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노인 찾은 최홍영 택시기사

작년 아주 추운 날, 치매노인이 길을 잃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한의원을 다녀오신 후, 정신을 갑자기 놓으신 노인의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택시기사들에게 연락을 했고, 문자를 받은 기사들 중에는 최홍영 기사도 있었다. 밤 11시경 어리쪽으로 손님을 태우고 가던 최홍영 기사는 수로 옆에 서있는 노인을 발견했다. 모셔온 노인을 보호자에게 안전하게 돌려보내드렸다.

당진에서 나고 자란 최홍영(63, 당진읍 대덕2리) 기사는 송산 유곡리 출신이다. 당진에서 택시를 운전한 지 어느덧 30년이 다 되는 세월을 보냈다. 결혼 생활도 37년째 이어오고 있지만, 부인과 싸운 적도 없다고 한다. 설마 한 번도 싸우지 않았을까 싶어, 다시 물어도 싸울 일이 뭐가 있는 지 반문하는 최홍영 기사. 슬하의 자녀 둘도 각자 일가를 이뤄 잘 살고 있다. 큰딸은 결혼 후 경기도 곤지암쪽에서 생활하고 있고, 아들은 현대제철에 근무하면서 손녀까지 안겨주었다.

술, 담배를 하지 않을 정도로 착실하기로 소문난 최홍영 기사는 “애들 키울 때는 일을 많이 했습니다. 아침 9시에 출근하면, 새벽 2시까지 근무하기를 주저 하지 않았지요. 아이들이 장성하고 이제는 그렇게 까지 일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밤 11시까지는 일을 하지요”라고 말한다.

그렇게 일을 해도 예전같이 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최홍영 기사는 90년대 말이 가장 경기가 좋았다고 한다.

“한보철강 들어오고, 소위 복부인들이 한참 당진을 돌아다녔어요. 그때가 당진 경기도 좋았던 거 같아. 지금은 다들 어렵겠지만, 택시 쪽도 많이 힘듭니다”라고 걱정을 토로했다.

거기다 한동안 당진콜택시 거점지에 주차단속까지 나와 차를 주차를 하지 못해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한다.

“택시기사들 하루 버는 돈이 7~8만원 정도인데, 주차딱지 한 번 떼면 3만 3천원이에요. 머리 아프죠”라고 한다.

동료인 차기서 기사는 최홍영 기사에 대해 “25년을 같이 지내서 잘 알고 있어요. 유머러스한 부분은 없지만, 아주 모범적인 분이에요. 강직한 성격이기도 하고요. 생활하는 거 보면 본 받을 만한 사람이에요”라고 칭찬했다.

남한테 나쁜 소리는 듣고 살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산다는 최홍영 택시기사는 “내가 벌어서 내가 먹고 살아가는 게 인생입니다. 누굴 탓하고 원망해야 속만 상하죠.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소리는 못 듣더라도, 나쁜 소리는 안 듣고 살아야지 싶습니다. 손가락질은 받지 말아야죠”라고 말한다.

당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는 최홍영 기사는 당진 사람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고 말한다.

“당진이 최고죠. 당진 사람들은 온순하고 성실해요. 타지사람도 많이 들어왔지만, 그래도 당진 사람들의 좋은 부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느껴요”

25년 무사고 운전을 자랑하는 최홍영 기사는 앞으로도 우리 주변사람들처럼 성실하게 살아갈 것이다. 어떤 유명희극배우는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지만,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이 비극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서로가 서로를 외면하지 않는 최홍영 기사같은 분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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