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배 싣고 지금 농장에서 출발합니다. 곧 나오세요.”
우리 동네 김상범 교감선생님 부부가 메시지를 보내옵니다.

김상범 선생님은 당진 성당초등학교에서 교감으로 재직하다 몇 년 전 퇴직하고 당진에 귀농한 지 올해로 만 6년 째입니다. 이분이 배 농장을 운영하나보다 생각하시겠지만 아닙니다.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알게 된 배 농장 주인장 돕느라 아무런 소득도 없이 분주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주문을 받아 이 아파트 저 아파트 마다 않고 손수 배달까지 해줍니다.

“남는 게 있느냐구요? 있지요. 사람입니다. 허허허. 작년부터 먹어봤으면 알잖아요. 우리 당진에서 나는 배가 이렇게 맛있다는 것도 알리고, 우리 후배는 팔아서 좋고, 주민들은 싸게 맛있는 배 사먹을 수 있어서 좋고, 저는 여러분들한테 고맙다는 소리 들어서 행복하고 내 작은 수고가 나를 비롯해서 여러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데 이보다 더 값진 일이 있을까요?”하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벚꽃을 닮은 새하얀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아내 되시는 김순례 씨도 행복을 나눕니다.

“밭에서 풀어놓고 키운 닭이 낳은 유정란이에요. 그저 우리 먹고, 자식들 좋은 거 먹이고 싶어서 키우는데 요녀석들이 알을 참 잘 낳는 바람에 나눠먹을 수 있겠어요. 그냥 드리면 부담스러워하실까봐 사료 값에 보탤게요. 알이 큰 것은 6천원, 이것은 오골계가 낳은 거라서 알이 작아요. 알 작은 것을 똑같이 받으려니 내 양심이 찔려 그리 못해요. 그러니 3천원 만 주세요. 더 많이 키워서 많은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데 그리 못해 미안해요.”

유정란 값을 말해주지 않아도 빠삭하게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동네 젊은 아낙들이 앞 다투어 줄을 섭니다. 그리고 예약을 합니다. 그리고 달걀을 건네 받으러 온 주민에게 마침 밭에서 캐온 상추며 쪽파며 봉지 봉지 담아 함께 건네줍니다. 그것도 모자라 행복 한마디 더 얹습니다.

“요즘 농약 안 뿌린데 찾아서 쑥 캐 모아놓고 있거든요. 어느 한 날 반죽해서 부를게요. 모두 오세요. 함께 쑥송편 만들어 먹자구요.”

“어제 순성매화꽃축제장에서 우리 문화원 동아리 회원들이 섹소폰 연주로 피날레를 장식하고 왔지요. 바람도 불고 추웠지만 함께 흥겨워하시는 분들을 보니까 제 마음도 좋더라구요. 참 보람 있는 하루였습니다.”

이렇게 행복을 나누어서일까요. 이분들 60대 후반, 70대 중반을 넘어섰지만 참 건강하십니다. 노년을 이웃에게 행복을 분양하며 사는 이분들이 앞으로도 남은 인생 쭉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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