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개정 이후 30주년 맞은 망객정..26일 기념행사 개최
노함래 사두 “화살이 과녁에 맞을 때 쾌감이 가장 큰 매력”

망객정의 이인숙 부사두와 노함래 사두. ⓒ지나영
망객정의 이인숙 부사두와 노함래 사두. ⓒ지나영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국궁은 심신의 단련을 위한 우리나라 전통 활쏘기로 우리 민족에게 가장 대중화된 무예로 꼽힌다. 역대 왕조의 임금은 국궁을 즐겼으며, 양반의 자제들은 반드시 익혀야 할 필수과목이었을 만큼 조상들은 활을 통해 심신을 단련했다.

시대가 바뀌고 국궁은 어느새 매력적인 생활체육으로 자리를 잡았다. 무엇보다 활의 강도는 여러 단계로 분류되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배우고 즐길 수 있으며, 과격한 동작이 없는 탓에 활을 쏘는 것은 어린이와 어르신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처럼 당진에도 국궁을 즐기며 삶의 활력을 찾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을 위한 궁도장이 있다. 당진에는 당진 남산공원 학유정과 송악읍 국수정, 그리고 신평면 망객정 등 3곳이다.

회원들이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망객정 제공
회원들이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망객정 제공
활을 쏘는 사대에서 과녁까지는 145m이다. 실제로 바라본 과녁은 멀기만 하지만, 궁도인들은 화살을 던져 과녁에 맞히는 순간 국궁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회원들이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나영
활을 쏘는 사대에서 과녁까지는 145m이다. 실제로 바라본 과녁은 멀기만 하지만, 궁도인들은 화살을 던져 과녁에 맞히는 순간 국궁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회원들이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나영

이 가운데 망객정은 지난 1993년 개정 이후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한정우, 최충섭, 안현철, 최선식, 홍대영, 조명관, 김용만, 민진기, 안석동, 오대성, 이영문, 화선승, 박계하, 최수영, 이규한, 조태형, 이철홍 씨가 모여 창립한 망객정은 당초 금천리 신평고 옆에서 리가아파트 인근으로 한 차례 옮겼다가 2005년 현재의 자리로 이전했다. 신평면 신평길 169-21에 위치한 망객정의 규모는 약 4200평이며, 과녁은 4대가 있다. 망객정에는 약 30여명의 사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의 연령대는 젊은 세대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하다.

노함래 사두는 “사실 국궁을 처음부터 알고 오는 분도 있지만, 일부는 소개를 통해서 오시는 경우가 있다. 아무래도 국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다보니 당진에 국궁장이 있는지에 대해 잘 모르는 분도 있다”며 “대부분 국궁은 연령이 있는 분들이 하는 생활체육이라고 여기기 쉬운데, 활동하는 젊은 분들도 많다. 몇 년 전 최종병기 활이라는 영화 개봉 이후 국궁에 관심을 갖고, 30~40대의 젊은 회원의 가입이 늘어나기는 했다”라고 말했다.

사실, 사람들에게 국궁보다는 양궁이 더욱 친숙하다. 아무래도 세계적인 대회인 올림픽에서 양궁은 대회 정식 종목이고, 많은 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궁과 양궁은 엄연히 다르다.

국궁의 활은 시위를 걸어 당겨 활채를 휘게 했다가 그 복원력으로 화살을 날리는 것이라면, 양궁은 활채의 중심에 손잡이를 만들고, 손잡이의 중심에 구멍을 내 화살이 활채의 중심을 통과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또한, 활을 머리 위로 쳐든 이후 팔을 벌리고 밀며 활을 벌리지만, 양궁은 오른팔로 시위를 당겨 활을 벌린다. 활을 쏘는 자리에서 과녁까지의 거리는 145m인데, 이는 양궁보다 2배 이상 멀다. 

이인숙 부사두는 “종종 양궁과 헷갈리기도 하지만 활을 다루는 동작에서 쏘는 것까지, 그리고 과녁도 다른 운동”이라며 “국궁의 과녁은 양궁보다 2배 이상 크며, 양궁은 화살이 과녁에 꽂히지만, 국궁은 화살이 튕겨나오도록 만들어져 있다. 점수를 매기는 것 역시 국궁은 145m의 먼 거리에서 화살을 쏘기 때문에 표적지를 맞추면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활에 나를 담다

국궁은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꼽힌다. 물론 경기에서는 개인전 외에도 단체전으로 나뉘는 만큼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여럿이서 활을 쏠 수 있다.

다만, 활을 쏘는 순간에는 145m 멀리 있는 과녁을 바라보고, 오롯이 시위와 화살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모든 잡념은 사라진다. 더욱이 활과 화살을 들어 올리고, 시위를 가득 당기는 순간 활을 쏘는 사람의 호흡은 자연스럽게 가다듬어지고, 하체를 비롯한 몸 전체는 꼿꼿해진다. 이렇듯 국궁은 혼자만의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운동인 셈이다. 

노함래 사두의 국궁 연습 모습. ⓒ지나영
노함래 사두의 국궁 연습 모습. ⓒ지나영

노함래 사두는 “멀리 있는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쏴야 하는 만큼 최고로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때는 세상의 모든 잡념을 잊을 수 있고, 과녁에 맞지 않을 때에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된다”라며 “화살이 과녁에 맞을 때의 쾌감과 묘미는 국궁의 가장 큰 매력이어서 화살이 빗나가면 속상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예로 시작해 예로 끝낸다는 국궁은 학생들의 예의범절 지도에도 효과가 있다. 예로부터 활터에서는 활을 쏘는 것보다 예절을 먼저 배웠던 만큼 활을 쏘는 자체가 예절로 이뤄져 있다.

이인숙 부사두는 “많은 사람이 활을 쏘는 활터에서 가까이 있는 만큼 활을 쏘는 것보다 예절을 먼저 배우고, 시작한다. 그만큼 학생들이 국궁을 배운다면 집중력 높이기는 물론 예의범절을 익힐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궁은 개인의 근력과 자세에 맞춰 활을 고를 수 있다. 국궁의 활은 20호부터 50호까지 있는데, 즉, 내가 활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개인 자신의 체형과 능력 그리고 힘을 줄 수 있는 근력까지 나에게 맞춘 활을 사용하는 셈이다.

이인숙 부사두는 “일반인들은 합성섬유로 만든 개량궁을 주로 많이 사용하는데, 실력이 늘어나면 각자의 활을 따로 제작해 사용한다”라며 “기존에 만들어진 활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맞는 활을 사용해 과녁을 명중시킨다는 점에서 국궁은 자신을 담아낸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망객정은 정회원 제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입회비를 낸 회원들은 매달 망객정 운영을 위한 회비를 지불하면 전문 사범과 선배들에게 국궁을 배울 수 있다. 이에 앞으로 망객정은 국궁의 매력을 더욱 알리고, 많은 사람이 국궁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노함래 사두는 “국궁은 몸과 마음이 혼연일체가 되며, 정신의 안정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선조 때부터 해오던 운동이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면서 활성화가 안된 부분이 있다”라며 “젊은 세대는 국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만큼 앞으로 국궁의 매력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서 알리고 싶다”라고 전했다.

한편, 오는 26일 망객정은 개정 3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30주년 기념행사는 공로자표창 수여식을 비롯한 학유정, 국수정, 망객정 소속 궁도인들의 친선 궁도대회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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