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담임을 맡고 맞이한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출근을 해보니 제 책상에는 선물과 꽃이 가득 놓여 있었습니다.

저보다 일찍 온 학생들이 선물을 갖다 놓고 선생님이 어서 보셨으면 하는 얼굴로 제 주변으로 몰려 들었습니다. 그때 제 눈에 한 아이가 들어왔습니다. 선물이나 꽃을 가져오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더욱 불편해졌습니다.

모두들 자리에 앉아 아침 독서를 하도록 했고 선물에는 손도 대지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선물을 준비해 온 학생들은 다시 제 주위로 몰려들었습니다.

“선생님, 이거 우리 엄마가 돈 많이 주고 사준거에요. 빨리 풀어보세요. 선물은 풀어보는거에요.”

마음이 더 답답해졌습니다.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몇몇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모두 자리에 앉게 하고 질문을 했습니다.

“얘들아, 스승의 날이 무슨 날이지?”

그러자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선물 받는 날이요.”

체한 것처럼 가슴이 콱 막혔습니다. 스승의 날의 의미가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 잘못 자리잡고 있는 것에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선물을 준비해 온 학생들은 당당했고 그러지 못한 학생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스승의 날은 제게 아픔이었고 미안함이었습니다. 그래서 매년 스승의 날 즈음 이런 메시지를 보내드리게 됩니다.

만일 선물을 보내신다면 크든, 작든 다시 돌려보내겠습니다. 마음을 표현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힘과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편지나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채찍질로 삼고 더욱 열심히 뛰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예쁜이들의 편지만 받겠습니다. 선물 대신에 우리 예쁜이들에게 ‘스승의 날’의 의미를 잘 알려주시고, 부모님들의 학창시절 고마운 스승님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아이들은 더욱 곱고 바른 마음으로 자라날 것입니다. -1학년 2반 담임 올림]

스승의 날을 3일 앞두고 늦둥이 녀석 담임선생님께서 학부모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진솔한 선생님의 편지에 내 아이의 첫 학교, 첫 스승의 날을 앞두고 나름 이모 저모로 고민했을 학부모들의 마음이 단번에 부담이 아니라 감사함으로 바뀌었습니다.

하필 오른손 검지에 상처가 나 글씨를 제대로 쓸 수 없는데도 대일밴드를 둘둘 감고서라도 선생님께 감사의 편지를 쓰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또 한 번의 감동이 몰려옵니다.

“선생님 우리 때문에 아프지 마세요. 제가 훌륭한 사람이 돼서 돈 많이 모으면 율무차 사드릴께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율무차를 대접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선생님께 드리고 싶은 최고의 선물입니다.

진솔한 선생님과 순수한 아이들이 함께 맞은 올해 ‘스승의 날’이 그 어느 때보다 기억에 참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