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나라 김규설 대표

꽃게의 진한 향이 일품인 꽃게나라 꽃게장. ⓒ꽃게나라 제공
꽃게의 진한 향이 일품인 꽃게나라 꽃게장. ⓒ꽃게나라 제공

[당진신문=김성민 수습기자] 서해안 너른 갯벌을 양분 삼아 자라난 낙지와 새조개는 감칠맛이 우수해 수산물 마니아들이 눈독 들이는 메뉴다. 특히 제철에 낚아 올린 이 ‘바다의 특식’들은 맛과 영양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별미다.

당진중앙2로 도로변에서 37년째 운영 중인 수산물 식당 꽃게나라(대표 김규설)에 오면 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이름에 걸맞게 간장게장과 꽃게장 등 게 메뉴도 풍성하지만, 다양한 제철 수산물을 활어차로 수급해 판매하고 있어 단골이 많다.

김규설 대표는 당진에서 태어나 평생 활어차를 운전해왔다. 가게를 차리기 전엔 대천항과 장고항, 왜목항, 도비도를 넘나들며 수산물을 받아 바닷가 횟집에 납품했다. 5년 정도 부지런히 영업한 결과 거래처는 늘어났지만, 대금을 주지 않는 곳이 늘어 곤란을 겪었다. 꽃게나라를 개업한 이유다.

꽃게나라는 당진중앙2로 인근 현재 자리에서 37년을 영업해왔다. ⓒ김성민
꽃게나라는 당진중앙2로 인근 현재 자리에서 37년을 영업해왔다. ⓒ김성민

김규설 대표는 “활어차 운영과 장사는 결이 다르다 보니,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고생을 많이 했다. 술 드시고 행패를 부린 손님들도 있었고, 외상을 걸고 갚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면서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러 요령도 터득하고 단골손님이 늘어나 많이 안정됐다. 어려울 때나 좋을 때나 결국 장사는 단골 얼굴 보고 힘내서 이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강산이 세 번을 넘어 네 번 바뀔 즈음까지 장사를 이어온 김규설 대표는 ‘호형호제’하는 단골들과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다. 먹거리 찾아서 방문하는 것이 식당이건만, 단골들은 오히려 텃밭에서 기른 채소나 고구마를 상자째 들고 와 선물하기도 한다. 코로나19 동안에도 단골이 많이 찾아줘 매출이 감소하지 않았다.

활어차를 직접 운영하며 제철 수산물을 판매하는 꽃게나라 김규설 대표. ⓒ김성민
활어차를 직접 운영하며 제철 수산물을 판매하는 꽃게나라 김규설 대표. ⓒ김성민

꽃게나라의 인기 비결은 질 좋은 수산물 수급이다. 김규설 대표가 수십년 친분을 쌓아온 어민들이 게와 세발낙지, 새조개 등 제철 수산물을 어획해 납품한다. 주로 당진 대호지면과 서산 주왕리 어민들인데, 세발낙지는 전통방식 그대로 가래(폭이 좁은 전통 삽)를 이용해 구멍을 파고 손으로 낚아 잡는다. 새조개 역시 죽도 남당리의 친한 ‘형님’이 갯벌에서 캐내 납품한다.

김규설 대표는 “6월 초부터 11월 말까지는 세발낙지 철이고, 11월 말부터 4월 말까지는 새조개 철이다. 뭐든 제철에 먹어야 맛난데, 수산물은 더더욱 그렇다”며 강조하고 “활어차를 직접 운영해 싱싱함을 올곧게 살려 가져오니 맛이 뛰어난 것이다. 우리 전 여사(부인) 음식 솜씨도 빼어나니 생물이든 요리든 맛을 장담한다”고 전했다.

11월 말까지 잘 잡히는 세발낙지가 꽃게나라 인기 메뉴다. ⓒ김성민
11월 말까지 잘 잡히는 세발낙지가 꽃게나라 인기 메뉴다. ⓒ김성민

세발낙지 제철인 요즘은 낙지 주문이 많다. 박스 포장해 생물을 그대로 판매하기도 하지만, 낙지 샤브샤브와 낙지찜, 낙지탕탕이 그리고 낙지볶음 등 조리 음식도 먹을 수 있다. 11월부터는 새조개를 ‘개시’해 샤브샤브로 판매한다. 이외에도 진한 향이 일품인 간장게장, 특제 레시피로 만든 해물탕 등 고를 메뉴가 넉넉하다.

김규설 대표는 “부인과 함께 옛 고향집 어머니 손맛을 음식 철학으로 삼자고 다짐했다. 배가 두둑하게 먹어도 더부룩하지 않은 편안하고 깊은 맛을 내려고 노력한다”면서 “아침 8시부터 밑반찬과 음식 준비를 시작해 11시 30분부터 영업을 개시한다. 이렇게 정성 들여 준비한 음식을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웃으실 때마다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고 마음을 전했다.

코로나19에도 끄덕없던 꽃게나라의 매출은 최근 40%나 떨어졌다. 후쿠시마 발전소 오염수 방류 문제가 터진 다음부터다. 그래도 김규설 대표는 활어차 운영 횟수를 줄이지 않았다. 철 따라 어획량도 가격도 달라지는 수산물 특성 때문에 세발낙지와 새조개는 ‘싯가’로 판매할 수밖에 없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더 싼 값에 수급할 수 있어서다.

김규설 대표는 “활어차에 담아오는 건 그냥 물고기가 아니라 단골에 대한 진심이다. 품질 좋은 제철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려면 결국 이 활어차가 키로수를 계속 늘리는 방법 뿐이다”며 “매출이 떨어졌다고 운영이 소홀해지면 37년 노력도 빛이 바랠 터다. 그저 바라는 건 안전하고 무탈하게 운전하며 지금처럼 영업하는 것”이라고 소망을 밝혔다.


●위치 : 충남 당진시 당진중앙2로 26-9
●시간 : 오전 11시 30분 ~ 오후 10시까지
●문의 : 041-356-3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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