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품종 재배 늘리고... 브랜드통합 관리돼야

최근 추석을 앞두고 조생종 출하가 한창인 가운데 농협미곡종합처리장들이 밀어내기 식으로 재고처리에 나서 쌀값 하락폭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수확기에 벼를 수매했던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받는 ‘역계절진폭’이 확대돼 쌀을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평소 4만 원대에 팔리던 해나루쌀도 최근 3만 원대(20㎏)에 판매될 정도다.

당진시 7개 농협RPC(미곡종합처리장) 운영협의회에서 올해 벼 수매가를 ㎏당 약 1,000원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소문이 일부농협에서 흘러나오면서 당진 농민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수매가로 인한 각 농협RPC 누적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쌀 산업에 있어 소비부진과 재고과다로 인한 어려움이 고착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 뿐 아니라 쌀 산업의 주체인 쌀 생산자, 지자체, 농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매년 햅쌀 수확기 때마다 벌어지는 수매가 결정 진통과 재고 쌀 털어내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당진쌀에 대한 문제점과 대책을 찾아본다.

급속히 줄어드는 쌀 소비

옛날에는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

쌀밥을 식탁에서 좀처럼 찾기 어려워져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2012년 191.3g에서 2013년 184.0g, 2014년 178.2g, 2015년 172.4g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이 100~120g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 밥 두 공기를 채 먹지 않는 셈이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도 2005년 80.7㎏에서 2015년 62.9㎏으로 최근 10년간 약 18㎏이 감소해 10년간 쌀 소비가 2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밥이 보약’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희미해지면서 쌀 소비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식생활의 서구화 탓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밥 대신 육류나 인스턴트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쌀 재고량은 증가하고 있다. 올해 충남도내 농협(비RPC 포함)이 보유한 원료곡(조곡 기준)은 10만297t 으로 지난해 이맘때 재고량보다 20%나 많다.

우리나라 농협 자체벼 재고현황을 살펴보면 5일 현재 기준으로 재고쌀은 조곡 기준 49만8천634t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재고 41만7천816t에 비해 8만800여t이나 늘었다.
전남이 12만3천47t으로 가장 많고 이어 충남 10만297t, 전북 7만3천987t, 경기 5만9천600t, 경북 4만7천722t, 충북 3만1천662t 순이다.

이에 따라 농협RPC의 쌀(정곡 20㎏기준) 출하단가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농협RPC의 출하단가는 브랜드에 따라 다르지만 올 1월 3만4200원선에서 5월엔 3만3000원선, 7월엔 3만2000원선, 8월엔 3만원대가 무너져 2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때문에 농가로부터 벼를 수매하는 농협RPC의 경영상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쌀값이 크게 떨어졌는데도 소비부진 등으로 판매는 잘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재고만 쌓여가는 상황이다.

6관왕에 빛나던 당진 해나루쌀
 당진시는 4계절 24절기가 뚜렷한 천혜의 기후,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해풍과 삽교천의 풍부한 물, 유기물 함량이 높은 건강한 토양 등으로 인해 최고의 농산물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합덕·우강의 황금들판은 삽교천유역을 중심으로 벼농사를 오랫동안 재배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당진에서 나는 해나루쌀은 화려한 수상 실적을 올렸다. 대한민국 히트상품 대상(주관 이투데이)을 시작으로 RPC(미곡종합처리장) 대표 브랜드 쌀 선정(농협중앙회), 2012 상반기 히트상품 대상 수상(한국일보), 프리미엄 브랜드 대상 수상(일간스포츠 한경비즈니스), 고객만족 브랜드 대상 수상(한국경제신문) 등 잇따라 굵직한 상을 받았다. 또 사단법인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가 주관한 ‘고품질 쌀 우수 전업농 선발대회’에서 최상묵 쌀전업농당진시연합회 회장이 출품한 해나루쌀이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진 쌀은 한결같이 ‘쌀알이 맑고 투명하며, 밥을 지었을 때 윤기가 흐르고 찰기가 있으며 밥 맛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진에서 생산되는 ‘해나루쌀’은 2005년 해나루라는 농산물 공동 브랜드를 사용한 이래 단일 품종으로 각 기관에서 한 해 여섯 차례 수상한 적도 있고, 경기 여주 이천쌀과 철원오대쌀을 제치고 받은 상도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당진쌀은 시장에서 인기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천쌀이 임금님표라는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어필을 했다. 전략은 주요해 당진쌀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당진 해나루쌀은 ‘해풍 맞은 쌀’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웠지만 이천쌀의 인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제는 이천쌀과는 경쟁상대가 안 되고 철원 오대쌀에게도 밀리는 지경이 됐다.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쌀값
 재고량 및 농협미곡종합처리장 경영 상황, 현재까지의 작황 등을 감안하면 수매량을 줄이고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랬다간 농민들의 반발을 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당진시 농협RPC(미곡종합처리장) 운영협의회가 올해 수매가를 ㎏당 약 1,000원으로 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수매가 ㎏당 1,180원에서 180원 낮은 가격이다. 

2015년산 당진쌀의 총 수매량은 91,560톤으로 현재 재고가 6,400톤이다. RPC는 품질 좋은 명품 해나루쌀을 만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지만 3년 연속 풍년이 이어져 지금까지 좋은 쌀을 만들어 온 것이 허사가 됐다는 입장이다.
타 지역의 쌀도 품질이 많이 향상 돼 해나루쌀이 맛은 좋아도 가격이 높아 시장에서 더 이상 큰 인기를 끌고 있지 못해 판매가 힘들다는 주장이다.

현재 당진시 7개 RPC의 적정수매량은 62,295톤 정도지만 지난해 9만여톤을 수매해 과다 재고량이 발생했으며, 올해도 총 수매량은 9만여톤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적자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황과 재고현황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현실적인 수매가가 결정돼야 하지만 농민들의 생각이 달라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농민들은 쌀값이 떨어지면 농민들만 힘든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도 더 힘들어지는 만큼 쌀 수급조절이 먼저 정부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밥쌀용 쌀 수입과 관련해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지난해 수입된 6만톤의 밥쌀용 쌀이 올해 유통되면서 쌀값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고 쌀값 폭락은 풍년도, 재고 문제도 아닌 정부의 정책 실패에 있다는 설명이다.

농민 관계자는 “일부 RPC에서 계속 해나루쌀이 비싸서 안 팔린다고 값을 낮추려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것이다. 사람의 입도 브랜드와 같다. 해나루쌀을 먹어본 사람은 계속해서 해나루쌀만 찾는다. 해나루쌀은 검증된 브랜드다. 브랜드파워를 더욱 높여야지 가격을 떨어뜨리면 안 된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쌀 판매 해법은?
쌀 판매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쌀 소비촉진을 통해 재고량을 줄여야 한다. 막걸리나 즉석밥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쌀 가공 산업도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가공용 쌀 소비량은 45만7000톤이었고 이 가운데 떡류가 18만8000톤으로 41.2%를 차지하면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밥류 9만8000톤(21.5%)·주류 4만7000톤(10.4%) 등의 순이었다. 2008년의 경우 떡류 위주였던 쌀 가공시장 경향이 이후 밥류와 주류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신장했다. 2008년과 2014년 부류별 매출액을 집계해보면 떡류는 26.4% 증가에 머문 반면 밥류는 733.3%, 주류는 339.7% 성장했다.

쌀 소비가 줄고 있는데도 가공용 쌀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증가 등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인 가구는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최근 즉석밥·가정간편식(HMR) 시장도 급성장 하고 있다.

쌀 가공식품산업은 쌀 소비를 촉진하고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농가소득 증대 방안이다. 원료 쌀 10㎏용 2만원이 무균포장밥으로 가공하면 10만원으로 5배, 떡으로 만들면 12만5000원으로 6.2배, 전통술로 제조하면 21만3000원으로 10.6배 부가가치 상승효과가 있다.그러나 쌀 가공식품산업에서 소비하던 쌀 물량이 2009년 28만9000톤에서 2013년 47만1000톤까지 증가하던 것이 2015년 말 기준 42만톤으로 다시 감소추세로 바뀌고 있다.

2011년 말 ‘쌀 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제정으로 쌀 가공식품산업 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듯하더니 5년이 넘도록 제도적인 종합대책이 수립되지 못한 결과이다.쌀 가공산업 육성법에서는 5년마다 쌀 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종합계획에는 △기본목표 및 추진방향 △쌀 가공산업 관련 기술의 개발 및 보급 △가공용 쌀의 안정적 수급 △전문 인력 육성 △쌀 가공산업과 농업 간의 연계강화 △쌀 및 쌀 가공품의 소비촉진과 유통지원 등을 포함하도록 되어 있다.

쌀 가공업체 관계자는 “쌀은 밀에 비해 원재료 가격이 비싼 데다 가공비용도 1㎏당 500원 정도로 2배 이상 높다”며 “가공산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가공용 쌀의 단가를 낮추고 계약재배를 확대해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부 RPC는 현재 쌀의 판매촉진을 위해 진공 소포장 쌀을 1~5kg단위로 개발해 신선도 유지와 유통기간증대, 쌀벌레방지 등 품질면에서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공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호주, 아프리카, 남미, 두바이 등 13개국가에 해나루쌀을 수출했으며 앞으로 수출량을 늘리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RPC 관계자는 “현재 당진에서 생산되는 쌀은 삼광(해나루쌀) 10~20%, 은광(조생종)이 10% 정도이고 진상, 은광, 황금누리, 새누리, 새일미, 고시히카리 등이 70% 이다. 농민들도 쌀에 대한 차별화로 우수 품종에 대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농민들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해나루쌀’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우선적으로 통합브랜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민들과 농협 등에 따르면 ‘해나루쌀’ 홍보비로 3억5000여만 원의 예산이 세워져 있다. 이 예산으로 TV광고, 라디오 광고, 지하철 광고, 차량 랩핑 등의 매체 홍보와 지역 내 요식업계 해나루쌀 사용 추진 등의 당진쌀 판매 촉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적이고 주먹구구식 홍보에서 탈피해 통합브랜드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해나루쌀을 더욱 브랜드화 하는 것은 물론 수급조절 및 공급기능을 전담할 수 있는 전략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천시의 경우 2008년 브랜드관리본부를 출범 현재 ‘임금님표 이천쌀’을 업계 1위로 만들었다.
 
농민회 관계자는 “각 지역농협 RPC에서 각자 수매해 농협들이 죽기 살기로 쌀을 팔았다. 이러다 보니 각 농협에서 브랜드만 5~6개이고, 당진관내 브랜드가(비RPC 포함) 50여개에 달하고 있다. 각각의 브랜드를 가지고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렇게 쌀 브랜드가 난립 하다보면 지역농협끼리 경쟁해야 되고 결국 함께 공멸하고 말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농협 조합원들에게 매월 판매현황, 재고량 등 수치를 보여줄 수 있는 회보를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농민들도 이를 통해 미리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주민은 “현재 송악, 송산, 당진 농협의 RPC 통합 당시 지역별 벼의 품질차이를 염려한 일부 농민들이 통합을 반대하기도 했다. 농민들도 수매가가 결정되고, 수매를 하고 나면 ‘나 몰라라’ 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며 “해나루쌀 판매 촉진을 위해서는 통합 RPC, 농민, 농협, 지자체 등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해나루쌀 판매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는 “해나루쌀이 잘 판매되기 위해서는 당진시민부터 해나루쌀을 먹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이 알려지고 해나루쌀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며 “앞으로도 고품질 명품 해나루쌀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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