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미 수필가

혼밥, 혼술이 유행하는 요즘 혼자서 조용히 여행할 곳을 찾는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당진 삽교천을 추천한다. 바다가 만들어 낸 고즈넉한 길 따라 일상의 고민을 하나씩 털어내기 좋은 곳이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해도 좋다.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으로 교통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먹고, 놀고, 즐기며 교육할 수 있어 체험하지 않고는 후회할만한 곳이다.

삽교천은 바람 따라 물길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특히 겨울에 방문하면 특이한 것이 여행객의 발부리를 잡는다. 바다가 낳은 삽교천 담수호를 수놓는 새들의 군무다. 다른 지역에도 가창오리의 군무는 있겠지만 가까이에서 보기 어려워 주로 사진으로 접한다.  삽교천은 손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에 해마다 잊지 않고 시베리아에서 철새들이 날아온다. 그들은 하루 종일 차가운 물속에서 물수제비 하다가 해가 서해 바다로 완전히 사라지면 한 밤을 지새울 둥지를 찾아 일제히 이동한다. 일몰 직후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약 20여분 동안 화려한 비상을 한다. 몸짓은 단순한 날개 짓이 아니라 차라리 엄숙하고 장엄한 의식과도 같다. 뭉쳤다 흩어지는 일사분란한 몸동작, 세상의 모든 물상을 만들어 내는 장인이다. 느리지만 기민한 동작. 영혼을 불태우다 그 자리서 산화할 것 같은 광대의 몸짓이다.

방파제를 벗어나 좌우를 살피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을 실천할 수 있도록 각종 식당이 즐비하다. 바다가 자리한 마을에서 생선매운탕이나 회를 파는 것은 당연한 일. 삽교천은 그와 다른 자랑거리가 있다. 현지에서 잡아 올린 조개구이와 바지락 칼국수는 시원하다거나 개운하다는 말로는 어림없는 표현이다. 약간의 과장을 붙이자면 보름 전에 마신 술기운까지 시나브로 잦아들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이외에도 대하구이와 주꾸미 무침도 추천할만하다. 식사 후 차  한 잔이 생각난다면 일출과 일몰의 장관을 연출하는 바다 위에 떠있는 함상카페를 찾으라. 함상카페란, 말 그대로 배안에 깃들어 있는 카페인데 공원 끝 방파제를 따라 가면 배의 앞부분을 개조하여 만든 카페가 있다.

바다공원 삽교천을 오려면 ‘자동차 길아띠’에게 삽교호 함상공원을 물으면 된다. 그곳은 병력을 수송하여 주로 육지에 상륙시키는 상륙함과 적의 함대를 정찰하던 구축함이라는 퇴역 배 두 척을 잇대어 만든 공원이다. 크기는 축구장만하다. 함정 안에는 해군군악대가 펼치는 다채로운 이벤트로 가득하다. 4D영상관도 있고, 수족관과 공룡전시관이 있는 해양테마과학관이 있어 학생들이 있는 가정은 체험할 만하다. 하지만 입장료가 있어 한 번 정도는 구경할 만한테 방문할 때마다 매번 들어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배도 부르고 함상공원도 구경했다면 자연스레 놀이공원으로 시선이 돌아간다. 그 이유는 롯데월드와 에버랜드에서나 만날만한 웅장한 놀이시설이 불쑥 솟아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스페이스샷이라는 놀이기구다. 스페이스샷은 천천히 올라갔다가 급하게 내려오는 자이로드롭과 반대로 급하게 올라갔다가 천천히 내려오는 놀이기구다. 타는 사람보다 괴성이 난무하는 시설 아래서 보는 사람의 심장이 더욱 쫄깃한 것은 이심전심일까. 다음으로 전국에서 손꼽힐 만큼 무섭다는 바이킹이 있다. 또 예쁜 조명 뿜어내며 돌아가는 대관람차도 있다. 남녀노소 온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회전목마도 있다. 실내야구장도 있다. 놀이공원을 벗어나 2~3분 걸으면 신나게 달릴 수 있는 스카이레일카와 범퍼카도 있다. 타가디스코도 있다. 전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입담을 자랑하는 DJ가 있어 타고 또 타다 주머니 탈탈 털리는 학생들 여럿 봤다. 삽교천 놀이공원은 돈이 없어 문제지 놀이시설이 부족하여 놀지 못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놀이공원을 벗어나면 살랑이는 바람에 바다내음 가득 실은 갈매기가 어서 오라 손짓하는 바다공원이 기다린다. 바닷물이 발아래서 찰방대는 우드데크길 너머로 스테인레스로 제작한 ‘태양의 창’이라는 구조물이 궁금증을 불러 일으켜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진다. 시간의 영원성을 표현하는‘모래시계’,바다위로 두둥실 떠나갈 것 같은 ‘풍요’라는 돛단배 구조물도 있다. 머리위로 갈매기 가족이 날아올라 “똥스팟”걱정은 되지만 우드테크 길을 끝까지 걸으면 감탄이 절로 나는 아쿠아 판타지‘가 있다. 물살에 하늘거리는 수초사이로 평화롭게 무리지어 다니는 물고기들과 방금 들어간 내가 하나가 될 수 있는 ’해저풍경‘ 구조물이 있다. 이곳은 바닷물 소리 들으며 아이들과 강아지가 함께 어울려 노는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공간이다.

삽교호관관지에 오면 특별한 것이 또 있다. 바로 바다사랑 길이 있다. 관광단지에 주차를 하고 당진해양캠핑공원 방향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 맷돌포와 음섬포구를 바라보며 걷다보면 해안을 따라 조깅, 라이딩, 낚시를 즐기는 풍경과, 어부가 그물을 던지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바다사랑길에 설치된 진주를 품은 조개 조형물에 도착하면 멀리에 있는 서해대교가 뚜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나도 여행자라는 사실을 잊은 채 오고가는 차량행렬에 마음을 두둥실 실어 보내게 된다.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다 볼 수 있는 바다사랑길을 걷노라면 시름은 사라지고 사랑은 배가 될 것이다.

이외에도 텐트를 칠 수 있는 해양캠핑공원이 있다. 싱싱한 회와 조개와 꽃게 등 해산물을 바로 구입해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2층으로 된 어시장도 있다. 눈을 떼기 어려운 신기하고 화려한 당진월드아트 서커스단도 있다. 절대로 호주머니가 빈약한 것이 문제지 먹고 즐길 시설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듯 삽교호관광지는 사색을 즐길 수 있어 혼자와도 좋다. 사랑을 배가시킬 수 있어 연인과 손잡고 오면 더욱 좋다. 대중 속에서 행복과 고독을 모두 즐길 수 있어 가족과 함께 하면 참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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