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흐릿한 날씨에 한 커피숍에 몇몇의 학부모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충남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에서는 올해 초부터 안전충남 비전수립을 위해 도민들을 상대로 그룹인터뷰를 하며 의견수렴에 나서고 있습니다. 보다 실질적이고 체감 가능한 비전을 수립하기 위함이지요. 이에 부모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우리 자녀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충남도에 의견을 전달하고자 한자리에 모인겁니다.

이를 위해서 의뢰를 받은 엄마들은 수일 전부터 학교 안팎으로 불안요소는 없는지, 위험한 요소는 없는지,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접 학교 주변을 살펴보기도 하고 또 주변 부모들에게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개선되어야 할지 등의 의견을 묻기도 하면서 나름 진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출장 나온 연구원과 마주앉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먹고 있는 물이 수돗물인 것 아십니까? 쉽게 말하자면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 씻는 물과 다르지 않은 그 물을 필터 과정 하나 없는 직수기를 통해 마시고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법적검사항목에 대해 수질검사를 받고 적합판정 받은 물인 것은 맞습니다. 2-3년 전 정수기 필터관리에 문제가 발생해 필터가 있는 것은 모조리 치우고 적잖은 예산 들여 직수기를 설치했다고 합니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 학부모들 대부분이 내 아이가 학교에서 마시는 물이 수돗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10명의 부모에게 물어보았을 때 이 사실을 10명이 모르고 있었다고 답을 했고 매우 놀라는 표정들이었습니다. ‘어쩐지 아이가 물에서 냄새가 나서 못 먹겠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리고 이어서 하는 한결같은 말은 ‘노후된 배관을 통해 공급되는 수돗물을 내 아이가 마시고 있었다구요? 그렇다면 이제 물을 싸서 보내야겠다’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만나 본 한 학교의 보건교사도, 영양사님도 ‘왠만하면 물은 집에서 싸 보내는 게 좋지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많은 예산 들여 설치해 놓은 직수기가 과연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차라리 애시당초 물을 집에서 싸오라고 하고, 냄새 나서 못 먹겠어서 손이나 씻고 있는 직수기 설치했던 그 예산으로 열악한 환경개선에 쓰여졌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요즘 미세먼지가 흡연보다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아시지요? 문제는 미세먼지 매우 나쁨으로 체크되는 날도 내다보면 학교 운동장에서 체육을 하고 있고, 교실은 환기 시킨다며 창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뛰고 노는 아이들 실내 먼지도 만만치 않으니 환기 시키는 것이 낫다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선생님을 탓할 수만은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요즘 아파트에 설치되고 있는 자동환기시스템 교실에 설치하면 좋겠습니다. 예산이 문제겠지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안전과 크게 관련된 물과 공기에 대해서 반드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우리 충남이 먼저 한발 앞서 나가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에 어떤 엄마가 다른 엄마에게서 전화를 받았대요. 아이의 인상착의를 설명하며 이름 없는 봉고차에 당신 아이가 오르는 것을 보았다는 전화를 받고 많이 놀랐다고 해요. 다행히 다른 아이를 착각한 것으로 끝났지만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학교 정문과 후문에 CCTV가 설치돼 있으면 좋겠다구요. 그리고 학교 주변 사방으로 대로변과 구분되어질 수 있는 가로막이 설치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장난치며 가다가 밀어 얼마든지 도로변에 떨어질 수 있거든요. 실제로 옆 도시에서 그렇게 초등학생 사망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꼭 필요합니다.”

“요즘 여기 저기 곳곳에서 도로 보수공사중이더라구요. 아이가 신호등을 4개나 건너야 해서 혼자 보내기가 불안해서 아침마다 동행하고 있는데요, 오늘 아침 일입니다. 통행하는 길목에 포크레인이 작업을 하며 점령하고 있으니까 아이들이 차가 다니는 도로로 걷고 있는거에요. 주변에 안전지도 하는 사람이 없고 말입니다. 정말 한숨이 나오더군요. 이것이 우리의 현재 모습입니다.”

이밖에도 참 많은 의견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옵니다. 의견을 발표하기도 하고 또 이 사람 저 사람 의견을 들으면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으며 공감합니다.

충남도에서 충남연구원에 의뢰하여 안전한 충남을 만들어보고자 시행하고 있는 그룹인터뷰에 참여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공식적인 인터뷰 기회가 아니더라도 충남도청 홈페이지(chungnam.net-재난안전관리실)에 의견을 올리면 수렴이 되어 추후 현장조사까지 진행이 되고 반영이 된다고 하니 도민들이 적극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현장의 문제점, 살고 있는 주민이 제일 잘 알잖아요. 위에서는 몰라서도 못해줍니다. 여러분의 목소리를 지금 내세요.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바뀌어질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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