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전문기자 김종서

‘국제 멍 때리기 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습니까? ‘누가 가장 오랫동안 아무 생각 없이 넋을 놓고 있는지’를 겨루는 멍 때리기 대회가 지난 5월 7일, 경기도 수원 화성 창룡문 앞에서 열렸다. 지난해 10월27일에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고 11월 4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도 세계 최대 쇼핑몰인 스마오티엔지에(世貿天階) 서쪽 광장에서 열렸다.
'당신의 뇌를 쉬게 하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멍 때리기 대회는 현대인의 만성질환인 무기력증, 만성피로, 일중독, 결정 장애 등을 극복하는 치료수단이 된다고 한다.
한국은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스마트 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트윗하기, 채팅, 게임 등으로 하루 평균 4시간씩 이용하며 인구의  15%가량이 중독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들에겐 멍 때리기 시간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강북삼성병원 정신의학과 신동원 교수는‘멍 때려라’라는 저서에서 “명상은 휴식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정신의 훈련 과정이자 자신의 감각과 생각의 순간적 몰입이다. 그렇지만 멍 때리기는 목적 없이 순전히 생각나는대로 하는 것이어서 사람의 뇌파는 활발하게 움직이게 한다. 이 때 뇌는 무의식 속에서 주로 과거의 정보를 모아 하나로 정리하는 등 순간 생각지도 못한 솔루션이 튀어나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영국 과학자 뉴턴은 사과나무 아래에서 멍 때리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고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도 욕탕 안에서 멍 때리다가 “유레카”를 외치며 알몸으로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래서 금의 순도를 측정할 수 있는 원리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가끔 넋을 놓을 때 벌어지는 찰나의 고요가 예상 밖의 창조적 순간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칠레는 학교에서 말썽 피운 아이들을 처벌하지 않고 주말에 학교로 불러서 2시간씩 빈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도록 해 멍 때리기가 일종의 체벌을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

화엄경에는 원효대사의 이야기가 자세하게 실려 있다.
신라 문무왕 1년(서기 661년)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올랐다, 당항성(지금의 경기 화성) 근처 어느 무덤 앞에서 잠을 자다가 잠결에 목이 말라 바가지에 담긴 물을 마셨다. 다음날 아침에 깨보니 잠결에 마신 것은 해골에 고인 물이었다. 이에 원효대사는 ‘사물 자체에는 정(淨)도 부정(不淨)도 없으며,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달렸음’을 깨닫고는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세상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당장 먹고살기 바쁜데, 무슨 마음관리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느냐?’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95%가 똑같은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5%만이 남과 다른 어떤 생각으로 다른 결과를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고 결국 성공과 실패도 마음가짐에서 판가름 나게 되는 것이다.
암 환자가 두려움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암세포는 더욱 무섭게 증식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암치료에 대한 확신을 갖고 이를 실행하게 되면 대뇌피질을 자극하여 면역력을 높여줘 결국 암을 이겨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암병과의 싸움에서도 승패는 환자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는 것이다.
1979년 12월 10일,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테레사는“ 세상을 바꾸는 건 나의 몫이 아닙니다. 그저 작은 일에 충성할 뿐이지요. 전 그저 평상심을 잃지 않도록, 삶에 지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뿐입니다. 침묵은 기도를 낳고, 기도는 믿음, 믿음은 사랑, 사랑은 봉사, 봉사는 평화를 낳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 구호시설 517개를 설립해 아프고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기적을 만들어 낸 여인이다.

복잡하고 급변하는 세상에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건 모든 일로부터 벗어나서 평온한 마음에서 청지기적인 사명감을 되새겨 보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원리원칙대로 물이 흐르는 대로 모든 일이 순리대로 진행된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공연한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지나치게 무리를 하다 보니 불법이 생기고 무법천지가 되는 것이다. 각종 비리로 얼룩진 신문을 보면서 가장 불행한 나라 대한민국이 행복해 지는 비결은 결국 ‘멍 때리기’ 정신을 확산시켜 나가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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