예산이 기본적인 운영비 이외에는 전액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학교급식 조례에 학교급식센터를 비영리 법인 단체로 규정하고 시장이 직접 운영하도록 하였으며 다만 일부 업무에 대해서만 민간위탁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당진시가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질 않았다. 결국 농협에게 센터의 운영을 위탁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조례에 위반인줄 알면서도 위반이 아니라는 시의 해석을 인정하면서 지금까지 농협이 운영하도록 묵인했다. 우리가 만든 학교급식 조례는 학교급식심의위원회의 구성, 운영위원회의 구성 등 세밀한 장치가 있었기 때문에 당진시와 농협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실제로 불가능하다는 회계분리를 요구해서 관철해내고 2만개가 넘는 급식품목을 5천여 개로 줄이는 등 많은 성과도 있었다. 학교급식심의위원회는 당진의 100여개 넘는 각종 위원회 중에서 가장 활발하면서도 각자의 입장에서 첨예한 위원회로 운영되어 왔다.
 
학교급식 전품목을 현물공급하는 전국 최초의 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 농협직원들과 영양사 등 많은 사람들이 살인적인 업무환경에서 고생했다. 더욱이 선두주자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스템의 시험장으로서 역할을 도맡을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소통의 부재가 쌓여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결국 최초에 우리가 조례를 설계했던 목표대로 행정주도형 부분민간위탁으로 운영방식이 변경됐다.
 
그 동안의 문제가 되었던 농산물유통센터와 학교급식지원센터가 한 법인에서 운영함으로써 일어나는 오해의 소지가 없어지게 됐고 그 위상 역시 확실해졌다. 그동안 부진했던 학교급식교육, 학교급식농산물의 작부체계, 대단위 직구매에 따른 단가의 인하 등 규모의 경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돌이켜보면 학교급식지원센터의 탄생에 의해서 30여개의 당진의 학교급식식자재의 납품업체들은 고정고객을 잃었다. 그 당시 나는 농협이 자신들을 대신하게 되었다는 사장님들에게 빠른 시일 내에 당진시가 직영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5년이 지난 지금 늦게라도 지키게 됐다. 당시 사장님들에게 지면을 통해서나마 다시 한 번 사과하고 싶다. 그동안 함께 노력했던 당진시학교운영위원회, 녹색어머니회, 각 학교 어머니회, 영양사, 그리고 농민들과 농협에게 감사하다. 이제 다시 한 번 도약할 기회가 생겼으니 각 주체들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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