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짚풀공예 장인 김현숙 작가

전통 짚풀공예장인 김현숙 작가. ⓒ이혜진
전통 짚풀공예장인 김현숙 작가. ⓒ이혜진

[당진신문=이혜진 시민기자] 늦가을 바심이 끝나고 나면 논 가득 버려지는 지푸라기들. 옛 조상들은 이 짚을 활용해 맷방석, 짚신, 멍석, 둥구미를 만들어 일상에서 자주 사용했다. 바람이 잘 통하고, 보온도 잘되는 짚으로 만든 생활용품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에게 점점 잊히고 있다. 

이 잊혀가는 소중한 전통을 지키기 위해 10여 년간 다양한 작품 활동과 함께 끊임없이 연구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전통 짚풀공예 장인 김현숙 작가. 취미로 짚풀 공예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김현숙 작가는 고귀한 옛것의 매력에 푹 빠져, 짚풀공예 장인의 길로 들어섰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손재주가 참 좋으셨어요. 아버지를 생각하면 툇마루에 앉아 지푸라기로 이것저것 만드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먼저 떠올라요. 그때 아버지에게 좀 가르쳐달라 할 것을.. 후회도 됐죠. 그 기억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그래서 짚풀공예를 시작한 첫 1년 동안은 매일매일 강화도에 계신 황현구 선생님을 찾아가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김현숙 작가의 짚풀공예 작품. ⓒ김현숙 작가 제공
김현숙 작가의 짚풀공예 작품. ⓒ김현숙 작가 제공

50이라는 늦은 나이에 짚풀공예를 시작한 김현숙 작가는 아버지의 재주를 닮았던 것일까. 이후 짚풀공예 1급 자격을 취득하고, 전국 짚풀공예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서서히 숨은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에는 통일 미술대전에서 명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고, 1년 후 한국문화예술진흥회에서 인정하는 대한민국 전통 짚풀공예 장인으로 선정됐다.

“오랜 시간 작업하다 보면 허리도 아프고, 손에 굳은살도 생기고, 거칠어지죠. 하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고, 무언가 이루었다는 희열감도 맛보니 스스로 만족스러웠죠. 그리고 전통을 보존한다는 자부심으로 개인의 이익을 생각하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짚풀공예의 특별함을 먼저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에 부천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짚풀공예 전시를 열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짚풀공예를 알리려고 노력했던 김현숙 작가는 올해 초, 오랜 시간 지냈던 부천을 떠나 당진으로 이주했다. 짚풀공예를 계속하기에 도시의 환경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은하고 멋스러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자연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김현숙 작가에게 당진은 최적의 장소였다. 

짚풀공예 체험 진행 모습. ⓒ김현숙 작가 제공
짚풀공예 체험 진행 모습. ⓒ김현숙 작가 제공

“면천의 고즈넉한 풍경, 마당이 있는 집, 친절한 사람들, 모두 정말 좋아요. 맥문동, 붓꽃, 부들, 수크령 등 마을 들판에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자연 재료가 넘쳐나고, 언제든 넓은 마당에서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죠. 최근에는 마을 분이 좋은 짚도 가져다주셨죠. 그리고 주변의 소개로 벌써 공예 체험도 몇 번 진행했어요. 당진에 오길 참 잘한 것 같아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최소 한 달 이상은 작업에 몰두해야 하는 어려운 과정이 있지만, 김현숙 작가는 자기의 작품을 보며 옛 추억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호기심에 눈이 반짝이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힘든 순간을 이겨냈다. 그리고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새로운 창작 활동을 통해 짚풀공예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짚풀공예 체험 진행 모습. ⓒ김현숙 작가 제공
짚풀공예 체험 진행 모습. ⓒ김현숙 작가 제공

그래서 김현숙 작가는 여전히 낮은 평가를 받는 짚풀공예를 많은 이에게 보여주고, 사라져가는 짚풀공예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다. 이에 앞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당진에서 짚풀공예 문화를 꽃피우고 계승해 나갈 계획이다.

“사람들이 손끝으로 짚을 만지고, 짚을 엮으면서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더라고요. 아이들은 자연의 놀잇감으로 재미있는 활동도 하고, 어른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도 나눌 수 있죠. 이런 짚풀공예의 장점을 살린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면천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꾸준히 전시를 열어 사람들에게 짚풀공예의 중요성을 알릴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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