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각 또각 경쾌한 구두 소리가 탑동초등학교 앞 육교 위에 번져나갑니다. 잠까지 설쳐가며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한껏 멋을 내 차려입고는 1학년 교실문을 들어섭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저는 매주 수요일 여러분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동화선생님이에요.”
“와~ 신난다!”

왁자지껄 환영의 함성소리도 어느새 사라지고 동화책 세상으로 훅 빠져드는 어린이들의 눈동자가 이야기를 놓칠세라 깜빡이는 것조차도 조심스럽습니다.

아이들은 금새 너도 나도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됩니다. 때로는 “어떡해~” 하며 안타까워하고, 때로는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가 하면, 때로는 “다행이다”하며 함께 기뻐합니다.

3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도 동화선생님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다음주를 기약하며 교실문을 나오는데 긴장이 풀립니다. 아이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이 생각나 웃음이 나옵니다. 엔돌핀이라도 솟아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분이 매우 좋아집니다.

‘괜히 봉사한다고 했나봐. 하필 긴장해야 되는 편집마감날이잖아. 못한다고 할까? 아니야 길어봐야 30분인걸 아이들을 위해 그것도 투자 못해? 말이 돼? 근데 왜 이렇게 떨리냐? 아냐 할 수 있어. 해봤잖아.’

그렇게 혼잣말을 해가며 봉사를 할까 말까를 망설였었는데 포기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편집마감하면서 피곤해 지장이 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도리어 하루 종일 기분 좋게 마감을 잘 할 수 있었습니다.

 

 

“한분은 밥을 푸시구요, 한분은 콩나물 무침을, 한분은 생선을, 한분은 국을 푸시구요, 한분은 김치를 담아주세요. 두 분은 먹고 가져오는 식판 음식물을 정리해주시구요. 봉사하시는 분이 많으니까 남은 한분은 식판에 수저와 젓가락을 놔주세요.^^”

복지관 배식봉사에 나선 신문사 식구들, 누군가가 이렇게 말해주지 않아도 이제는 알아서 자리를 잡아 섭니다.

어쩌다 한번 배식봉사에 참여한 수개월 전. 국을 450그릇 푸고서 몇날 며칠을 앓아 누워 그동안 감히 엄두도 못 내다가 나름 체력단련을 마치고 지난 금요일 용감하게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봉사는 의욕만 앞서서 될 일 아니라는 것을 깊이 깨달았을 뿐 아니라 식구들의 배려로 이번에는 수저와 젓가락을 식판에 올려주는,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맡았습니다. 이렇게라도 봉사라는 것 해보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바닥을 쓸고 닦아내는 일까지 마무리를 하고나서도 거뜬히 산을 올랐으니 이번에는 체력배분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매달 참여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내용을 섭렵하여 목소리도 바꿔가며 연습해 책을 읽어주는 일, 굳이 안 해도 되는 수저 젓가락 놓아주는 작은 일이지만 더 큰 봉사를 실천하는 분들 흉내라도 내보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라도 참여해 보니 자꾸만 봉사하시는 분들 왜 그리 하시는 지 이해가 갑니다.

사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봉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봉사합니다. 이상하게 자꾸만 기분 좋은 웃음이 나게 하거든요. 기회가 될 때 여러분도 꼭 참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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