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육교사 30.1%
“권리침해 당한 적 있다”
침해 주체 학부모가 71.9%.
모욕 및 명예훼손이 가장 많아


지난해 당진에 한 어린이집에서 아동이 다친 것을 두고 학부모의 민원이 제기됐다. 선생님이 다친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고 방임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당진시에서 어린이집 CCTV 등을 통해 방임 여부 등을 조사했지만, 학부모의 주장과 다르게 선생님은 아이가 다친 직후 응급 처치하고, 끝까지 돌봤던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전국보육실태조사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 중에 30.1%는 어린이집의 원장, 동료 교사 그리고 학부모로부터 권리를 침해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래픽 함현주
2021년 전국보육실태조사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 중에 30.1%는 어린이집의 원장, 동료 교사 그리고 학부모로부터 권리를 침해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래픽 함현주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쉽고, 일자리도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젊은 여성은 물론 경력 단절 여성에게도 인기가 높은 직업이다. 당진에도 많은 여성이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근무 중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학부모와 기관 등의 행태가 수시로 발생하며, 이로 인해 보육교사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보육교사 A씨(30대)는 “해당 사례는 어느 보육교사든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학부모가 무조건 신고하겠다고 하고, 강압적으로 나오면 교사는 죄송하다는 말만 할 수밖에 없다”며 “저도 아이를 키우며, 일을 다시 시작한 만큼 열심히 하고 싶지만, 종종 억울하게 하는 학부모를 만나면 직업에 대한 회의감만 든다”고 털어놨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권리 침해는 전국에서 이미 만연한 상태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21년 전국보육실태조사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 중에 30.1%는 어린이집의 원장, 동료 교사 그리고 학부모로부터 권리를 침해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권리 침해 주체는 부모가 71.9%를 차지했으며, 침해 유형은 △모욕 및 명예훼손 40.8% △폭행 및 폭언 9.4% △기타 49.9%로 나타났다. 문제는 권리 침해를 받아도 마땅히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부모에게 권리를 침해당한 경우 보육교사 중 81%는 원장 및 동료 교사들과 상의한다고 응답을 했지만, 법인과 국공립어린이집 교사들은 오히려 참거나 모르는 척하는 비율이 83%를 넘어섰다.

보육교사 B씨(20대)는 “어린이집에서 두 아이가 장난감을 갖고 티격태격 하는 중에 한 아이가 화가 잔뜩 났다고 얼굴을 긁었다. 그래서 얼굴에 상처가 났는데, 정작 학부모님은 선생님의 학대를 의심했다”며 “CCTV를 보여드리며 오해는 풀었지만, 사과는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어영부영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원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나면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보육교사들이 권리 침해를 받아도, 동네 소문 때문에 제대로 보호를 받기란 어렵다. 보육교사가 잘못하지 않더라도 학부모가 어린이집에 대해 나쁘게 소문을 내면, 운영에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당진에 한 어린이집 원장은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희 원에 대해 좋게 글을 써줄테니까 돈을 달라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이게 바로 우리의 허점을 노린 것인데, 어린이집과 저를 알고 있는 만큼 전화를 퉁명하게 끊으면 자칫 부정적인 글이 올라갈까 그것도 걱정됐다”며 “학부모님들이 온라인에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확인되지 않은 일을 그리고 교사가 억울한 일을 아이가 피해 입은 것처럼 글을 올려버리면, 우리는 운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권익 보호 조례 제정될까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권리 침해 주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보육교사 보호조치 시행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보육교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기 때문에 보육교사의 법적 위상은 돌봄노동 근로자로, 보육교사의 권익 보호 등을 위한 제도적·법적 장치는 부재한 상황.

반면에 보육교사와 다르게 유치원 교사는 다른 법적 적용을 받고 있다. 교육부 소속 교원의 경우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통해 교원의 교육활동 조성, 교원 심리상담·치료, 법률상담 등 서비스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어 보육교직원과의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이에 최연숙 당진시의원이 당진시 보육교직원 권익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검토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보육교직원의 권익보호 및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기본계획과 시행계획 수립 및 시행 등 지원사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한 권익보호 위원회 설치 및 운영이다.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 근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당진시는 유보통합 추진에 따라 내년부터 어린이집 운영 행정업무를 교육청으로 이관하는 만큼 조례 제정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진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현재 당진시는 영유아보호법을 통해 보육교사의 의무사항은 정하고 있지만, 권익 보호와 증진에 구체적인 사항에는 포괄적으로 명시했다”면서도 “조례를 제정할 수는 있겠지만, 유보통합에 따라 시에서 맡는 관련 업무를 이제 교육청으로 내년부터 넘길 계획인 만큼 시에서는 조례 제정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최연숙 시의원은 “2015년부터 다른 지자체에서는 조례를 제정했지만, 당진시는 아직 제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조례를 제정해도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육교사의 권익보호를 위한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고,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며 “유보통합과 관련해 행정 이관이 1년 밖에 남지 않은 만큼 조례는 폐지할 수밖에 없지만, 그 전까지 보육교사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례를 잠시라도 제정해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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