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범(수필가/전 교육공무원)

누리과정은 학부모의 소득 수준에 상관 없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5세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유치원 유아 학비와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모든 유아에게 생애 출발선에서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줄여 유아교육과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누리과정은 학부모, 교육계 안팎의 요구를 수용해 지난 정부 시기인 2012년 3월부터 만 5세를 대상으로 시작하였고 다음 해 3월부터 만 3-4세로 확대 적용해 누리과정이 확립됐다. 이 같은 취지로 시행되고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누리과정이 예산 문제로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간에 반목의 골이 깊어지면서 아이들을 극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서울, 경기, 광주, 전남 등 진보 교육감 지역에선 누리과정 예산이 한 푼도 확보되지 않아 교사 월급이 밀리고, 아이들 간식과 난방까지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치원 원장들은 「교사들의 임금을 지급할 수 없고 운영비 조달이 어려워 문을 닫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다른 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의 법적 책임이 교육감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조목조목 열거하면서 시도교육청에서 교육감의 의지만 있다면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시도교육청은 무상보육은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정부가 예산을 책임져야 하며, 정부의 예산지원 없이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비용이 시도교육청에서 부담할 경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 입장은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어린이집도 교육기관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으므로 어린이집 누리과정도 시도교육청의 교부금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누리과정이 대통령의 공약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교육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누리과정은 현 정부 시작 전에 도입되었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지원해오던 사업이었다면서 현 정부의 대통령 공약은 ‘3-5세 누리과정 지원비 증액’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의 개념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모두 포함되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를 재원으로 하기 때문에 중앙정부도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엄동설한에 우려했던 보육대란이 현실화 되었는데도 그 대처 방안은 보수와 진보 간에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는 남경필 도지사의 결단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2개월치를 추가 편성해 집행키로 했다. 지방비를 투입하는데 도의회 야당의원들과 경기도교육청이 반대하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비상처방 한 것이다. 반면 충청남도교육청은 도의회가 예산 심의과정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것에 재의를 요청하고 재의에서도 어린이집 예산을 다시 편성할 경우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하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이고 희망이라 할 수 있는 어린 유아들의 보육과 교육 문제를 놓고 왜 이렇게 극명한 견해 차를 보이고 있는 것인가? 요즘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한 비대칭 전투력 문제를 바라보는 보수와 진보의 시각만큼이나 다른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어린이집연합회 정광진 회장은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위해 2016년도 시도교육청별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필요한 소요액을 전액 교부했다」고 반박하면서 「시도교육청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은 누리과정 도입 취지에 반하고 의무 지출을 규정한 지방재정법 등의 관련 법령에도 위반된다」며 「교육청 예산의 부정집행 사례가 없는지 감사를 통해 시도교육청의 권한 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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