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샘 호천웅

공원 산책길에 개나리와 진달래꽃이 함께 펴 어울린 귀한 모습 봤습니다.
붉은 색과 노란색이 함께 섞인 게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휴대폰으로 사진도 찍었습니다. 개나리와 진달래는 아주 가까운 이웃이고 서로 친한 꽃일 거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두 꽃이 한 곳에서 어울리는 장면은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진달래꽃은 야산에서 주로 피는 모습이고 개나리는 마을길이나 시골 담 아래서 자주 미모를 자랑합니다. 여러 해 전의 일입니다. 산책하다가 개나리꽃들이 만개한 모습에 취했습니다. 그 가지들을 잘라서 집 앞에 있는 놀이터의 뒷산에 심었습니다. 그 다음 해에는 본격적으로 개나리 가지들을 잘라 옮겨 심었습니다. 해가 바뀌면서 노란 꽃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몇 해가 지나니 제법 노란 색의 개나리 군락이 이뤄졌습니다. 보기에 좋았습니다.
 
그 개나리 군락을 보면서 기분도 좋았습니다. 혼자 속으로 으스대기도 했습니다. “저 개나리 꽃 밭은 내가 만든 거야! 나, 이런 사람이야” 그러다 보니 개나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저 노란 개나리와 붉은 진달래꽃이 함께 피면 훨씬 더 멋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네 묘목가게를 찾았습니다. 진달래꽃 나무를 사고 싶다고 했더니 진달래나무는 팔지 않는 다고 했습니다. 대신 산철쭉 꽃나무를 몇 그루 사다 산에 심었습니다. 다음해 산길을 걷다보니 여기저기에서 진달래 꽃나무들이 보였습니다. “저 진달래나무들을 캐다가 개나리 군락의 옆에 심으면 되는 걸 괜히 생돈 들였네!” 삽이랑 괭이를 챙겨 진달래나무를 몇 그루 캤습니다. 꽤 힘이 들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왜 산의 꽃나무를 캐세요?” 라면 뭐라고 답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음해와 그 다음해에 초라한 모습의 진달래꽃과 비실대는 산철쭉 꽃을 개나리군락 옆에서 찾아냈습니다.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비탈을 오르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물도 날라다 주고 거름도 준비해서 주변에 묻어주었습니다. 두어 차례 했던 것 같습니다. 봄철이 되면 불어나는 개나리 꽃무더기를 보면서 저 속에 진달래와 철쭉도 잘 자라리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공원 산책길에서 개나리와 진달래꽃이 어울려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앞산에 옮겨 심은 진달래와 산철쭉 생각이 났습니다.

작심을 하고 진달래의 안부 확인에 나섰습니다. 비탈을 올라 개나리 군락 속에서 내가 정성을 들여 옮겨 심은 진달래와 산철쭉을 찾았으나 없었습니다. 그들이 자라기에는 <맞지 않은 환경인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포기했습니다. 비탈길을 내려와 허탈한 마음으로 개나리꽃 군락을 바라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개나리 꽃 군락 위로 10여 미터 쯤 더 높은 산속에 붉은 꽃이 예쁜 진달래 두 그루가 보였습니다.

이제 진달래와 개나리의 조화는 내 손을 벗어나 다른, 자연의 모습으로 더 아름답게 이뤄지리라는 생각을 하니 더 기뻤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개나리 노란 꽃과 진달래 빨간 꽃의 어울림이 아름답던 그 모습을 한 번 더 보고 싶어 다시 찾았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한말 독립운동가인 한순회(韓順會) 선생의 묘소가 근처에 있었습니다. 망국의 한을 지켜본 한 선생이 지금의 세태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 가? 이런 저런 일로 편을 가르고 패거리로 갈라 싸움질에 정신을 못 차리는 우리에게 “저 개나리와 진달래의 어울림을 보라! 그 귀함을 교훈으로 삼아라!” 고 말할 것 같습니다.

동물생태학자인 최 재천 교수가 전하는 통섭(統攝, 通涉)이란 말도 생각났습니다. 학문적 용어에서 시작된 통섭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에 논쟁도 있다하고 여러 가지 해석을 늘어놓기도 번거롭습니다. 최재천 교수는 “통섭이란 비빔밥이요 무지개라” 고 풀이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각기 다른 것들이 모이지만 각기의 특성은 그대로 간직한 채 서로 어울리는 하나로 된다는 뜻이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자신을 줄이고 양보해야합니다. 그러나 요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들을 포함해 사람들의 생각을 보면 통섭은 그만 두고 역지사지는 물론이고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 자세마저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용광로에 녹여 통합을 이루기는 너무 벅차져 버렸다는 생각입니다.

그 많은 생각, 그 많은 이익, 그 많은 상처를 무슨 수로 하나 되게 한답니까? 내 고집과 욕심을 줄이지 않으면 나라는 망합니다. 나라가 망하면 나도 깨집니다. 모두가 자기가 주인이고 최고라는 이기주의의 암 덩어리가 세상에 마구 번지고 있습니다.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과 생활이 절박합니다.

나는 개나리꽃이 되고 너는 진달래꽃이 되어 귀하고 아름다운 조화의 대한민국 만들기 기원합니다.

실제로 행하기가 어려우면 빈 생각이라도 통섭의 귀함과 아름다음을 생각해주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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