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방순미
남이섬 길 없는 숲을 걷다
나뒹구는 참나무 등걸에 앉아
나뭇가지 사이로 난 하늘을 본다.
새처럼 날아든 청설모 한 마리
무엇인가 감추는 듯, 몸짓하고
나뭇잎 하나 폴짝 올려놓고 달아난다.
낙엽이 지천으로 쌓인 숲
그가 머물렀던 자리
새로운 세상 열어 보듯
조심스레 가랑잎 한 장씩 들춰본다.
썩은 낙엽이 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
돌아서려다 안압지 신라의 비밀을 캐듯
손끝으로 검은 흙의 역사 헤쳐 본다.
앗, 이것은 밤 한 톨
탱탱한 밤알에 빛살 내리고
쌩긋 그가 웃는다.
바라보는 내 눈이 시리다.
낙엽 속 작은 우주
더는 다가설 수 없는 세계
떡갈나무잎 하나 도로 올려놓고
쓸쓸히 섬을 떠난다.
약력
당진 출생. 2010년『심상』신인상 등단. 시집 <매화꽃 펴야 오것다> <가슴으로 사는 나무> 공저 <당진의 시인들> 산문집: 『백두대간, 네가 있어 황홀하다』 (사)한국시인협회원. 당진시인협회원 외 다수 활동
당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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